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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해당되는 글 65건

  1. 2021.02.04 넷플릭스 단편 [할아버지의 캔버스] : 생생한 그림 속 감동의 여운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
  2. 2021.01.03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 : 삶과 문학의 가치를 일깨워준 작품
  3. 2020.12.21 영화 [크리스마스 스위치1,2] : 바네사 허진스가 선사하는 사랑의 기적
  4. 2020.11.10 영화 [증인] :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 속에서 펼쳐지는 감동의 휴먼 드라마
  5. 2020.10.07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크레이지 로맨스
  6. 2020.09.03 영화 [기묘한 가족] : 무섭지 않은 좀비가 나오는 B급 감성 코미디 가족극
  7. 2020.08.01 영화 [차이니즈 봉봉 북경편] : 맛있는 음식과 이야기, 사람과 꿈이 존재하던 공간
  8. 2020.07.17 영화 [미스 스티븐스] :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한 우리들을 위한 이야기
  9. 2020.07.08 영화 [내 이름은 꾸제트] : 보육원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성장형 수제 애니메이션
  10. 2020.06.26 뮤지컬 영화 [렌트] :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청춘들이 선사하는 삶과 예술을 만나다
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21. 2. 4. 01:52

넷플릭스 단편 [할아버지의 캔버스] : 생생한 그림 속 감동의 여운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할아버지의 캔버스(canvas)]는 넷플릭스 단편 영화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난 후 한없이 그리워하며 슬픔에 잠겨 살아가던 할아버지가 손녀를 통해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시금 손에 붓을 쥔 채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이 담긴 이야기가 감동을 자아냈어요.

 

10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대사가 존재하지 않지만 생생한 그림 속에 녹아든 스토리의 여운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줘서 보는 재미가 남달랐답니다. 스토리 전개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었으나 검버섯이 피어난 할아버지의 얼굴이 말해주는 세월의 흐름, 생기를 잃어버린 눈동자에서 전해져 오는 삶의 허무함 등이 입체적으로 다가와서 감탄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별의 충격으로 말미암아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된 할아버지였지만, 손녀가 집에 찾아와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줄 때마다 미소짓는 일을 멈출 수는 없었어요. 뿐만 아니라 손녀로 인해 마주하게 된 아주 사소한 사건 하나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 싶더라고요.

 

할아버지가 붓을 놓은 이유부터 다시 캔버스를 향하여 붓을 움직이게 된 순간까지의 여정이 자연스러운 감정의 변화 속에서 물 흐르듯이 보여줘 인상적이었음은 물론입니다. 이로 인해 곁에 있는 가족의 의미 역시도 다시금 되새겨 볼 수 있어 감명깊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코로나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어려워진 요즘, 그래서 더욱 이런 작품이 마음을 깊이 파고들지 않았나 싶어요. 덕분에,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 스며든 인생의 진리가 심장을 두드리기에 충분했던 시간이었음을 인정합니다. 

 

혼자가 아닌 다른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온기를 경험하게 해주었던 넷플릭스 단편 영화 [할아버지의 캔버스]를 만나게 돼 즐거웠어요. 러닝타임이 길지 않으므로, 짧은 시간 안에 시청 가능한 단편을 원하는 분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니 참고해 주세요.

 

단편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성과 따스함이 전해져 오는 생생한 그림 속 여운을 확인하고 싶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임이 분명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특히, 영상미가 도드라지는 단편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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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베짱꼬북
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21. 1. 3. 14:03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 : 삶과 문학의 가치를 일깨워준 작품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은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작가가 집필하는 소설 속 주인공이 현실에 존재함으로써 펼쳐지는 이야기가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거든요. 2007년에 개봉한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기에 이와 관련된 포스팅을 끄적여 봅니다. 

 

회계사로 일하는 해롤드는 평범한 하루하루에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한 채, 매 순간을 숫자와 연결해서 계획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수요일,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로 인해 변화를 맞닥뜨리며 관객들을 놀라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해롤드 크릭 : 윌 페렐

해롤드가 인지하게 된 목소리는 자신의 행동을 포함한 생각까지, 모든 것을 3인칭 시점으로 설명해내며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그리하여 갑자기 발생한 현상을 해결하고자 애쓰던 중, 상담을 위해 찾아간 정신과 의사의 권유로 대학의 문학교수 줄스 힐버트를 만나게 되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됩니다.

 

 

이로써 교수가 알려준대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지만, 해롤드는 두 사람이 내레이터로 지칭한 목소리를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해롤드는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지금까지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하고 미뤄두었던 일을 차례대로 해나가며 닥쳐올 죽음의 시간을 기다리기로 해요.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해롤드는 교수의 도움에 힘입어 자신이 들었던 목소리의 주인공이 케이 에이펠임을 알아차리고 작가를 찾아갑니다. 케이는 소설 속 주인공을 매번 각기 다른 죽음으로 이끌며 결말을 맺는 것으로 유명했는데요, 본인이 집필 중인 책 속 인물이 실제로 현실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고 당황스러워하며 고뇌합니다.

 

저는 처음에 케이가 소설을 쓰는 과정이 현실이고 해롤드가 존재하는 세상은 환상이라고 생각해서 이와 다르게 흘러가는 스토리 전개에 조금 당황했는데, 그래서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 더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작가와 주인공의 세계가 같음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이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선사했으니까요.  

 

닥터 줄스 힐버트 : 더스틴 호프만

게다가 삶과 문학의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연적 관계성이 도드러져 인상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때때로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을 마주하곤 하는데,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야말로 이러한 얘기의 결정체와 같아서 보는 내내 호기심을 감추기가 힘들었어요. 

