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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해당되는 글 65건

  1. 2020.05.15 영화 [체크 히어로] :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룬,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1
  2. 2020.03.26 영화 [엠마] : 안야 테일러 조이가 선보인 캐릭터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작품
  3. 2020.02.11 영화 [극한직업] : 보고 나면 치킨이 먹고 싶어지는 액션 코미디
  4. 2020.01.28 영화 [협상] : 전형적인 신파 스릴러의 아쉬움을 남기다
  5. 2020.01.10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 천재 음악가의 감미로운 선율을 품은 바다를 만나다
  6. 2019.12.27 영화 [나이브스 아웃] : 미스터리 모던 추리 스릴러의 재미를 극대화시킨 작품 1
  7. 2019.11.30 영화 [겨울왕국2] : 1편을 뛰어넘는 자매의 모험과 성장이 돋보인 이야기
  8. 2019.11.18 영화 [토이 스토리3] : 예정된 이별을 받아들이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전하는 감동
  9. 2019.11.15 영화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작가의 원작 소설을 재탄생시켜 공감을 자아낸 작품
  10. 2019.08.05 영화 [엑시트] : 재난에 대한 경각심과 대응 매뉴얼까지 알차게 담아낸 깨알 재미 가득한 액션극
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20. 5. 15. 22:27

영화 [체크 히어로] :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룬,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 [체크 히어로]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룬,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소년 알렉스와 무사인형인 체크 히어로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에 앞서 마주하는 것이 가능했던 영화의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장면이 보여져서 깜짝 놀랐답니다.


태국의 장난감공장은 어린이들의 노동력 착취를 통해 무사인형이 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일하던 한 아이가 실수로 통역과 함께 방문한 사장의 체크무늬 목도리를 봉제인형의 옷으로 만들어버렸고, 이날 내리친 강력한 번개로 인하여 체크무늬 무사인형에 전설의 무사로 알려진 다크 히어로의 영혼이 깃들게 됨에 따라 체크 히어로의 존재가 탄생합니다. 



그렇게 태국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 체크 히어로는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빠, 의붓형과 함께 살아가는 소심한 덴마크 소년 알렉스의 품에 선장 삼촌이 주는 생일선물로 품에 안기게 돼요. 알렉스는 학교에서 불량 학생들이고 치이고 좋아하는 소녀 제시카에게 말 한 마디 붙이지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체크 히어로의 도움을 받아 학교의 인기인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조건은, 알렉스 역시 체크 히어로를 도와줘야 한다는 거였어요. 



꼭 수행해야 할 임무가 있는 히어로지만 영혼을 제외하면 육체는 인형과 다를 바 없기에 알렉스와 의기투합해서 적을 무찔러 나가는 일이 그에게는 꼭 필요했습니다. 기존에 만나왔던 영웅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귀여운 비주얼은 눈을 사로잡았고, 이에 반해 몸으로 실천하는 행동력은 거칠어서 반전 매력이 존재했던 캐릭터로 봐도 무방했어요.


다만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지는 장면들은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좀 어렵고, 어른들이 설명을 해주기에는 곤란한 부분들이 많아서 전체 관람가라는 등급에는 맞지 않는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렉스의 삼촌이 여성 친척들에게 반가움을 표하는 행동은 무례하기 그지 없었고, 아동 노동력 착취과 밀수 등의 사회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인 것은 맞으나 무게감이 상당해서 동글동글 깜찍한 그림체로도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참고로 덴마크 애니메이션인 [체크 히어로]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창작되었으며 인기가 엄청나서 시즌2 또한 만나볼 수 있을 거라고 하던데, 그래서 조금 두려워졌습니다. 어떤 줄거리를 가지고 돌아올지 예상이 불가능해서요. 


그치만, 후속편이 개봉한다면 한 번쯤은 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어요.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소년과 작은 인형 히어로가 합심해 선보인 해결책이 나름의 통쾌함과 짜릿함을 선사했으니까요. 과격한 체크 히어로를 달래 정의를 구현한 알렉스의 선택도 탁월했음은 물론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화 [체크 히어로] 속 알렉스와 체크 히어로의 케미가 환상적이라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이와 함께 귀를 사로잡는 음악도 애니메이션의 강점이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덧붙여, 2019년에 진행된 21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장편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사실도 알게 돼서 흥미진진했습니다.


마냥 재밌진 않았지만,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관계로 그냥저냥 볼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 [체크 히어로]였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세상에 없던 영웅이었던 것만은 맞다고 보여집니다. 이로 인해 체크 히어로와 더불어 알렉스 또한 한뼘 더 성장했으니 이 또한 훈훈한 결말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아기자기한 내용의 애니메이션이 보고 싶을 때 권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니, 이 점은 꼭 참고해서 봐주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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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베짱꼬북
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20. 3. 26. 19:00

영화 [엠마] : 안야 테일러 조이가 선보인 캐릭터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작품


영화 [엠마]는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엠마'를 원작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의 주인공인 엠마를 제인 오스틴이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라고 밝힌 적이 있어서 궁금증을 자아냈는데요, 이번 기회에 그 주인공을 영화와 책을 통해서 접하게 돼 즐거웠습니다. 



영국의 작은 마을 하이버리에 살고 있는 엠마 우드하우스는 유복한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나 아버지와 함께 풍족한 삶을 누리던 와중에 가정교사 테일러의 중매를 성공시킨 후, 다른 이들의 사랑을 연결시켜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무료한 인생의 재미를 찾아나가기 시작합니다. 


정작 본인은 결혼에 관심이 없고, 자신이 생각하는 관점만으로 커플 매칭을 이어나가려고 하다 보니 예기치 않은 오해와 갈등이 빚어져 엠마는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깨달아 나가며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내용이 영화 [엠마]의 기본 줄거리입니다.  



고전로맨스소설로 잘 알려진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엠마'는 700쪽이 넘어가는 분량을 보유한 작품이기에 영화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만을 124분 속에 압축시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기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메가폰을 잡은 어텀 드 와일드 감독은 유명 사진작가이자 뮤직비디오 아트디렉터로 이번 작품이 장편영화 데뷔작인 만큼, 자신만의 강점을 영화 [엠마]에 녹여내는데 집중함으로써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했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엠마]는 비주얼적인 면에서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19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써 이에 걸맞는 화려한 의상과 아름다운 시골 풍경, 귀족들이 거주하는 저택의 멋스러움이 황홀함을 자아낼 정도였어요. 호화로운 저택 내부를 중심으로 티타임을 즐길 때 보여지던 의자와 테이블, 찻잔의 우아함은 물론이고 디저트의 먹음직스러움 역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여기에 더해진 배우들의 열연도 기대 이상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엠마의 아버지인 미스터 우드하우스로 등장한 빌 나이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 속 빌리 맥이 머리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어 반가움을 전하는 배우이기도 했습니다. 비중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서 인상적이었다지요. 



이와 함께 미스 베이츠로 열연한 미란다 하트의 활약도 인상깊었습니다. 원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복스힐 에피소드가 살짝 변형되면서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만나볼 수 있도록 도왔고, 이를 통해 엠마와 미스 베이츠의 관계를 보다 돈독하게 만들어주는 계기로 작용함으로써 소설과 다른 감동을 심어줘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엠마의 결혼식에서 눈물을 닦아내던 미스 베이츠의 모습에 저도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였으니 말 다한 거죠.


영화의 특성상 소설 속 문장에 응집된 제인 오스틴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를 과감히 생략하는 대신, 계절에 따른 에피소드를 부여해 보는 재미를 극대화시켰다는 점에서 어텀 드 와일드 감독의 [엠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어 재밌었습니다.



중심인물에 포커스를 맞춰서 과거에 머물러 있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현재의 시대와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각색해 선보인 점도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커플로 맺어진 여성과 남성의 나이차까지 극복해 내진 못했지만,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수정과 보완을 거쳐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자 노력한 면모가 엿보여 다행스러웠답니다.


