영화 [엠마]는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엠마'를 원작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의 주인공인 엠마를 제인 오스틴이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라고 밝힌 적이 있어서 궁금증을 자아냈는데요, 이번 기회에 그 주인공을 영화와 책을 통해서 접하게 돼 즐거웠습니다.
영국의 작은 마을 하이버리에 살고 있는 엠마 우드하우스는 유복한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나 아버지와 함께 풍족한 삶을 누리던 와중에 가정교사 테일러의 중매를 성공시킨 후, 다른 이들의 사랑을 연결시켜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무료한 인생의 재미를 찾아나가기 시작합니다.
정작 본인은 결혼에 관심이 없고, 자신이 생각하는 관점만으로 커플 매칭을 이어나가려고 하다 보니 예기치 않은 오해와 갈등이 빚어져 엠마는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깨달아 나가며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내용이 영화 [엠마]의 기본 줄거리입니다.
고전로맨스소설로 잘 알려진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엠마'는 700쪽이 넘어가는 분량을 보유한 작품이기에 영화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만을 124분 속에 압축시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기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메가폰을 잡은 어텀 드 와일드 감독은 유명 사진작가이자 뮤직비디오 아트디렉터로 이번 작품이 장편영화 데뷔작인 만큼, 자신만의 강점을 영화 [엠마]에 녹여내는데 집중함으로써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했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엠마]는 비주얼적인 면에서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19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써 이에 걸맞는 화려한 의상과 아름다운 시골 풍경, 귀족들이 거주하는 저택의 멋스러움이 황홀함을 자아낼 정도였어요. 호화로운 저택 내부를 중심으로 티타임을 즐길 때 보여지던 의자와 테이블, 찻잔의 우아함은 물론이고 디저트의 먹음직스러움 역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여기에 더해진 배우들의 열연도 기대 이상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엠마의 아버지인 미스터 우드하우스로 등장한 빌 나이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 속 빌리 맥이 머리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어 반가움을 전하는 배우이기도 했습니다. 비중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서 인상적이었다지요.
이와 함께 미스 베이츠로 열연한 미란다 하트의 활약도 인상깊었습니다. 원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복스힐 에피소드가 살짝 변형되면서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만나볼 수 있도록 도왔고, 이를 통해 엠마와 미스 베이츠의 관계를 보다 돈독하게 만들어주는 계기로 작용함으로써 소설과 다른 감동을 심어줘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엠마의 결혼식에서 눈물을 닦아내던 미스 베이츠의 모습에 저도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였으니 말 다한 거죠.
영화의 특성상 소설 속 문장에 응집된 제인 오스틴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를 과감히 생략하는 대신, 계절에 따른 에피소드를 부여해 보는 재미를 극대화시켰다는 점에서 어텀 드 와일드 감독의 [엠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어 재밌었습니다.
중심인물에 포커스를 맞춰서 과거에 머물러 있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현재의 시대와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각색해 선보인 점도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커플로 맺어진 여성과 남성의 나이차까지 극복해 내진 못했지만,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수정과 보완을 거쳐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자 노력한 면모가 엿보여 다행스러웠답니다.
뿐만 아니라 개성 넘치던 미스터 엘튼(조쉬 오코너), 프랭크 처칠(칼럼 터너), 조지 나이틀리(자니 플린), 놀라운 피아노 연주 실력으로 감탄을 불러 일으킨 제인 페어팩스(앰버 앤더슨), 테일러가 떠나고 엠마의 절친이 된 해리엇(미아 고스)의 사랑스러움도 영화로 빠져들게 만든 볼거리였다는 사실을 밝혀 봅니다.
이중에서도 해리엇과 엠마의 케미가 매력적이었습니다. 마틴에게 청혼받은 해리엇을 엘튼과 이어주려다가 두 사람의 우정에 금이 갈 뻔 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영화 [엠마]는 주인공은 엠마를 연기한 안야 테일러 조이가 선보인 캐릭터의 매력 속에 푹 빠질 수 있어 행복한 작품이었습니다. 예쁜 데다가 우아함까지 갖춘 부잣집 아가씨로 그에 못지 않은 허세까지 잔뜩 지니고 있는 것이 흠이긴 했지만, 밉지 않은 중매쟁이라서 절로 눈이 가더라고요.
원작보다 덜 이기적이고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며 사과할 줄 아는 마음씨를 지녀서 책보다 정이 더 많이 가게 만들었던 안야 테일러 조이의 엠마를 만날 수 있어 즐거웠어요.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연기도 좋았지만 의상도 어쩜 그렇게 다 잘 어울리던지,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캐스팅이었음을 인정하는 바입니다.
게다가 의외로 마음이 여리고 허술한 부분이 없지 않아서, 나이틀리의 고백이 이루어지는 진지한 장면에서 흘러내리는 코피를 주체하지 못하던 엠마가 인간적으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이때 착용한 새하얀 드레스와 여기에 수놓아진 식물들의 싱그러움, 초록으로 빛나던 목걸이와 엠마의 조화도 아름답기 그지 없어 여신이라고 칭호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지요. 바람에 흔들리던 나무와 풀로 가득한 온화한 자연의 품 안에서 발생한 로맨틱한 분위기에 웃음까지 곁들여지니, 유쾌함까지 추가돼 영화 [엠마]에서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남았습니다.
곁에 존재하는 소중한 사람의 존재를 일깨워주기도 했던 영화 [엠마]는 어떻게 보면 뻔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작품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가볍게 관람하긴 했지만, 입 바른 소리를 하며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나이틀리 덕택에 엠마가 성장을 이루어 냈으니 최고의 해피엔딩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는 볼거리로 가득해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이 장점, 소설은 영화에서 미처 접하지 못한 생생한 인물들의 관계를 깊이 있게 확인하는 이이 가능하니 이왕이면 두 장르의 [엠마]를 모두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과 다르게 쓰인 부분을 발견해 내는 재미도 쏠쏠할 거예요.
저에게는 안야 테일러 조이를 알게 해준 영화 [엠마]와의 시간이 설렘을 가져다 주었던 한때였습니다. 상영관이 많지 않고 상영 날짜가 짧아서 불안했는데, 그래도 늦지 않게 보고 넘어갈 수 있어 흡족했습니다. 19세기만의 무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취향이었을 것이라고 짐작되는 작품, 음악의 쓰임새도 훌륭해서 눈과 더불어 귀까지 호강했던 영화임을 이야기하며 오늘의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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