 

 

죽음을 피하기 위해 비극이 아닌 희극의 장르로 자신의 인생을 바꿔 보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해롤드의 모습도 눈여겨 볼만 했음은 물론입니다. 덕분에 삶이 훨씬 더 재밌어졌으니까 말이죠. 더 이상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움직이며 찰나를 즐기는 장면들이 의미있게 마음을 두드렸답니다. 

 

해롤드는 인생이 뮤지컬 같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간직해 왔던 만큼, 기타를 구입해 연주하며 조금씩 천천히 꿈을 이루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죽음이 임박한 시점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된 해럴드가 경험하게 해준 삶의 가치는 눈부셨어요. 

 

더불어 문학이 곁에 존재하는 이유 역시도 절절히 실감하게 해줘 고개를 끄덕이는 일이 가능했음을 인정합니다. 

 

안나 파스칼 : 매기 질렌할 

일 때문에 만나 투닥거리던 빵집 주인 안나 파스칼과의 로맨스도 해롤드의 생에 활기를 더했습니다. 해롤드는 안나로 인해 우유에 적셔먹는 쿠키의 맛을 처음 알게 됐고, 사랑의 기쁨 또한 새로이 깨달으며 행복한 한때를 마음껏 누립니다.

 

 

그리고, 작가가 건네준 소설을 직접 읽어보며 주인공의 죽음이 명작을 탄생시킬 것을 확신함으로써 이에 따른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덧붙여 작가 역시도 주인공의 마지막을 준비하기에 이르는데, 이로 인해 펼쳐지는 결말은 영화를 통해 직접 만나보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재밌었던 건, 해롤드가 주인공인 소설에 자아가 있는 손목시계가 함께 한다는 거였어요. 그러니 이로 인한 반전을 기대해 보셔도 좋아요. 

 

케이 에이펠 : 엠마 톰슨, 페니 에스처 : 퀸 라티파

예상을 뛰어넘는 서사가 삶과 문학의 가치를 되새기게 도왔던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었습니다. 해롤드의 결심과 작가의 선택 모두 수긍이 갔으므로, 더욱 완벽한 마무리가 되었다고 보여집니다. 뜻밖의 결정을 내린 두 사람이 예전과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됨으로써 확인하게 해준 메시지가 그래서 마음이 깊숙이 남았습니다. 

 

우리가 삶의 일부라고 여기며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이 지니는 의미가 진하게 와닿아 감명깊었어요. 해롤드 크릭과 손목시계의 이야기가 작가와 주인공을 연결시켜줌으로써 소설과 현실의 남다른 연관성을 통해 진한 여운을 전해준 것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마지막 내레이션 또한 의미심장하게 마음을 파고들었음을 밝힙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잊지 말고 살아가도록 해요. 배우들의 열연과 이야기의 묘미가 따뜻함을 안겨줘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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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베짱꼬북
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20. 12. 21. 22:33

영화 [크리스마스 스위치1,2] : 바네사 허진스가 선사하는 사랑의 기적


2020년 올해의 성탄절이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은 집콕이 확정된 지 오래지만, 그래도 기분을 내지 않을 수 없어 이때 보면 좋은 영화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장르는 다소 유치하고 뻔한 로맨틱 코미디지만 아무래도 성탄절인 만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장면과 스토리 전개로 인하여 눈길이 절로 가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 [크리스마스 스위치]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에요.


참고로 총 2편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랍니다. 1편은 [크리스마스 스위치]라는 타이틀로 2018년에, 2편은 [크리스마스 스위치-한 번 더 바꿔?]라는 제목으로 2020년에 공개된 넷플릭스 크리스마스 영화예요. 제작도 넷플릭스라지요.  



일단, 1편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미국 시카고에서 스테이시 베이커리를 운영하며 제빵사로 일하던 스테이시가 베이킹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영국의 벨그레이비어로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베이킹 준비를 위해 방문한 대회장에서 앞치마에 묻은 얼룩을 제거하고자 화장실로 가던 중, 자신과 똑 닮은 마거릿 공작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몇일 동안 서로의 역할을 바꾸기로 한 거죠.


평범한 삶을 꿈꾸는 마거릿의 간절함과 케빈의 딸 올리비아의 소원인 왕실 주최 어린이 발레학교 프로그램 참가를 들어주기 위한 스테이시의 조건이 맞아 떨어졌거든요. 그리하여 스테이시는 마거릿의 결혼상대인 에드워드 왕자와 예상치 못한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에게 빠져들기 시작했고, 마거릿은 베이킹 대회에 같이 참여한 스테이시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케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스토리 전개는 왕자와 거지를 모티브한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위기 상황이 찾아올 때마다 이를 헤쳐나가는 주인공들의 기지가 돋보여서 재밌게 잘 봤습니다. 특히, 바네사 허진스가 스테이시이자 마거릿으로 1인 2역을 매우 완벽하게 소화해내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음은 물론입니다.


기품 넘치는 마거릿 공작과 계획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테이시는 정말 다른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했어요. 다만 결말은 앞서 언급한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뻔한 설정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 봅니다. 그래서 더 마음놓고 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바네사 허진스 외에도 에드워드 왕자 역의 샘 팔라디오와 케빈 역의 닉 세이거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에드워드는 의외로 진부한 왕자가 아니라서 더더욱 눈길이 갔어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게 분명한 스테이시를 위해서 1년 후 이날까지도 날 사랑한다면 내년 크리스마스에 결혼해 주겠냐고 프로포즈하던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답니다.