뿐만 아니라 개성 넘치던 미스터 엘튼(조쉬 오코너), 프랭크 처칠(칼럼 터너), 조지 나이틀리(자니 플린), 놀라운 피아노 연주 실력으로 감탄을 불러 일으킨 제인 페어팩스(앰버 앤더슨), 테일러가 떠나고 엠마의 절친이 된 해리엇(미아 고스)의 사랑스러움도 영화로 빠져들게 만든 볼거리였다는 사실을 밝혀 봅니다. 


이중에서도 해리엇과 엠마의 케미가 매력적이었습니다. 마틴에게 청혼받은 해리엇을 엘튼과 이어주려다가 두 사람의 우정에 금이 갈 뻔 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영화 [엠마]는 주인공은 엠마를 연기한 안야 테일러 조이가 선보인 캐릭터의 매력 속에 푹 빠질 수 있어 행복한 작품이었습니다. 예쁜 데다가 우아함까지 갖춘 부잣집 아가씨로 그에 못지 않은 허세까지 잔뜩 지니고 있는 것이 흠이긴 했지만, 밉지 않은 중매쟁이라서 절로 눈이 가더라고요. 


원작보다 덜 이기적이고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며 사과할 줄 아는 마음씨를 지녀서 책보다 정이 더 많이 가게 만들었던 안야 테일러 조이의 엠마를 만날 수 있어 즐거웠어요.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연기도 좋았지만 의상도 어쩜 그렇게 다 잘 어울리던지,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캐스팅이었음을 인정하는 바입니다. 


게다가 의외로 마음이 여리고 허술한 부분이 없지 않아서, 나이틀리의 고백이 이루어지는 진지한 장면에서 흘러내리는 코피를 주체하지 못하던 엠마가 인간적으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이때 착용한 새하얀 드레스와 여기에 수놓아진 식물들의 싱그러움, 초록으로 빛나던 목걸이와 엠마의 조화도 아름답기 그지 없어 여신이라고 칭호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지요. 바람에 흔들리던 나무와 풀로 가득한 온화한 자연의 품 안에서 발생한 로맨틱한 분위기에 웃음까지 곁들여지니, 유쾌함까지 추가돼 영화 [엠마]에서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남았습니다.  



곁에 존재하는 소중한 사람의 존재를 일깨워주기도 했던 영화 [엠마]는 어떻게 보면 뻔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작품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가볍게 관람하긴 했지만, 입 바른 소리를 하며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나이틀리 덕택에 엠마가 성장을 이루어 냈으니 최고의 해피엔딩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는 볼거리로 가득해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이 장점, 소설은 영화에서 미처 접하지 못한 생생한 인물들의 관계를 깊이 있게 확인하는 이이 가능하니 이왕이면 두 장르의 [엠마]를 모두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과 다르게 쓰인 부분을 발견해 내는 재미도 쏠쏠할 거예요.


저에게는 안야 테일러 조이를 알게 해준 영화 [엠마]와의 시간이 설렘을 가져다 주었던 한때였습니다. 상영관이 많지 않고 상영 날짜가 짧아서 불안했는데, 그래도 늦지 않게 보고 넘어갈 수 있어 흡족했습니다. 19세기만의 무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취향이었을 것이라고 짐작되는 작품, 음악의 쓰임새도 훌륭해서 눈과 더불어 귀까지 호강했던 영화임을 이야기하며 오늘의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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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베짱꼬북
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20. 2. 11. 15:30

영화 [극한직업] : 보고 나면 치킨이 먹고 싶어지는 액션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은 국제 범죄조직의 국내 마약 밀반입 정황을 맞닥뜨리게 된 고반장 고상기(류승룡)이 팀원인 장형사 장연수(이하늬), 마형사(진선규), 영호(이동휘), 재훈(공명)과 함께 잠복 수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총 5명으로 구성된 마약반은 열심히 하는 것에 비하여 실적이 부진해서 해체 위기에 직면하는데, 이를 극복하고자 24시간 감시를 실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범죄조직의 아지트 앞에 자리잡은 치킨집에서의 잠복이 어쩌다 보니 가게 인수로 이어지며 예상치 못한 위장 취업이 시작되었고, 수원 갈비집 아들로 절대미각을 보유한 마봉팔 형사가 갈비 양념에 버무린 치킨을 내놓음으로써 맛집으로 소문이 나기에 이르지요. 그리하여 수사는 뒷전이고 치킨 장사로 분주해진 마약반은 이대로 치킨집 운영에 집중하며 닭을 잡을 것인가, 경찰의 본분을 다하며 범인을 잡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집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5명 모두 경찰이 아닌 장사에 소질이 더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충분히 고심해 볼만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와중에 수원에서 30년 전통의 왕갈비집을 했어도 이만큼 유명해진 적이 없다는 봉팔의 한탄을 듣고 나니 시기와 아이디어가 잘 맞아 떨어졌다고 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왕갈비 양념을 활용한 통닭은 이름만 들어도 맛있어 보이지만 흔한 음식은 아니었으므로 사랑 받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고반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마약반 팀원들 개개인의 무술 실력 만큼은 출중하나 작전 수행 능력에 있어 정교함이 떨어졌기에, 이것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느낌이 영화를 볼수록 강하게 와닿았습니다. 똘기 또한 충만하지만 아직은 좀 더 실력을 갈고 닦아야겠다 싶었지요. 


그리하여, 다섯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로 말미암아 작품에 걸맞는 캐릭터의 개성을 만나볼 수 있었던 점은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맛깔나는 대사와 시선을 사로잡은 연출이 생생하게 살아난 이유 또한 여기에서 찾는 게 가능했으니까요.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액션 코미디 장르는 익숙한 게 사실이지만, 영화 [극한직업]은 조금 달랐습니다. 경찰수사에 치킨집을 접목시킴에 따라 신선한 소재가 빛을 발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영화 속 대사를 패러디해 저의 관람평을 이야기해 보자면 아마도 이거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이것은 액션 코미디 영화인가, 음식영화인가?', 그 정도로 치킨과 치킨집이 많이 나왔답니다. 실제로 영화에 사용된 치킨이 463마리라고 하니 말 다한 거죠.


영화 [극한직업] 덕택에 수원 통닭거리가 흥했고, 수원왕갈비통닭을 개발한 남문통닭에서 판매가 재개된지 괘 됐다고 해서 저도 그 맛이 궁금해집니다. 처음 수원왕갈비통닭이 출시됐을 때 판매가 저조해서 메뉴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생긴거라고 하니, 먹어볼 기회는 지금이 맞는 거겠지요.  



액션 코미디인데 치킨 얘기만 해서 음식영화라는 착각이 들게 만드는 [극한직업]은 마약반 멤버들의 가게가 잘 되면서 본격적으로 장르의 반전을 꿈꾸게 됩니다. 이로 인해 악역 이무배(신하균), 테드 창(오정세)의 존재감도 잘 살아나니 관심있게 지켜봐 주셔도 좋겠네요.


영화를 보면서 놀랐던 점은 액션씬이 꽤나 본격적이었다는 사실이에요. 그리하여 초반에는 코미디, 막판에는 액션의 묘미를 만나보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봐도 좋겠습니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장난을 이용한 언어유희도 곳곳에서 마주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제 기준에서는 여기서 멈춰도 되겠다 싶은 선을 넘는 때가 많아서 좀 아쉬웠어요. 이로 인한 호불호도 상당히 갈리지 않았을까 예상해 봅니다. 



액션씬 중에서는 장연수 형사 역의 이하늬와 이무배의 보디가드로 엄청난 활약을 경험하게 해준 장진희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보여졌습니다. 웃음기 쫙 빼고 액션에 초점을 맞춘 명장면이었어요. 이외에 고반장의 좀비설 목격, 야구부 출신 재훈의 맷집 확인, 유일하게 경찰이라는 본분을 자각했다가 서서히 치킨집 장사에 빠져들던 영호의 변화 역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중간에 이들이 마약반에 투입된 이유가 공개되는데, 덕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해를 제대로 시켜주는 개연성, 인정! 



