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 애치먼의 [그해, 여름 손님]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의 원작소설로 뜨거운 계절에 찾아온 첫사랑의 추억을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피아노 연주와 책을 좋아하는 열일곱 소년 엘리오와 스물 넷의 철학 교수 올리버, 두 사람이 여름을 함께 보내면서 사랑에 빠졌던 날들이 작가의 문장을 통해 섬세하게 쓰여져 시선을 집중시켰던 작품이었어요.
영화가 개봉됐을 때 많은 관객들의 찬사가 이어져서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상영 기간을 놓쳐 책으로만 접하게 됐는데, [그해, 여름 손님]을 읽고 나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책은 엘리오를 중심으로 기록되어 있었으며 성인이 된 엘리오가 올리버와의 기억을 회상함에 따라 독자들을 둘만의 세상으로 안내했어요.
동성 간의 사랑을 감각적인 언어를 통하여 풀어낸 안드레 애치먼의 필력이 돋보였고, 올리버를 향한 마음으로 괴로하면서도 점점 더 깊어져 가는 진심을 확인하고 첫사랑의 열병에 뛰어드는 엘리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두 사람이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사랑에 빠져들면서 만나볼 수 있었던 이야기 못지 않게, 엘리오의 아버지가 둘의 관계를 눈치챘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는 대신에 부럽다는 말과 함께 힘든 시간이 다가와도 두려워하지 말라며 격려해 주는 장면이 감명깊었답니다.
한때 뜨거웠던 올리버를 향한 엘리오의 사랑과 애틋한 감정은 첫사랑이라는 이유로 기억에 더 오래 남았을 거예요. 그리하여 15년이 지나 재회했을 때 올리버를 다시 만난 엘리오가 그에게 원했던 단 하나의 바람은, 책의 마지막장을 한참동안 바라보게 만들며 여운을 남기는 명문장으로 자리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라는 영화 제목과 일맥상통하던 엘리오의 마지막 말은 그 부분만 책을 다시 읽고 싶어질 정도로 강렬했답니다.
엘리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흘러갔지만 올리버 역시 같은 감정이었겠죠. 하지만 열일곱이라는 나이를 파고든 첫사랑 만큼의 열렬함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둘이 함께 했던 6주가 15년이란 세월이 지난 현재에도 엘리오에게 끼친 영향은 정말 막대했으니까요.
원작소설 [그해, 여름 손님]을 먼저 읽었으니 언젠가 기회가 되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설과는 다른 의미로 여운을 전하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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