뿐만 아니라 본인의 의견을 내보이며 에드워드를 리드해 나가는 스테이시의 모습도 눈여겨 볼만 했어요. 국민들을 위하나 왕실로 거듭나는데 있어 스테이시의 역할이 상당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한 가지 더 재밌었던 건 스테이시와 마거릿이 아주 가깝진 않지만 조상과 조상과 조상 그 어디쯤까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연결점이 아예 없진 않은, 같은 가문 사람이었다는 점이었어요. 영화 초반에 이러한 내용을 깔아줌으로써 개연성에 대한 의혹을 잠재워서 꽤나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1편의 흥행으로 탄생된 후속편, 영화 [크리스마스 스위치-한 번 더 바꿔?]에선 바네사 허진스가 무려 1인 3역을 소화하며 놀라움을 안겼습니다. 전편에선 스테이시와 에드워드의 러브 스토리가 중점을 이루었는데, 이번에는 마거릿과 케빈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새로운 이야기를 경험하게 도왔답니다. 물론, 역할 바꾸기도 잊지 않았고요. 


영화 [크리스마스 스위치] 2편은 왕위를 계승받게 된 마거릿이 케빈과 헤어졌다가 대관식을 앞두고 몬티네로에서 재회하며 펼쳐졌어요. 스테이시와 에드워드 역시 몬티네로에 와 있는 상태였는데, 마거릿의 사촌 피오나가 돈을 노리고 음모를 꾸미면서 또다른 사건사고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마거릿과 케빈이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진심을 확인하게 돕고자 스테이시가 역할 바꾸기를 자청했고, 그리하여 잠시동안 마거릿이 된 스테이시를 피오나 일행이 납치하며 혼란이 야기됐어요. 그 속에서 바쁜 일정으로 함께 하는 순간이 많지 않았던 스테이시와 에드워드의 사랑은 한층 더 깊어졌고, 마거릿은 그토록 바랐던 평범한 인생 대신 현재의 삶을 받아들이며 위엄있는 여왕으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갔습니다.


그 와중에 바네사 허진스가 스테이스와 마거릿이 생각나지 않는 피오나를 제대로 연기해서 역시나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더불어 마거릿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도나텔리 부인 역의 수잔 브라운 또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답니다.  



1편과 2편 모두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그래서 더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원제는 더 프린세스 스위치(The Princess Switch)인데,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라 [크리스마스 스위치]로 이름 붙여진 것도 이질감이 없더라고요.


이와 함께 2편에서 몬티네로 왕궁이 크리스마스 장식과 조명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모습이 예뻐서 눈호강 겸 대리만족을 제대로 하게 돼 즐거웠습니다.


가벼운 킬링타임용으로 크리스마스에 즐기면 더없이 좋은 작품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영화 [크리스마스 스위치]도 성탄절 넷플릭스 시청 목록에 넣는 걸 고민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적당히 유쾌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로맨틱 코미디를 원한다면 말이죠. 


무엇보다도, 바네사 허진스를 좋아한다면 무조건 봐야 할 영화라는 것만은 확신합니다. 바네사 허진스가 선사하는 사랑의 기적이 올해 크리스마스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했으니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인사를 하며 오늘의 포스팅을 끝마치겠습니다. 우리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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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베짱꼬북
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20. 11. 10. 05:12

영화 [증인] :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 속에서 펼쳐지는 감동의 휴먼 드라마


영화 [증인]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 속에서 펼쳐지는 감동의 휴먼 드라마를 만나볼 수 있어 뜻깊은 작품이었습니다.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는 파트너 변호사로의 승진 기회가 눈 앞에 다가오자 신념은 잠시 접어둔 채로 현실을 살아가고자 속물이 되기로 결심하는데요, 이를 위해 맡게 된 사건에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려고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증인으로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지우와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만큼, 순호는 지우에게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함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아이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나 막상 법정에서 지우가 증인으로 자리했을 땐,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빌미로 공격을 일삼아 승소하며 상처를 주고 말아요. 


그러나 그 후에 사건의 진상을 알아차린 순호는 잘못을 바로잡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전혀 다른 방법으로, 지우를 또다시 증인으로 내세운 법정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변호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며 따뜻함 감동을 남겼습니다. 



과거에 보증을 선 아버지로 인하여 빚이 많은 순호에게 가난은 삶의 동반자와 같이 곁에 머물렀습니다. 그리하여 이러한 생활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려 애썼지만 변호사로의 양심을 버릴 수 없었던 순호의 선택은 결국, 주어진 인생을 힘내서 살아가기로 다짐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펼쳐져 인상적이었어요. 


이로 인해 적당히 때묻은 속물 변호사로 부와 명예를 거머쥠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성공이 아니라 정의 구현에 앞장서며 불의에 맞서는 사람이 되기로 결정한 순호의 성장이 눈부셨습니다. 특히, 변호사 양순호 역을 맡은 정우성의 활약이 돋보였음은 물론입니다.


연기를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잘생긴 배우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던지라 영화 [증인]에서 보여준 역할이 굉장히 감명깊게 다가왔어요. 연륜이 묻어나는 열연 속에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양순호를 만나볼 수 있게 해줘 시선을 뗄 수 없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이와 함께 순호의 아버지로 모습을 드러낸 박근형, 발암물질이 검출된 생리대를 판매한 악덕 기업을 상대로 법적 투쟁을 진행 중인 수인 역의 송윤아, 수인의 중학생 딸로 등장한 이레의 존재감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게다가 생리대와 관련된 논쟁은 현실에서도 계속 문제가 제기되는 사안이라서 몰입감을 더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리하여 순호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재판에 미친 영향도 상당했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여기에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자폐아 연기를 해낸 지우 역의 김향기가 뿜어내는 아우라도 대단했습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출연하는 작품마다 주어진 캐릭터를 자신만의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하며 감탄을 불러 일으켰는데, 영화 [증인]에서도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았기에 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니고 있지만, 뛰어난 두뇌와 탁월한 재능을 겸비한 지우의 증언은 다른 이들이 미처 들여다 보지 못한 사건의 이면을 맞닥뜨리게 해주기 충분했어요. 그 와중에 "아저씨도 나를 이용할 겁니까?"라는, 순호를 향한 지우의 질문은 안타까움을 더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순호로 인해서 상처를 받은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법정으로 향하는 지우의 모습도 멋졌습니다. 변호사는 될 수 없지만 증인은 될 수 있다며 굳은 의지를 보여주던 장면도 좋았어요.  