보는 내내 가장 눈에 들어왔던 주인공은, 마형사 역의 진선규 배우였습니다. 절대미각에 요리도 잘하고, 유도 국가대표 출신에 중국어마저 능숙하게 구사함에 따라 다재다능한 캐릭터로 팔색조의 면모를 선보여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다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인해 사고뭉치에 가까웠다는 점이 너무나도 큰 약점이었답니다. 역시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 게 맞는 듯 해요.



마형사는 영화 [극한직업]을 음식영화, 액션영화, 코미디영화로 변화시키는 엄청난 캐릭터로 배우 진선규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키기에도 충분했다고 봅니다. 물론, 다른 작품을 통해 가치를 인정받은 게 먼저이긴 하지만 말이죠. 아, 여기에 장르를 한 가지 더 추가해야 하는 걸 깜빡했네요. 이름하여, 로맨틱 코미디!


감칠맛 나는 열연으로 존재감을 표출한 진선규의 계속되는 행보를 그런 의미에서 응원합니다+_+



여러모로 킬링타임용 무비로 가볍게 보기 괜찮았지만, 딱히 취향은 아니었던 영화 [극한직업]이었습니다. 저는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 안 보고 올해 설 특선영화 덕택에 마주하게 됐는데 그게 참 다행이다 싶었어요. 보고 나면 치킨이 먹고 싶어지는 액션 코미디 정도로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그래도, 영화 [극한직업]의 명대사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네요.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통닭인가?" 이거요. 고반장의 능청스러운 전화받기에 감탄하며 웃음을 터뜨렸던 장면이라 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거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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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베짱꼬북
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20. 1. 28. 15:22

영화 [협상] : 전형적인 신파 스릴러의 아쉬움을 남기다


영화 [협상]은 2018년에 개봉했고, 손예진과 현빈이 주인공으로 출연함에 따라 이목을 집중시킨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설 연휴에는 안방극장에서도 만나보는 일이 가능해져 이슈가 된 게 사실이지요. 현재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두 배우가 다시금 동반 출연하고 있어서 화제성이 더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덕분에, 저 역시도 영화관에서 놓쳤던 영화 [협상]을 이번 기회에 마주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못 보고 지나간 작품을 한 편씩 즐기며 명절 연휴를 만끽하는 재미도 상당하더라고요. 



범죄 오락 영화를 표방하며 시작된 [협상]은, 경찰청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제 범죄조직의 무기 밀매업자 민태구가 태국에서 한국 경찰과 기자를 납치한 후 채윤을 협상 대상으로 지목함에 따라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게 됩니다. 그에 앞서 열흘 전, 휴가 중이던 채윤이 현장에 긴급 투임됐음에도 불구하고 인질과 인질범이 모두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던지라 하경위는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새로운 임무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참고로, 하채윤은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소속 경위로 활약 중이었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인질극을 벌이는 와중에도 별다른 이유와 목적을 언급하지 않는 민태구로 인해 난감한 상황 속에서 채윤은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어떤 정보도 미리 전해받지 못했기에 당황스러움이 역력했어요. 그나마 한과장(장영남)이 나중에서야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알려줘서 사건의 내막을 아주 조금 알아차린 정도가 다였습니다. 


결국 보다 못한 채윤이 자신의 팀원인 이다빈(이주영), 박민우(이학주), 같은 팀 선배이자 소속 조사관인 안혁수(김상호)와 의기투합해 정보를 수집해 나가며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밖에 없어 이 점이 굉장히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뿐만 아니라 인질들의 생사 여부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민태구의 죽음을 바라던 고위직 간부들의 실리 추구 행태에는 고개를 내젓게 되고야 말았습니다. 민태구도 악인이지만, 고위직 간부들 역시도 그에 버금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하채윤으로 분한 배우 손예진의 연기가 인상적으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민태구의 말대로 하채윤은 가슴이 뜨거운 협상관임이 분명해 보였어요. 그리고 드디어, 자신이 주도권을 잡아 사건을 지휘해 나갈 때 마주하게 된 리더십도 최고였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완성도 높은 오피스물의 주인공으로 열연하는 손예진을 간절히 보고 싶어질 정도로 말이죠. 


다만, 협상관의 자질을 제대로 갖춘 캐릭터였다고 말하기에는 힘들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유학파 출신으로 뛰어난 협상전문가임을 피력하고는 있었지만, 영화 속에서 보여진 두 건의 협상은 성공이 아닌 실패에 가까웠기 때문에 실력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았으니까요. 



물론, 이것은 단순히 채윤의 잘못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게 맞아요. 채윤이 협상을 이어가려고 할 때마다 같은 편임에도 훼방을 놓는 사람들이 많아서 결렬된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성공적으로 협상을 거둔 사건을 먼저 보여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의 임팩트가 여러모로 약해서 확 와닿지 않은 것이 이 작품의 단점이기도 했으니까 말이죠.


그 와중에 채윤의 팀원인 민우가 기기를 통하여 민태구의 감정이 흔들리는 찰나를 캐치해내는 장면은 꽤나 신기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차라리,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을 중심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이야기를 보여줬더라면 훨씬 더 흥미진진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음은 물론입니다. 박민우, 이다빈, 안혁수, 하채윤. 네 사람이 힘을 합쳐 이끌어 낸 성공적인 협상이 오히려 더 흥미진진한 결과를 이끌어 냈을 거라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현빈은 영화 [협상]의 민태구 역할로 데뷔 이래 최초로 악역을 맡은 거라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그래서 더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마냥 악한 인간은 또 아니었던 것 같아서 이러한 인질극을 벌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안타깝게 다가왔답니다. 


다만, 채윤의 쓰리 사이즈에 대한 질문은 대본상 에러였다고 여겨집니다. 범죄 오락 영화에서 곁들여야 할 오락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거라면, 고리타분하다는 이야기 밖에 해줄 말이 없네요.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캐스팅된 만큼 영화가 천천히 베일을 벗어나감에 따라 긴장감을 갖고 지켜보려 노력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몰입감을 떨어뜨려서 기대했던 스릴러의 재미는 만나볼 수 없었음을 밝힙니다. 배우들은 훌륭했으나 그것이 전부라서 많이 아쉬웠어요.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범죄 오락물이 아니라 전형적인 신파 스릴러와 다를 바 없었다는 점, 영화의 엔딩마저 찝찝함을 남기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가 돼서 허무함 그 자체였던 영화 [협상]이었습니다. 극장에서 관람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면 말 다한 거죠......왜 끝으로 갈수록 신파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걸까요......



그래도, 하채윤 경위의 제복 입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이 점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중단발 헤어 스타일도 냉철한 협상관 캐릭터와 잘 맞아 떨어져서 보는 재미가 상당했어요. 최고의 협상관으로 발돋움하며 냉철함을 유지하기 위한 시간은 좀 더 필요해 보였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익숙한 캐릭터와 구별되는 차이점이 존재해서 보길 잘했다 싶었습니다.


씁쓸한 마음을 가눌 길 없어 담배를 달라고 내민 손가락에 홍삼을 쥐어주던 혁수의 다정함도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위급했던 상황이 한창일 땐 본인이 먼저 담배를 건네줬으면서 말이지요.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가 되고팠으나 예기치 않은 결말로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은 실패작이 되어버린 영화 [협상]이었습니다. 배우들이 아무리 잘해도, 스토리가 별로면 재관람은 아무래도 무리인 거지요. 


안방 1열에서 볼 수 있어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가능했던 영화로 기억하게 돼 슬프지만, 이렇게라도 만나게 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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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20. 1. 10. 09:07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 천재 음악가의 감미로운 선율을 품은 바다를 만나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은 2002년에 개봉했던 작품인데, 올해 재개봉됨에 따라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잔잔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시네마 천국'과 '베스트 오퍼'를 연출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과 두 작품의 음악을 담당한 엔니오 모리꼬네가 다시금 의기투합해 탄생된 만큼, 눈과 더불어 귀가 즐겁지 않을 수 없었던 영화였어요.



유럽과 미국을 오가는 배, 버지니아 호에서 1900년에 태어나 생을 마감할 때까지 바다 위의 삶을 영위한 천재 피아니스트 나인틴 헌드레드의 이야기가 그의 유일한 친구였던 트럼펫 연주자 맥스를 통해 펼쳐지면서 경험하는 것이 가능했던 놀라움이 생각지 못한 감동을 전해주기에도 충분했답니다. 





1등석 연회장의 피아노 위 레몬 상자 안에 놓인 채로 버려진 아기를 발견한 대니 부드만(빌 넌)은 아이에게 "대니 부드만 T.D. 레몬 나인틴 헌드레드"라는 이름을 붙여준 뒤 그가 일하는 버지니아 호에서 함께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배에서 발생한 사고로 대니는 죽음을 맞이하고, 이로 인해 나인틴 헌드레드는 처음으로 버지니아 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떠요. 그리고, 한밤중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로 선실에서 잠든 사람들을 깨우기에 이릅니다.



이날 이후로 세월이 많이 흘러 트럼펫 연주자 맥스가 버지니아 호 악단의 단원이 되기 위해 배에 오르고, 나인틴 헌드레드와 우정을 쌓으며 보낸 시간을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속 화자가 되어 들려줘요. 그렇게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현재로 오고 가는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천재 음악가의 감미로운 선율을 품은 바다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피아니스트를 주인공으로 제작된 영화인 만큼, 음악에 엄청난 공을 들였음을 확인하게 해준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은 그런 의미에서 황홀한 피아노 선율을 만끽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영화음악의 거장으로도 유명한데요, 이러한 타이틀의 진가를 작품 속에서 마주하게 돼 만족스러웠어요.


저는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보다는 음악이 더 감명깊긴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명장면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었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침으로 인해 흔들리는 배 안에서 구토 증세로 정신을 못 차리던 맥스(프룻 테일러 빈스)의 앞에 나타난 나인틴 헌드레드(팀 로스)가 피아노 앞에 앉아 고정장치를 풀어달라고 부탁한 다음, 자신의 옆에 자리를 잡으라고 말하더니 두 손으로 멋지게 피아노 연주를 시작하면서 만나게 된 장면은 정말 최고였어요. 두 친구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라고나 할까요? 


1등칸 연회장 곳곳을 피아노가 움직이는대로 따라가던 둘의 표정은 좋아하는 놀이기구를 타게 돼 신난 어린 아이의 표정과 다를 바 없었어요. 이러한 상황은 나인틴 헌드레드가 선사하는 피아노 연주로 인해 극대화되며 황홀함을 자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듯 상상을 뛰어넘는 판타지로 가득했던 찰나가 그들이 처한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 건, 피아노와 충돌한 유리창이 깨져버리면서부터였지만 그건 중요치 않아 보였어요. 적어도, 나인틴 헌드레드와 맥스 두 사람에겐 말이지요.



나인틴 헌드레드는 1등석 연회장에선 복장을 갖춰입고 악단 단원들과 정해진 악보를 기본으로 약간의 즉흥 연주를 겸하는 말썽꾸러기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의 진가는 3등석에 마련된 피아노를 통해 만나보는 것이 가능해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건반 위에서 자유롭게 흘러가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전하는 선율에는 기울이지 않을 도리가 없더라고요. 



태어나서 한 번도 피아노를 연주해 본 적 없는 아이가 선보이는 놀라운 재능은 버지니아 호의 명물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배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나인틴 헌드레드를 사랑했음을 영화 곳곳에서 깨달을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해졌답니다.


피아노가 인생의 시작이자 끝이었던 나인틴 헌드레드의 일대기에는 맥스와 우정과 더불어 사랑의 아련함 또한 엿볼 수 있었습니다. 피아노 연주를 하며 선실 밖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에 와닿은 소녀(멜라니 티에리)의 모습은 강렬함을 자아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인틴 헌드레드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는 안내자가 되어주진 못했기에 오히려 더 여운이 남았어요. 덧붙여, 둘의 만남이 단순한 우연인 것만은 아니었으니 이 점은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해 주시면 좋겠네요. 




버지니아 호를 떠나 땅에 발을 내딛고 싶었던 때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나인틴 헌드레드는 결국 배 위의 피아니스트로 영원히 기억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피아노 위에 홀로 남게 됐을 때부터,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에서 피아노 치는 나인틴 헌드레드의 옆에서 맥스가 트럼펫을 불며 환상의 하모니를 뽐내던 장면도 좋았어요. 서로를 가슴 깊이 이해할 줄 아는 둘이었기에, 눈빛으로 진심을 표현하는 장면도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야기의 진행 방향과 결말은 예정된 거나 다름 없었기에 그 흐름을 따라가며 영화에 몸을 맡기게 됐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남는 건 역시나, 음악이더라고요.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OST는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여전히 이 작품을 추억하는 매개체로 오래도록 곁에 남아 있을 듯 합니다. 



참고로, 알레산드로 바리코의 소설 '노베첸토'가 원작이라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책도 읽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제가 이 소설을 읽은 건 아닌데, 노베첸토라는 단어는 익숙한 걸로 봐선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있나 봐요. 그러니 시간 내서 원작소설도 꼭 정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은 작품 관람의 기준에 있어 음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선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결론적으로, 음악영화의 묘미를 접하고 싶을 때 보면 참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2020년 새해의 문화생활을 꽤나 마음에 드는 영화와 함께 출발할 수 있어 저는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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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19. 12. 27. 19:39

영화 [나이브스 아웃] : 미스터리 모던 추리 스릴러의 재미를 극대화시킨 작품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미스터리 모던 추릴러의 재미를 극대화시킨 작품이었습니다. 탐정이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점에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책 속 주인공으로 내세운 셜록홈즈를 기반으로 탄생된 시리즈물 등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어 반가움이 앞섰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고전 추리 수사극 및 탐정물의 묘미가 한껏 드러났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도움으로써 시선을 집중시켜 흥미로움이 극에 달하게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인 할란 트롬비가 85세 생일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대저택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것이 기본적인 줄거리인데 스토리 전개 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의 개성이 두드러져서 보는 재미가 상당했던 영화가 바로 [나이브스 아웃]이었습니다.



사건 해결을 위해 투입된 탐정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 할란의 간병인이었던 마르타 카브레라(아나 디 아르마스), 할란의 첫째 딸 린다(제이미 리 커티스)와 사위 리처드(돈 존슨), 린다와 리처드 부부의 아들인 휴 랜섬 드라이스데일(크린스 에반스), 둘째 며느리 조니(토니 콜렛), 조니의 딸 메그(캐서린 랭포드), 막내 아들 월트(마이클 섀넌), 막내 며느리 도나(리키 린섬), 월트와 도나의 아들 제이콥(제이든 마텔), 할란의 어머니(K 칼런), 가정부 프랜(에디 패터슨), 경찰 엘리엇(라키스 스탠필드), 경찰 와그너(노아 시건). 여기서 탐정과 경찰 둘을 제외한 이들은 전부 용의선상에 올랐고, 이로 인해 세 사람의 심문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고전 추리극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킨 작품은 배우들의 활약 뿐만 아니라 치밀한 대본과 화려한 비주얼로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어요. 저는 그중에서도 사건이 발생한 할란 트롬비의 대저택을 중심으로 마주하게 됐던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답니다.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고립된 채, 홀로 하늘 높이 솟아오른 대저택의 위엄이 압도적인 외관과 더불어 추리소설 안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은 분위기로 꾸며진 내부 인테리어와 소품의 매력이 인상적이었어요. 