작품의 투톱으로 따뜻함을 경험하게 해준 김향기와 정우성의 케미도 최고였고요. 용의자로 순호가 변호를 맡았던 가정부 미란 역의 염혜란, 검사 희중 역의 이규형, 지우의 엄마 현정 역의 장영남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영화 [증인]은 지우가 목격한 살인사건의 진실을 가리기 위한 법적 공방과 더불어 변호사의 직업윤리와 역할에 대해서도 곱씹어 보게 만들어 의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폐아를 향한 편견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생각할 거리가 풍부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토리 전개는 꽤 잔잔하면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말로 달려가는데,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가 숨을 불어넣어줘서 눈여겨 볼만 했답니다. 그리하여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정우성이 이 작품으로 영화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제3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시상식에서 김향기는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점도 고개를 끄덕이게 도왔어요. 



그리고 영화 [증인]에서 지우가 좋아하는 하트 모양의 투명한 파란색 젤리를 만들기 위해 총700만원의 제작비가 소요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움을 자아냈습니다. 지우는 젤리봉지에서 오직 파란색 젤리만 골라 먹는 습관을 가졌는데요, 이러한 이유를 추측해 지우를 지켜보는 내내 짐작해 볼 수 있어 빠른 수긍이 가능했습니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투명함과 흔히 정의로움을 지칭하는 색으로 알려진 파란색의 결합이 지우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을 거예요. 속내를 알 수 없는 인간들이 다가올 때마다 경계 태세를 갖춰야 했던 것과 달리, 오직 파란 젤리 만큼은 옆에 두고 꺼내 먹으며 그 순간 만큼은 안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하트를 심장에 비유하는 일이 다반사이기에, 투명함을 갖춘 파란색 하트 젤리가 탄생되었다는 추측을 하게 되었던 시간이기도 했답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여러가지 장르를 만나보게 해줬던 영화 [증인]은 법정 스릴러이자 미스터리임과 동시에 약간의 로맨스가 가미된 휴먼 드라마라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인간미가 풍기는 온기 가득한 영화였음은 분명했거든요.


날씨가 점점 더 추워져 겨울이 눈 앞에 다가와서 그런지 몰라도, 따스함을 마주할 수 있는 작품들이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증인]을 접하지 못한 분들이라면, 시간 날 때 꼭 한 번 봐주셔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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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20. 10. 7. 07:07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크레이지 로맨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는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은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작품이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전 여친과의 파혼을 경험한 재훈, 바람 핀 남친과 헤어졌지만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대방으로 인해 입사 환영회날 회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곤란함을 겪은 선영이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으로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었어요.



재훈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을 꿈꾸는 인물이었고, 선영은 사랑에 환상을 갖고 있지 않음으로 인해 충돌하는 일이 많았지만 오히려 너무나도 달라서 예기치 않게 가까워지며 독특한 러브 스토리를 경험하게 도왔습니다. 그래서 더 눈여겨 보게 됐어요. 



사실 영화 제목과 같은, 가장 보통의 연애를 해나가는 일이 제일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재훈과 선영의 얘기도 만만치 않았답니다. 술만 마셨다 하면 필름이 끊기는 블랙 아웃을 겪는 재훈이 그때마다 선영과 묘한 인연을 형성해 나가며 펼쳐지는 직장 로맨스는, 그들이 다니는 광고회사의 업무와 동료들의 관계까지 동시에 만나보게 하며 다양한 볼거리를 전해주기에 충분했어요.


근데 뭐 특별한 건 없었고, 현실에 맞닿은 부분이 많아서 공감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꽤 있긴 했어요.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카톡PC버전 대화창 여러 개를 열어두고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벌어지는 실수와 네이트판을 접목시킨 에피소드가 특히 그랬어요. 



그리하여 선영과 재훈의 썸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위기를 맞게 되는데, 이에 대처하는 재훈과 선영의 자세가 통쾌함을 자아내서 이 부분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와 함께 스토리보단 배우들의 열연에 따른 캐릭터의 개성이 돋보여서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영화가 [가장 보통의 연애]였음을 밝힙니다. 김래원, 강기영, 정웅인, 장소연은 물론이고 광고회사 직원으로 활약한 배우들의 연기가 실감나서 짜증이 날 때가 없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하! 



그중에서도 제일 좋았던 건, 오선영 역의 공효진이었습니다. 첫 출근날 팀장 재훈이 반말로 악수를 청하자 역시나 반말로 대응한 후, 센스있는 뒷처리를 통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기선을 제압한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뿐만 아니라 남자랑 여자가 같냐는 재훈의 말에 그럼 같지 다르냐고 곧바로 응수하던 모습도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공효진이 곧 오선영이고 오선영이 곧 공효진임을,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된 배우의 진면목을 맞닥뜨리게 돼 영화를 보는 내내 즐겁지 않을 수 없었어요.


또 하나 재밌었던 건,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가 영어로 크레이지 로맨스(Crazy Romance)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했다는 점이었어요. 덕분에 한글 제목보다 영어 제목에 엄지를 치켜들게 되었음을 밝힙니다. 두 사람은 가장 보통의 연애를 하고 있다고 여겨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크리이지 로맨스일 수 밖에 없을 때가 종종 존재하곤 하니까요.


결론적으로, 재훈과 선영은 오피스 크레이지 로맨스로, 남다른 사내 연애를 확인하게 해주는 인물들이었음을 인정합니다. 결말은 만족스러웠지만 영화 중반은 조금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았고,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괜찮아요. 


제 기준에서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추천은 못 하겠으나 좋아하는 배우들이 출연한다면 한 번쯤 봐도 나쁘지 않은 작품인 건 분명하니, 이 점은 참고를 해주셔도 좋겠습니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를 보면서, 역시나 평범한 로맨스가 제일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으니 수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봐도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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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20. 9. 3. 09:30

영화 [기묘한 가족] : 무섭지 않은 좀비가 나오는 B급 감성 코미디 가족극


영화 [기묘한 가족]은 무섭지 않은 좀비가 나오는 B급 감성 코미디 가족극으로 예상치 못한 장르와 대면하게 도왔습니다. 2019년 2월 13일에 개봉한 작품으로, 생각보다 그리 오래된 영화는 아니더라고요. 포스터에 쓰여진대로 본격 좀비 비즈니스라는 카피문구도 스토리 전개에 걸맞는 내용이라는 걸 알게 돼서 고개를 끄덕이는 게 가능했습니다. 



줄거리는 이래요. 한적함과 평화로움을 겸비한 시골 마을에 어느 날 좀비가 나타났습니다. 바이오기업인 휴먼인바이오가 새로운 당뇨 치료제인 노인슐린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임상실험에 참여한 투약자들이 집단 가사상태에 빠졌다가 좀비로 탈바꿈되며 사건이 발생하기에 이르게 된 거예요. 


이로 인해 탄생된 좀비 하나가 망해버린 주유소 가족의 눈에 띄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가족들 모두가 좀비를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곁에 둔 채로 쫑비라고 부르며 비즈니스에 활용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흥미를 자아냄으로써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쫑비(정가람) 또한 가장 만덕(박인환), 맏며느리 남주(엄지원), 장남 준걸(정재영), 차남 민걸(김남길), 막내딸 해걸(이수경)이 함께 사는 기묘한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답니다. 휴먼인바이오에서 탈출한 쫑비가 만덕을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만덕이 죽지 않고 오히려 더 건강해지자 회춘 바이러스가 마을 전체에 불어닥치며 동네 어르신들을 상대로 비용을 지불받고 사업을 펼치는 모습이 인상깊었어요.


덕분에 활기 넘치는 마을이 되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쫑비에게 물린 동네 어르신들이 좀비로 변화함에 따라 기묘한 가족은 위기에 처하고 말아요. 그러나 해결책이 없지 않았으므로, 이들은 다시금 의기투합해서 마을 사람들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애씁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임산부 남주, 남다른 행동력을 선보인 준걸, 좀비완벽가이드를 써내려가며 브레인의 면모를 확인하게 해줌과 동시에 돈에 대한 욕심을 가감없이 드러낸 민걸, 어쩌다 보니 쫑비를 좋아하게 된 해걸, 사람과 좀비 사이에서 정체성의 고민을 겪는 것으로 보여졌던 쫑비, 여기에 사건을 일으켜 놓고 한참 후에야 하와이 여행에서 돌아와 어쩔 수 없이 사태 수습을 위해 작전에 투입된 만덕이 선사한 요절복통 스토리가 B급 코미디다운 전개로 나아가며 깔끔한 마무리를 확인하게 해주었습니다. 


참고로, 지금부터 하는 얘기에는 결말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될 예정입니다. 그러므로 이 점을 참고해서 나머지 포스팅을 읽거나 그냥 넘어가 주셔도 좋습니다. 



일단, 영화 [기묘한 가족]은 좀비물임에도 불구하고 공포감을 덜 조성해서 다른 작품에 비해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보는 일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좀비물이 맞기 때문에 곳곳에서 피가 튀는 등의 잔인한 장면이 등장한다는 점은 기억을 하고 봐주시는 게 좋겠어요.


여기에 해걸과 쫑비의 풋풋한 로맨스와 이로 인해 맞닥뜨리게 된 순간의 따뜻함이 감동적이었고,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열연을 경험하게 해준 배우들의 활약도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그리고 회춘 바이러스 사업을 진행했던 장본인으로 인해 좀비 사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는 점도 감탄을 터뜨리게 도왔음은 물론입니다. 쫑비가 사람들의 팔을 물어서 젊음과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렸던 것처럼, 만덕이 좀비가 된 이들의 팔을 물어서 바이러스를 제거해 정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장면이 통쾌함을 전해주기에 충분했어요. 이 작품의 메시지는 그런 의미에서 인과응보라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다만, 묘하게도 몰입력은 좀 떨어졌어요. 장르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적절히 잘 버무려졌다고 보여졌으나 흡입력이 부족했고, 웃음 포인트도 생각보다 별로 없어서 신나게 폭소를 터뜨리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쫑비의 존재감이 남달랐기에 어느 정도는 만족스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좀비는 인간의 뇌를 가장 좋아한다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인간의 뇌를 닮은 양배추를 맛깔나게 잘 먹더라고요. 여기다가 케첩까지 뿌려주면 사족을 못 쓰던 쫑비였습니다. 피라고......생각한 거겠죠? 짜장면에 케찹만 뿌려줘도 잘 먹던데, 역시 케첩이 키포인트임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좀비라는 역할 자체가 대사 없이 오로지 몸짓으로만 표현해야 하므로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그만큼 캐릭터가 괜찮게 잘 나온 것 같아 흡족했어요. 덥수룩한 헤어스타일에 후줄근한 차림의 쫑비가 깔끔한 모습으로, 마지막에 다다라선 드디어 대사까지 읊는 장면을 마주하게 돼 이 또한 즐거웠습니다. 다른 배우들도 다 잘했지만 저는 아무래도 영화 [기묘한 가족]에선 쫑비 역을 맡은 정가람의 모습에 시선이 집중되었음을 밝힙니다.