할란이 시체로 발견됨에 따라 가정부와 간병인을 포함한 트롬비 가족 구성원 모두가 대저택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전부 살인 동기를 갖고 있었는데, 인물들 대부분은 할란의 재산이 목적이었으므로 장례식 이후에 발표된 유서의 내용에도 집중해야만 했어요. 그리하여, 유서에 쓰여진 할란의 유언으로 인하여 다시금 폭풍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무래도 영화의 장르가 추리물이다 보니까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한 내용을 밝히긴 힘들지만, 추리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흥미로운 요소가 가득하다는 점에서 볼만한 가치가 존재하는 작품이었음을 인정합니다. 게다가 관객 역시도 보는 내내 범인을 추리해 나가게 만들어서 이로 인한 몰입감도 대단하더라고요.


사건의 한가운데 자리잡게 되는 인물은 할란 트롬비 역은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맡았는데, 필모그래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해군 장교인 폰 트랩 대령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깜짝 놀랐어요. 지금도 여전히 활발하게 배우 생활을 하고 있음을 깨달아 반가웠음은 물론입니다.


가족들을 사랑하지만 작가로 일하며 벌어들인 자신의 막대한 재산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걸 알고 고뇌하는 인물 연기를 세심하게 선보여 눈길이 절로 갔습니다. 그리고 추리작가답게 저택 역시도 다양한 트릭을 보유한 공간으로 장면 곳곳에서 놀라움을 전해줘서 재밌었어요. 



메그 역의 캐서린 랭포드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미드 [루머의 루머의 루머]에 출연해 인기를 얻게 된 배우라고 하네요. 저는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책으로만 접한 게 전부라 드라마 속 그녀의 모습이 문득 궁금해졌어요. 여주인공 해나 베이커로 놀라운 연기를 선사했다고 하니, 언젠가 기회가 돼서 확인하게 될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사실, 메그는 영화 [나이브스 아웃]의 주요 인물은 아니에요. 용의자 목록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딸의 학교 등록금을 시아버지에게서 받아왔던 건 할란의 며느리이자 메그의 어머니인 조니였거든요. 대신에, 마르타의 친구로 따뜻하게 대해주는 모습이 감명깊었답니다.



사건이 벌어진 이후, 마르타가 대저택에 다시 왔을 때 경찰들이 파출부냐고 묻는 질문에 메그가 화를 내며 가족 같은 관계였다고 대답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감동이었습니다. 둘 사이의 친분을 한 마디 말로 완벽히 설명하는 장면이기도 해서 기억에 남았어요.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믿고 의지하고 있었기에 그런지 몰라도, 예기치 않게 신의를 져버려야 했던 순간 속에서도 둘의 우정 만큼은 굳건하게 빛나서 역시나 마음에 새기게 되었답니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캡틴 아메리카로 완벽한 리더십을 선보였던 크린스 에반스가 이번 작품에서는 망나니 아들이자 손자로 제멋대로인 캐릭터를 만나게 해주며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모두가 한자리에서 모인 상황에서 심각한 대화가 오고 갈 때 랜섬만이 조롱의 말과 더불어 통쾌한 미소를 지으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서 이로 인한 풍자와 해학이 돋보일 때도 없지 않았답니다. 


다만 유산에 대한 가족 구성원들의 욕심을 비웃던 랜섬 역시도 자신의 몫을 원했으리란 건 쉽게 짐작이 가능했기에, 그의 말이 위선으로 느껴졌음을 인정하는 바입니다. 게다가 할란이 살해당하기 전, 큰 소리를 내며 다퉜던 인물 중 하나에 랜섬이 포함되어 있었으니 블랑의 시선을 피하지는 못 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탐정 브누아 블랑은 의문의 의뢰인이 요청함에 따라 경찰과 함께 대저택에 방문하게 된 인물입니다. 그로 인하여 할란 트롬비 살인사건 속 범인과 의뢰인의 정체를 파헤칠 의무가 그에게 주어졌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용의자들의 심문을 통해 얻어낸 진실과 입수된 증거를 토대로 날카로운 추리력을 선보이며 예상을 뛰어넘는 탁월함을 발휘한 탐정 브누아 블랑 역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맡아 색다른 면모를 보여줘 흥미진진했어요.



다니엘 크레이그는 제게 영화[007 스카이폴]의 제임스 본드 역으로 각인된 배우이기도 한데요, 작품 속 영상미와 음악의 강렬함 속 제임스 본드의 멋짐이 매력적이었는데 [나이브스 아웃]에서는 전혀 다른 면모가 도드라져서 웃으며 바라보는 게 가능했습니다.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와중에도 블랑 특유의 위트 넘치는 말재간과 유머러스함을 장면 곳곳에서 맞닥뜨리게 돼 영화 [나이브스 아웃]이 한층 더 유쾌한 영화로 발돋움할 수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답니다. 게다가 포스터에 쓰여진 "증거는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기도 하죠." 라는 한 문장은, 사건의 진상을 폭로하는 대사이자 블랑의 뛰어난 탐정으로의 자질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해서 공감대 형성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마르타 카브레라는 할란의 간병인이자 유일한 친구와도 같았습니다. 할란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단 한 명이기도 했고, 사건의 열쇠를 거머쥔 인물이기도 해서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놀라웠던 건, 마르타가 거짓말을 하면 곧바로 구토가 나오는 독특한 체질을 지녔다는 점이었어요. 이러한 이유로 블랑은 이러한 마르타의 체질을 활용하고자 그녀를 조수로 고용해 본격적으로 자신이 맡은 사건에 착수하게 됩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19]에 출연했던 아나 디 아르마스가 마르타 카브레라로 열연해 줬는데, 선한 마음씨를 지닌 캐릭터의 심성이 배우로 인해 두드러져서 몰입감을 더했습니다. 단순히 간병인과 환자의 관계에서 그치지 않고, 진심을 나누는 베스트 프렌드로 둘이 함께 있을 때의 편안함이 눈에 띄어 의미깊게 느껴졌습니다. 



사건을 일으킨 범인은 영화 속에서 주어지는 단서를 통해 점점 더 명확해져 갔으나 저의 추리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너무 멀리 나갔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다른 중요한 장면에서의 포인트와 정답을 부분적으로 맞추긴 했으니 이것만으로 만족하렵니다. 추리와 관련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접한 이후로 쌓인 이야기들로 말미암아 상상의 나래를 넓게 펼친 것이 원인이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하하!


이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선의가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자 제작된 작품이었어요. 살인사건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던 계기와 이로 인해 펼쳐진 결과 안에서 안타까운 일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결국에는 정의의 심판 아래 무릎을 꿇어야 했으니 이걸로 된 거라고 믿습니다.


덧붙여, 린다와 할란의 놀이도 시원한 반전을 선물했으니 완벽한 결말이었다고 여겨집니다. 그리하여, 저택을 중심으로 숨겨진 트릭을 하나 둘씩 맞닥뜨리는 재미도 엄청났던 영화 [나이브스 아웃]이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영화 타이틀인 [Knives Out]은 '칼로 찌르다, 칼을 꺼내다'라는 의미인데 록밴드 라디오 헤드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니 이 노래도 꼭 들어봐 주세요. 



영상을 통해 눈으로 읽어 내려가는 추리소설의 매력을 미스터리 모던 추리 스릴러로 새롭게 마주할 수 있어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추리극은 어떤 장르로 만나도 짜릿함을 최고조로 이르게 해 즐겁네요. 다른 건 몰라도, 추리영화에 관심이 지대한 관객이라면, 이 작품을 놓치지 마시길 바라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사립탐정 브누아 블랑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이 작품 하나로 끝내기엔, 블랑 캐릭터가 아깝다고 느끼는 사람이 저만은 아닐 것 같아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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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19. 11. 30. 13:28

영화 [겨울왕국2] : 1편을 뛰어넘는 자매의 모험과 성장이 돋보인 이야기


영화 [겨울왕국2]가 매서운 바람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겨울에는 역시, 겨울왕국 보는 재미가 최고인 것 같아요. 1편만으로 마무리가 될 줄 알았건만, 2편이 또 나오다니요! 이것만으로도 정말 반가웠는데 전작을 뛰어넘는 재미까지 선사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특히, 엘사와 안나가 맞닥뜨리게 해준 흥미진진한 모험과 이를 통해 마주할 수 있었던 성장은 감동이었어요. 아렌델 왕국의 평화로움 속에서 공주 안나와 더불어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여왕 엘사가 어느 날부터 의문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영화의 시작은 관객들을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안나와 엘사가 어렸을 때, 아버지 아그나르 왕이 들려준 마법의 숲에 대한 이야기와 어머니 이두나 왕비가 불러주던 자장가가 시작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자매의 할아버지이자 아그나르의 아버지인 루나드 왕이 마법의 숲에 거주하는 원주민인 노덜드라 부족에게 친선과 더불어 우정의 표시로 왕국 북쪽에 댐을 지어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법의 숲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여주던 아렌델 사람들과 노덜드라인이 갑작스레 대립함에 따라 전쟁이 야기되고 이로 인해 분노한 정령들은 숲 전체를 안개에 둘러싸이게 만들어 버리고 말아요. 이 전쟁으로 루나드 왕이 전사함으로써 아그나르는 아렌델에 도착하자마자 왕의 자리에 앉게 됩니다.  



그 후로 시간이 흘러서 아렌델을 통치하게 된 엘사가 듣게 된 목소리는 바로 앞서 언급한 마법의 숲과 관련이 있는 거였습니다. 안나, 크리스토프, 올라프, 스벤과 함께 몸으로 말해요 게임을 하던 와중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먼저 방으로 들어가 버린 엘사의 불안과 두려움은 낯선 곳으로 향하게 될 여정의 출발점이었던 거지요.



이로 인해 모두가 잠든 밤, 엘사가 굳게 마음을 먹고 새로운 세상으로 걸음을 옮길 것을 이야기하는데 바로 이 순간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향하는 동안 울려퍼지던 'Into the Unknown'의 묘미가 영화 [겨울왕국2]의 재미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이 곡과 더불어 아토할란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Show Yourself'가 음악영화의 강점을 경험하게 해준 넘버임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어요.


이날의 저는 'Into the Unknwon' 보단 'Show Yourself'를 보고 듣는 내내 감동이 더 크게 다가왔음을 밝힙니다. 두 곡 모두 [겨울왕국1] 속 'Let It Go' 만큼의 중독성은 느껴지지 않았으나 엘사가 마주하는 감정의 극대화를 표현하기에는 더없이 완벽했던 음악이기에 귀를 사로잡기에는 충분했다고 생각해요. 



물, 불, 바람, 땅의 정령들의 화를 잠재움과 동시에 다섯 번째 정령을 찾아 떠난 엘사의 시간과 노덜드라 사람과 아렌델 왕국을 구하기 위한 안나의 고군분투가 다시금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던 영화 [겨울왕국2]였습니다. 이와 함께 크리스토프와 스벤이 함께 부르던 노래도 안나를 향한 절절한 사랑이 두드러져서 재밌게 잘 봤어요. 애절한 발라드 분위기가 감명깊더라고요.


자매의 돈독한 우정과 뛰어난 활약이 돋보일 뿐만 아니라 한 단계 더 나아간 스토리 전개와 유려한 영상미로 눈과 귀를 흡족하게 해줬던 애니메이션의 재미가 이 작품의 흥행 비결임을 확실히 알게 돼 만족스러웠습니다. 지난 봄에 다녀왔던 전시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에 걸려있던 [겨울왕국2] 그림 액자의 내용을 영화관에서 애니메이션을 직접 보며 알게 된 점도 뜻깊었고 말이지요.  



2편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새로운 캐릭터는 바로 불의 정령 브루니입니다. 작지만 강한 힘을 지닌 브루니의 존재감이 미소를 짓게 도와서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갈 뻔 했다지요. 귀여운 도마뱀의 엄청난 파워를 만나보고 싶다면, 영화 [겨울왕국2]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앙증맞은 정령의 에너지가 최고였어요! 



그리고 우리의 눈사람, 올라프는 1편에 이어 역시나 빵빵 터지는 웃음을 전해줘서 마지막까지 즐겁고 또 즐거웠어요. 철학적인 의문과 호기심을 지닌 생명체로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들에게까지 사랑받을 이유가 충분한 캐릭터로 다시 만나게 돼서 행복했습니다.



특히 올라프는 영화 [겨울왕국2] 본편 뿐만 아니라 쿠키 영상에서도 유쾌함을 만끽하게 도와주니 이 점을 꼭 기억하시고 상영관을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올라프가 영화 중간에 "사만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애드립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저는 3편을 위한 복선이라고 짐작했는데 그건 아닌가 보더라고요. 아무렴, 어때요+_+



엘사의 곁에 존재하는 든든한 동생 안나는, 진취적이며 용감한 인물의 대명사로 이번에도 역시나 위기의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행동으로 옮기며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조금 다혈질적인 면모가 없지 않지만, 말이 아닌 실천을 통해 모든 것을 보여주었기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아렌델 왕국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지요. 더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통해 만나본시면 이해가 갈 거라고 확신합니다.



남들과 다름으로 인해 매사 조심스럽고 두려움이 앞섰던 엘사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극복해 나가며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게 돼서 기쁩니다. 1편의 이야기를 훨씬 더 좋은 쪽으로 변화시킨 2편을 꼭 봐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영화 [겨울왕국] 1편과 2편을 전부 다 보신 분들이라면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시즌에 따른 견해가 갈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는 1편보단 2편이 더 재밌었기에, 후속편을 제작한 디즈니의 선택에 고마워지더라고요. 게다가 3편도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역시나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보려고 해요. 겨울에는 역시 겨울왕국이 최고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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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19. 11. 18. 20:00

영화 [토이 스토리3] : 예정된 이별을 받아들이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전하는 감동


오늘은 추억의 애니메이션을 떠올리며 이와 관련된 기록을 남겨볼까 합니다. 제가 선택한 영화 [토이 스토리3]는 올해 개봉한 [토이 스토리4]의 전작으로, 9년 전인 2010년에 극장에서 상영된 애니메이션이에요. 1편부터 시작해 2, 3, 4편까지 전부 만나봤는데 그중에서도 요 3편이 가장 많은 감동을 전해준 작품이라서 기억에 남았답니다. 


토이 스토리는 장난감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흥미진진한 모험을 선사하는데, 특히 보안관 우디와 우주비행사 버즈가 중심이 되어 만나볼 수 있는 이야기가 재미를 전해주었습니다. 



영화 [토이 스토리3]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우디와 버즈를 포함한 장난감들의 주인이었던 앤디가 어느덧 성장해 대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되었고, 이로 인해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인형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다락방에 넣어두기 위해 검은 봉지에 담아요. 제일 아꼈던 우디만 제외하고요. 



그런데 앤디 어머니의 실수로 다락으로 가야 할 검은 봉지가 쓰레기장 앞에 놓여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고야 말아요.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깨달은 버즈와 다른 장난감들은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슬퍼하면서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쓰레기장을 탈출, 탁아소에 기증하는 물품 상자로 몸을 옮김으로써 예상치 못했던 목적지에 도착하게 됩니다. 우디는 모든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인형들의 오해를 바로잡고 앤디의 집으로 가기를 청하지만 친구들은 상처를 받은 상태라서 다른 장난감들이 따뜻하게 맞아주는 탁아소를 떠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앤디는 더 이상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기에 탁아소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기대했지만,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 장난감을 거칠게 다루는 데다가 이미 존재하고 있던 인형들이 그곳을 장악하고 있던 터라 탈출 시도마저 번번히 실패해요. 그리하여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우디의 작전이 펼쳐집니다!



우디를 필두로 똘똘 뭉친 장난감 친구들의 고군분투는 기상천외한 계획 속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영상미가 어우러져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각기 다른 생김새를 지닌 장난감들의 특성에 따른 기술과 재치가 돋보이는 완벽한 작전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특히, 바비와 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장난감들의 스릴 넘치는 모험 뒤에는 안타까운 이별이 예정되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는데, 그것은 바로 그들의 주인이었던 앤디와의 이별이었습니다. 대학생이 되면 아무래도 장난감을 갖고 노는 일이 줄어들 수 밖에 없으므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게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흐르는 걸 막지 못 했어요.