결론적으로, 별다른 생각없이 가볍게 즐기기에 괜찮았던 영화 [기묘한 가족]이었습니다. 색다른 좀비물의 재미를 좀 더 살렸더라면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아쉬움이 좀 남긴 해요. 그래도 앞으로 이와 같은 다양한 시도를 더 많이 만나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무서움을 자극하는 좀비물 말고, 어수룩한 좀비를 이용해 돈을 벌 계획을 세우는 독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영화 [기묘한 가족]과 함께 해보시길 바랄게요. 보기에 앞서, 반드시 B급 코미디라는 것을 감안하고 봐주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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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20. 8. 1. 08:02

영화 [차이니즈 봉봉 북경편] : 맛있는 음식과 이야기, 사람과 꿈이 존재하던 공간


영화 [차이니즈 봉봉]은 중화요리 매니아들이 모여 결성된 동아리 멤버 은영이 현지 음식을 즐기기 위해 북경으로 여행을 떠나 오면서 시작됩니다. 신용카드 문제로 인해 호텔 예약이 취소된 데다가 중국어도 제대로 할 줄 몰라 우왕좌왕하던 은영이 요리사로 일하는 동완을 만나게 돼 도움을 받음으로써 두 사람이 함께 즐기는 맛있는 음식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됐어요.



중국에서의 디엔차이(음식을 주문하다 라는 뜻의 중국어)는 무엇을 시키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조화로 어떤 순서로 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예술과 같다고 하는데요, 은영이 북경이 온 이유가 바로 이 디엔차이를 제대로 알고 확실히 주문해보고 싶어서였다고 해요. 동아리 모임에서 디엔차이를 해내지 못해 곤란했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동완은 은영에게 디엔차이를 맛의 기준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요. 이야기와 분위기를 함께 먹는 것도 디에차이라고요. 내가 중국요리를 좋아하는 건,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요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이로 인해 은영 또한 디엔차이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요리와 여행을 즐기게 됩니다. 

 


아시아 5대 미식의 도시 중 하나로 알려진 북경에서 이야기가 펼쳐진 만큼, 은영과 동완이 함께 식사를 하는 동안 확인할 수 있었던 다채로운 음식의 향연이 특히 매력적인 영화가 바로 [차이니즈 봉봉 북경편]이었습니다.  



은영이 선택한 디엔차이를 통해 만나보게 됐던 북경오리는 물론, 생선을 중심으로 차려지던 둥베이 요리 또한 인상적이었어요. 이와 함께 중국에 막 도착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동완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침식사 장소로 은영이 찾아가 맛있게 즐기던 장면도 감동적이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식 속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과 어우러진 아침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답니다. 


힘든 시간들 속에서도 기운을 낼 수 있게 만들어준 소박하고도 간단한 한 끼의 아침식사가 건네는 위로를 저 역시도 마주하게 돼 행복했어요. 



하나 뿐인 가족과 생계에 대한 고민으로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한 채 북경에서의 생활을 견뎌 온 동완과 디자인 전공을 선택하기 전에 우울한 사춘기와도 같은 시간을 보낸 적이 있음을 털어놓던 은영의 허심탄회한 대화도 잔잔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어요. 


그리하여 서로를 잘 알지 못해 빚어진 오해와 갈등을 깔끔하게 씻어내고 다시 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기운을 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눈여겨 보게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 근데 은영이 한때 자신이 주로 뭘 그렸는지를 묻자 동완이 매우 자연스럽게 음식이 아니냐고 답하던 장면은 재밌었어요. 진지한 얘기 속에서 잠시나마 긴장감을 덜어내고 분위기를 환기시키는데 도움이 됐으니까요. 



이로 인해 맛있는 음식과 이야기 뿐만 아니라 사람과 꿈이 존재하는 공간, 북경의 미식여행이 의외의 재미와 감동을 전해주었던 영화 [차이니즈 봉봉 북경편]이었습니다. 동완은 북경에서 계속 요리사의 길을 갈 것이고, 은영은 돌아가면 동아리 활동과 더불어 전공에도 더 힘을 쏟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을 이루어내는 러브 스토리가 아니라 여행지에서의 우연한 만남이 경험하게 해준 성장 스토리가 메인을 이루며 시선을 사로잡아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은영 역의 최지헌, 동완 역의 방주환이 선보인 담백한 연기도 마음에 들었답니다.


덧붙여, 동아리 선배인 아롱 역으로 활약한 조태관도 오랜만에 보게 돼 반가웠어요. 음식과 중국어에 대한 지식과 교양은 풍부하지만 직접 북경으로 발걸음을 옮길 용기가 없어 마음에 파고든 부러움을 적당히 얄밉게 표현하며 씬 스틸러의 모습을 보여줘 유쾌했어요.


결론적으로 군침을 꿀꺽 삼키게 했던 미식 여행 속 두 주인공의 성장기가 도드라졌던 영화 [차이니즈 봉봉 북경편]이었어요. 여기에 한 가지 더, 웹툰 [차이니즈 봉봉 클럽]이 원작이고 북경편 외에도 다른 시리즈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나머지 이야기도 직접 만나러 가보렵니다. 63분의 러닝타임으로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보기에도 나쁘지 않아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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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20. 7. 17. 05:05

영화 [미스 스티븐스] :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한 우리들을 위한 이야기


영화 [미스 스티븐스]는 마음을 파고드는 감성이 돋보이는 이야기 속에서 잔잔한 위로를 전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인 레이첼 스티븐스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총 3일간 열리는 연극 경연대회에 참가하게 된 세 아이들과 함께 하며 경험하는 순간들이 생각지 못했던 감동을 전해줘서 보는 내내 미소를 짓게 되는 일이 많았어요.