앤디는 자신의 장난감들을 다락에 보관하는 대신, 이웃집 꼬마 보니에게 우디까지 전부 선물함으로써 장난감이 장난감의 가치를 잃지 않도록 도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니에게 상자에 담긴 인형을 하나씩 꺼내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모습까지 확인하게 되니까 절로 마음이 뭉클해졌어요. 앤디가 장난감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는지 알 것 같아서 말이지요. 


보니의 집을 떠나기 전, 장난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던 앤디와 잘가라고 웃으며 보내주던 우디의 모습은 지금도 영화 [토이 스토리3]의 명장면으로 기억되고도 남는답니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이별을 선보였던 앤디와 장난감들의 이야기가 감명깊게 자리잡지 않을 수 없었던 애니메이션이라 앞으로도 꽤 오래도록 잊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마음에 온기를 전하는 애니메이션과 함께 하고 싶다면 그런 의미에서 영화 [토이 스토리3]와 함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이거 보고 4편까지 보면 딱 좋아요. 물론, 1편과 2편을 안 보셨다면 처음부터 시작하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장난감이랑 어린 시절을 보냈던 어른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을, 아니 그 이상의 여운을 맞닥뜨리게 해줄 애니메이션이니까 시간 날 때 만나보시길 바랄게요! 만약에 토이 스토리 중에서 딱 한 편만 보고 싶다고 한다면 저는 3편을 권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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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19. 11. 15. 19:48

영화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작가의 원작 소설을 재탄생시켜 공감을 자아낸 작품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조남주 작가가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재탄생됨에 따라 책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었습니다. 1982년 봄에 태어나 2019년 현재를 살아가는 김지영의 삶이 딸, 아내, 동료, 엄마 등의 역할 변화로 인해 달라지는 면모가 특히나 인상적이었답니다. 


이야기는 지영과 대현, 그리고 두 사람의 딸 아영이 명절을 맞이해 부산 시댁을 방문하면서 시작됩니다. 시가족들과 연휴를 보내던 중에 지영이 갑작스레 시어머니를 사부인으로 지칭하며 자신의 엄마 미숙의 말투로 말을 하자 모두 당황하는 가운데, 대현은 아내와 딸을 데리고 급하게 집으로 돌아갑니다.  



매일 반복되는 지영의 하루는 두 돌을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딸을 돌보며 집안일을 해나가는 것만으로 바쁘기 그지 없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해 상사에게 인정받는 기쁨을 누렸던 순간도 잠시,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달라진 인생은 결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도울 뿐이었습니다. 


괜찮냐는 물음에 항상 괜찮다고 답했지만 정말 괜찮았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던 82년생 김지영의 일상은 공허함 속에서 빙의 현상을 거듭 마주하게 했고, 자신의 상태를 직시하게 된 그녀는 대현의 권유에 따라 정신과를 방문해 상담을 받는 과정을 이어가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원작소설이 각종 통계자료와 기사를 통한 정보수집을 토대로 다소 딱딱한 문체와 다큐멘터리적 스토리를 선보인 반면,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경우에는 배우들의 연기와 잔잔한 영상미를 중심으로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게 만들며 공감대를 형성시켜 흥미로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는 소설과 달리, 현재를 기반으로 과거 회상을 곁들여 몰입감을 높인 점도 눈여겨 볼만 했어요. 이로 인해 과거에 머물기보다는 현실을 꿋꿋하게 살아내며 보다 나은 미래로 향하겠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만나보는 것이 가능한 점도 뜻깊었습니다. 


소설은 아무래도 결말까지 절망과 비극을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감돌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영화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인간의 의지와 희망을 확인하게 돼 감동적이었음은 물론입니다.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경험하게 만든 고뇌와 몰래카메라 문제가 대한민국의 현실을 떠올리게 만들면서도, 점점 더 변화를 꾀하는 시대의 본질을 드러냄으로써 곱씹어 볼만 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긴 하지만 말이죠. 




이 작품 속에선 엄마 김지영의 모습이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남편이 일을 하러 나간 시간 동안, 아이를 돌보며 차 한 잔 마시는 잠깐의 여유를 가지는 게 쉽지 않았는데 맘충이란 단어까지 들어야 했던 상황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아프게 만들기 충분했어요. 


뿐만 아니라 남편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재취업을 꿈꾸지만, 결국에는 그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아 다시금 깊은 슬픔과 우울감에 빠져드는 지영의 모습은 안타까움 그 자체였답니다. 



그리고,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눈물을 훔쳐야 했던 명장면으로는 외할머니로 빙의한 딸 지영이 엄마 미숙(김미경)과 대화를 나누던 찰나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아픈 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너 하고 싶은 거 하라던 미숙의 말에 울지 않을 수 없었어요. 


영화는 온전히 지영에게 초점을 맞춘 관계로 미숙이 살아 온 삶은 자세히 표현되지 않지만, 지영의 엄마 역시도 순탄치 않은 생을 이어왔으니 이에 대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원작소설을 꼭 읽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이 되지 않아 안절부절 못하는 지영에게 얌전히 있다가 시집이나 가라던 아버지의 말에 당사자보다 더 분노하며 "지영아, 너 얌전히 있지마. 나대, 막 나대!"라던 미숙의 응원도 통쾌함을 전해주었음은 물론입니다. 



지영의 남편 대현은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소설보다 더 나은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지영이 재취업에 대한 진심을 털어놨을 때 육아휴직 얘기를 꺼내던 찰나가 매우 감명깊었어요. 대신에, 시어머니의 반대로 인해 충돌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지만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지영과 가장 가까운 존재로 곁에 머물며 가족 사이에서 중재하는 역할 또한 도드라졌음을 인정하는 바입니다. 공유도 연기를 잘했고 말이지요. 



82년생 김지영씨는 삼남매 중 둘째 딸로, 언니 김은영씨와 동생 김지석씨 사이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중에서 언니 은영(공민정) 캐릭터가 정말 좋았어요. 다른 이들의 말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살며, 결혼하란 말에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혼자서도 문제없음을 내비치는 당당함이 배우고 싶어졌다고나 할까요? 달라져 가는 사회의 일부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해서 마음에 쏙 들었답니다.


지석(김성철)이 지영의 집에 방문할 때 사갔던 단팥빵이 실제로는 누나가 싫어했던 빵이라는 걸 뒤늦게 깨닫는 장면도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제는 지영이 크림빵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으니, 더 이상의 실수는 없겠죠? 이건 사실 지석의 잘못은 아니었고, 어린 시절의 기억이 불러 온 오류와 같은 거였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만년필을 선물하는 찰나를 볼 땐 찡하기까지 했다지요.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나의 이야기"라는 카피문구가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김지영으로 분한 정유미의 열연은 정말 최고였어요. 담담함 표정 속에 녹아든, 녹록치 않은 생의 희로애락이 정유미의 연기 내공으로 뿜어져 나와 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확실히 소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작품임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리하여, 결말에서 이야기가 극대화되며 마무리를 짓는데 그게 참 따뜻했어요.



제가 본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마냥 허구라고 볼 수 없는 여성들의 삶이 담긴 작품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영화 속에서 펼쳐진 이야기 자체가 머나 먼 과거가 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그렇게 되어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시간은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여지네요.


소설과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의 차이점이 궁금하다면, 두 장르로 뻗어나간 [82년생 김지영]을 전부 만나보시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소설을 접한 분들이라면 영화가, 영화를 먼저 관람한 분들이라면 소설이 궁금해지지 안을까 싶어요. 저도 이번 기회에 책을 다시 읽어보려고 합니다.  