그리하여 연기에 특별한 재능이 있으나 행동장애로 인해 약물치료 중인 빌리, 뛰어난 사교성을 지님과 동시에 곁에 있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능력이 존재하는 샘, 매사에 완벽함을 기하는 모범생 마고, 이렇게 3명의 학생이 레이첼의 낡은 자동차를 타고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레이첼이 운전하는 내내 라디오 채널에서 올드팝이 흘러나오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마고, 샘과 다르게 빌리는 미스 스티븐스와 빌리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즐거워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때부터 두 사람의 교감이 시작된 건지도 모르겠어요. 



아이들을 무사히 목적지에 데려다 주긴 했지만 도로를 달리던 도중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문제가 생겼던 만큼 레이첼은 이른 아침부터 자동차를 수리하기 위해 움직이는데, 이때 빌리가 리허설 시간에 여유가 있다는 거짓말로 동행을 요청함으로써 둘은 뜻밖의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됩니다. 


그렇게 조금씩 빌리는 레이첼에게 다가가며 선생님이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주기를 기대해요. 이로 인하여 미스 스티븐스는 예상치 못한 때에 거침없이 돌진하는 빌리의 모습에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천천히 진심을 털어놓으며 위로를 받게 되고요.  



특히, 침대에서 실컷 뛰어놀던 레이첼과 빌리가 발코니로 나와 대화를 하던 장면은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빌리에게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던 레이첼이 확인하게 해준 공허함이 제대로 와닿았거든요.  


때때로 빌리의 허물없음이 선생님과 제자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만들 때도 있었지만, 이럴 때마다 레이첼이 중심을 잘 잡아주며 현실을 직시하게 해줘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답니다. 



빌리는 다른 사람의 고독을 알아채는 능력을 가짐과 동시에 섬세한 감정을 타고난 캐릭터로 보여졌어요. 평소 관심있게 지켜봐왔던 선생님을 향한 태도에서 모든 것이 드러나고 있었으니까요. 이와 함께, 얘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다 얘기할 수는 없는 거라던 빌리의 말에서 깊이가 느껴졌음은 물론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빌리 덕택에 미스 스티븐스는 오래간만에 따뜻한 위로를 받는 일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의 감정과 행동을 주체하는 일이 쉽지 않은 빌리가 눈 앞에서 마주하게 된 선생님의 거부는 예상치 못한 기폭제로 작용하며 둘의 관계에 그늘을 드리우게 되고 말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 경연대회는 계속 이어지게 됩니다. 그 속에서 무대 위에 올라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에 담긴 대사를 풍부한 감정 연기와 함께 선보인 빌리의 모습은 영화 [미스 스티븐스]의 명장면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기에 충분했습니다.



빌리 역으로 열연한 티모시 샬라메의 인기는 그야말로 엄청난데요, 이 영화를 보면서 실력파 배우임을 제대로 깨닫게 돼 엄지를 척 치켜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독백 연기도 대단했지만, 레이첼의 마음을 흔들며 속깊은 이야기를 꺼내놓게 만들던 찰나가 저는 더 인상적으로 남았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덧붙여, 지금보다 더 앳된 티모시 샬라메의 소년 같은 이미지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 이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캐릭터에 걸맞게 시시때때로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던 눈빛과 표정이 의미심장했어요. 



그리고 샘 역의 앤서니 퀸틀과 마고 역의 릴리 라인하트 역시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빌리를 포함, 세 친구가 지닌 개성이 확연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연기에 재능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연극 경연대회에 오기 위해 탁월한 기획 능력을 발휘한 마고와 친구들과 더불어 선생님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녹이는 샘의 성정이 도드라져 눈길을 사로잡았답니다.


솔직히 연극 경연대회장으로 출발할 때만 해도 셋은 별로 안 친했는데 빌리의 추가시험을 위해 마고와 샘이 도움을 주면서 하나가 되었고, 그로 인하여 온 마음을 다해 꼬옥 껴안은 채로 환하게 웃는 모습이 예뻤어요. 



덧붙여 미스 스티븐스가 내뱉은 명언들도 잊지 못할 거예요. 멀쩡하게 살기가 힘든 인생이고, 사람들은 대부분 재수가 없다고 합니다. 하하!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어도 서로를 잘 몰랐던 이들이 낯선 곳에서의 여정을 통해 새로이 서로를 알아가며 조금이나마 기댈 수 있었던 이야기가 영화 [미스 스티븐스]에 존재했습니다. 결국은 인간 내면에 잠재된 외로움을 말하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와중에 연극이 끝난 극장에 홀로 남아 눈물을 삼키던 레이첼로부터 시작된 영화가 3일 만에 가족들과 만나 행복해하는 세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레이첼로 마무리돼서 이에 따른 여운이 상당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미스 스티븐스의 삶은 예전보다 덜 외로운 대신에 더 많이 풍요로워지게 될 거라고 믿어보기로 했어요. 


결론적으로 티모시 샬라메도 좋았지만, 영화의 타이틀을 거머쥔 미스 스티븐스 역의 릴리 레이브가 건네는 감정의 밀도가 공감대를 자아내서 이러한 부분에 더 마음이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릴리 레이브라는 새로운 배우를 알게 된 것도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고 말이지요. 



"선생님도 누군가에게 기대야 해요."라며 차에서 내리는 순간까지도 레이첼을 위로하던 빌리의 말이 따뜻함을 전해주었던 영화가 바로 [미스 스티븐스]였습니다. 다른 누군가에게, 혹은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 기댈 곳이 필요한 우리들을 위한 이야기였다는 점에서 86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 오히려 기나긴 통찰의 시간을 맞이하게 해줘서 뜻깊었어요. 