조남주 작가의 원작 소설을 재탄생시켜 공감을 자아냈던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많은 분들이 김지영의 이야기를 들어봐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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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19. 8. 5. 07:03

영화 [엑시트] : 재난에 대한 경각심과 대응 매뉴얼까지 알차게 담아낸 깨알 재미 가득한 액션극


영화 [엑시트]는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응 매뉴얼까지 알차게 담아내면서 깨알 재미 가득한 액션극을 선보임에 따라 여러모로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이었습니다. 화학테러가 발생함에 따라 살아남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는데, 주인공의 삶이 녹록치 않았던지라 공감대가 더 깊이 형성되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영화를 보러 가면서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훨씬 더 재밌게 즐기며 감동까지 확인하게 돼 흥미로웠던 하루였습니다. 웃고 울면서 보긴 했지만, 솔직히 울게 될 줄은 몰라서 살짝 당황했다고 합니다. 



용남은 대학교 산악 동아리 에이스 출신으로 이 방면에 있어서는 능력이 탁월했으나 취업 관련해서는 도무지 답이 없는 백수로, 졸업 후 지금까지 눈칫밥을 먹으며 지내오는 중이었습니다. 그래도 운동 만큼은 손에서 놓지 않았고, 이력서도 꾸준히 내며 미래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아직 실패한 인생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칠순 잔치가 열리던 곳에서 부점장으로 일하는 동아리 후배 의주와 어색한 재회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잠시 후, 가족들이 모두 모여 흥겨움을 발산하던 도중에 도심 전체가 유독가스로 뒤덮이는 일이 발생함에 따라 빌딩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탈출을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하기에 이릅니다. 


유독가스가 아래쪽에서부터 위쪽으로 점점 올라오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빌딩 옥상으로 나가는 것 뿐이었기에 잠긴 옥상 문을 열고자 용남은 산악 동아리에서 갈고 닦은 스킬을 발휘해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 애씁니다.   



대학생 시절, 용남은 의주에게 고백을 했으나 거절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의주를 향한 마음이 남아 있었기에 굳이 어머니의 칠순 잔치를 그녀가 일한다는 곳으로 잡아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성공합니다. 게다가 괜찮은 직장에 취직했다는 거짓말까지 하고 말아요.


의주는 그동안 구 점장의 열렬한 구애가 부담스러웠지만 직장 상사라는 이유로 유예기간만 늘려가던 중에 용남을 만나게 됐어요. 다만, 만나자마자 거의 생존이 달린 위급상황에 직면함으로써 진심이 담긴 대화는 뒤로 한 채 산악 동아리 멤버다운 기지를 발휘하며 용남과 힘을 합쳐 시련을 이겨나가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여기서 일단 배우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구 점장은 강기영이 맡았는데 굉장히 얄밉고 느끼한 감초 캐릭터 역할로 딱이었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주연 배우 2명이 출연하는 것만 알고 가서 깜짝 놀랐고 반갑기도 했다지요. 



의주는 고객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필요한 재난 대응 매뉴얼을 완벽히 숙지하고 있던 최고의 직원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회장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건 점장이 아닌 부점장의 몫이었는데, 이로 인하여 재난 상황에 닥쳤을 때 스마트폰 불빛과 목소리로 모스부호 중 S.O.S 구조 요청 신호를 보내는 장면이 반복돼서 굉장히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참고로, SOS의 모스부호는 •••(S) 와 ㅡㅡㅡ(O)로 이루어져 있으니 기억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즉, SOS의 모스부호는 아래와 같습니다.


* SOS 모스부호 *

•••ㅡㅡㅡ•••(따따따 따아 따아 따아 따따따)


동그란 점 세개는 단음으로 따따따, 직선 세개는 장음으로 따아 따아 따아, 이렇게 외치며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고 합니다. 영화 [엑시트]에서는 입으로 소리를 내면서 스마트폰 플래시를 작동시키고 여기에 손을 부딪치며 불빛으로도 신호를 보내 기억에 남았습니다.



결국에 가족들은 무사히 구조되지만 헬기가 옮길 수 있는 인원이 가득 차서 용남과 의주, 둘만 옥상에 남겨집니다. 영화 [엑시트]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바로 이때부터 펼쳐진다고 보면 됩니다. 산악 동아리 멤버를 활동해 오며 다져진 체력과 기술로 의기투합한 의주와 용남의 재난 탈출 액션극을 비로소 제대로 마주하는 게 가능해진 순간이니까요.



겨우 15분 동안만 사용할 수 있는 방독면을 뒤집어 쓰고, 쓰레기봉투로 방호복을 만들어 거리를 질주하는 둘의 모습은 그래서 더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달리기와 점프, 착지를 이어가며 생명을 위협하는 유독가스를 피해 높은 곳으로 향하는 장면 역시도 마찬가지였답니다. 


그리하여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체력과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많았던 작품이었기에, 배우들의 활약에도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용남과 의주는 가족과 고객들을 지키기 위한 사명감을 필두로 스스로를 희생했지만 그 와중에 눈물이 터져 나오는 걸 멈추지는 못했어요. 빨리 안전한 장소로 가고 싶어 묘안을 낸 것도 잠시, 학원에 갇힌 아이들이 보이자 다시 한 번 구조되는 것을 포기하는 장면은 감동적이면서도 애처로움이 묻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치만 멋졌어요! 


게다가 용남이 고층 빌딩에서 일하는 직장인이었더라면 상황이 더 나았을 거라고 울면서 말할 땐 취업준비생의 짠내가 고스란히 전해져 안쓰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의주는 부모님과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였기에 이로 인한 짠내가 가득했고요. 


그 와중에도 탈출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스릴이 넘치는 시간이었음을 인정합니다. 그리고유튜버들의 생방송과 드론들이 건넨 도움은 SNS가 생활화된 시대를 반영한 느낌이라 고개를 끄덕거리며 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두 사람이 살아남은 방법에 대한 의문은 엔딩 이후에 에필로그 영상으로 맞닥뜨릴 수 있으니 이 점을 기억하시면서 영화를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임윤아와 조정석의 열연에는 다시금 힘찬 박수 갈채를 보냅니다. 체육인에 걸맞는 다채로운 액션씬의 향연이 두 배우로 인해 살아났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둘 다 얼굴 막 써가면서 우는데 절실함이 도드라져서 저도 울먹이게 되는 순간이 상당했답니다. 곳곳에 포진된 웃음코드도 나쁘지 않았고요.


전우애가 느껴지던 둘의 핑크빛을 예감하게 만드는 엔딩도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영화가 펼쳐지는 동안에는 로맨스가 뿜어져 나올 여력이 없었지만 은근한 복선을 남김에 따라 미소 짓게 만들어 좋았어요.


아, 그리고 신파 또한 볼 수 없는 영화였어서 흡족함을 남겼습니다. 오로지 재난 탈출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괜찮았어요. 더불어 까메오로 출연한 이들 중에서는 이동휘의 얼굴이 기억에 남네요. 긴가민가 했는데 맞다고 해서 그렇구나 했어요. 하하!



마냥 가볍게 볼 수 없는, 묵직한 메시지를 녹여내서 곱씹어 볼만한 여지가 많은 영화였다는 점에서도 의외성이 존재해 저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이와 함께, 영화 말미에 들려오던 이승환의 '슈퍼 히어로'도 작품에 딱 어울리는 곡이었어서 이로 인한 여운도 남았음을 밝힙니다. 특히, 영화 [엑시트]에 삽입된 '슈퍼 히어로'에는 SOS 모스부호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감상하면서 구조신호를 머리 속에 꼭 저장해 두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재난은 물론이고 삶에 대한 경각심까지 불러 일으켰던 영화가 [엑시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독가스가 도심에서 퍼져 나가게 된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재난을 많은 사람들이 겪지 않아도 됐을 테니까 말이죠. 우리의 삶과 언제 닥쳐 올지 모르는 재난에 대한 경고와 대응 매뉴얼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 작품이니 관심 있다면 영화관에서 직접 만나보시길 바랄게요. 날 더울 땐 역시, 시원한 영화관이 최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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