여기에 더해 밴드 아메리카의 'Sister Golden Hair'의 중독성도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음을 인정합니다. 미스 스티븐스의 속내가 담긴 노래 가사와 흥겨운 멜로디도 좋았던 곡이었어요. 그리고 만약 혹시라도 아직 기댈 수 있는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너무 절망하지 말고 일단은 나 자신부터 사랑해 보기로 해요.


침대에서 신나게 점프하며 슬픔을 잊은 미스 스티븐스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상기하며, 오늘의 영화 이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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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20. 7. 8. 10:07

영화 [내 이름은 꾸제트] : 보육원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성장형 수제 애니메이션


영화 [내 이름은 꾸제트]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엄마와 이별하고 퐁텐 보육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주인공 꾸제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애니메이션입니다. 꾸제트는 엄마가 아들을 부를 때마다 언급한 호칭이며, 프랑스어로 호박을 지칭하는 단어라고 해요. 이로 인해 보육원에서도 꾸제트는 자신의 이름인 이카르가 아니라 꾸제트로 불리기를 희망합니다.



꾸제트는 보육원에서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친구들을 만나서 티격태격하던 끝에, 끈끈한 우정을 쌓아가게 됩니다. 스스로를 대장이라고 여기는 시몽에 이어 아메드, 알리스, 주주베, 베아와 보육원 생활에 적응해 나갈 때쯤에 새로 온 까미유를 보고 첫눈에 반함으로써 사랑의 감정 또한 경험해 나가게 됩니다.  



이 작품은 질 파리가 써낸 소설 <꾸제트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재탄생되었어요. 이와 함께,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수작업으로 공들여 완성했다고 해서 시선이 절로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퐁텐 보육원으로 향하는 길에 레이몽이 자동차 속도를 올려 꾸제트가 연을 하늘 높이 날릴 수 있게 도와주는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매일 만취한 상태로 아들을 방치했던 부모임에도 불구하고 꾸제트는 엄마를 잊을 수 없었고, 그리하여 아빠를 그려넣은 연과 맥주캔을 가방에 담은 채로 보육원에 도착합니다. 이곳의 아이들은 꾸제트 못지 않게 부모로부터 상처 받음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꾸제트는 한동안 마음을 열지 않고 입을 다문 상태로 시몽의 괴롭힘을 견뎌 왔지만, 이들을 포함한 6명의 아이들은 금방 친구가 되어 상처를 보듬어 나가며 성장해 나가기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는 퐁텐 보육원의 원장님과 폴, 로지 선생님의 따뜻한 보살핌이 큰 도움이 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꾸제트는 보육원에 먼저 들어온 친구들과의 우정은 물론이고 새로 들어 온 까미유로 인해 사랑의 감정까지 경험하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만끽하게 돼요. 까미유 역시도 꾸제트의 진심을 확인함에 따라 두 아이가 보여주는 풋풋한 사랑이 눈부셨습니다.



매사에 시무룩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꾸제트가 조금씩 생기를 찾아가는 모습도 돋보였습니다. 보육원 가족들과 다같이 눈이 가득 쌓인 곳으로 여행을 와서 신나게 춤을 추며 미소 짓던 순간은 그런 의미에서 영화 [내 이름은 꾸제트]의 명장면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내내 피를 나눈 가족만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어서 뜻깊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부모라면 아이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보살펴야 하는 게 마땅한데, 학대를 일삼으며 상처를 주기에만 급급했다니 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장면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대화로만 간략히 설명될 뿐인데도 분노를 자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이러한 이유로, 7명의 아이들이 보육원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나가게 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보육원의 어른들이 부모보다 더 낫다는 사실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도 마음을 쓸어내리게 해줬다고나 할까요? 



꾸제트에게는 보육원 사람들 뿐만 아니라 경찰관 레이몽이 있어 안심이 됐습니다. 엄마와 헤어진 꾸제트를 퐁텐 보육원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찾아와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하며 온기를 나누는 모습이 감명깊었어요.


뿐만 아니라 레이몽의 사연까지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레이몽에게는 아들이 있는데, 더 이상 부모인 자신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말을 꾸제트에게 어렵사리 꺼냈놨었죠. 이를 통해서 아이를 거부하며 몹쓸 짓을 저지르는 어른도 존재하지만, 어른 역시도 아이에게 거절 당할 수 있음을 일깨워줘 의미심장했답니다.


그렇게 아이는 어른에게, 어른은 아이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부정당한 인물들이 서로서로 유대감을 형성하며 훈훈한 결말을 확인하게 해줘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개구쟁이 철부지 같아 보였지만, 꾸제트의 행복을 바라며 의젓함을 드러낸 시몽의 변화도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데도 1등, 마음을 알아주는 것도 1등인 캐릭터라서 역시나 마음이 갔음을 밝혀 봅니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보육원에서 확인하게 해줬던 영화 [내 이름은 꾸제트]는 성장형 수제 애니메이션으로, 수작업을 거친 작품의 놀라운 완성도와 탄탄한 스토리 전개가 일품이니 기회가 된 다면 한 번쯤 만나 보기를 권합니다. 


66분으로 러닝타임이 길지 않음에도 애니메이션이 전하는 메시지가 깊이 와닿음으로써 오래도록 남을 작품이라 저는 가끔씩 생각이 날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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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는 노래한다/만화 & 영화 속으로2020. 6. 26. 16:25

뮤지컬 영화 [렌트] :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청춘들이 선사하는 삶과 예술을 만나다


2005년에 개봉한 영화 [렌트]는 1996년에 초연된 뮤지컬 [렌트]를 원작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사는 가난한 예술가 8명이 중심이 됨으로써 그들의 삶을 통해 뜨거운 에너지와 애틋한 사랑, 꿈을 향한 열정까지 경험하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가 뮤지컬 영화 [렌트]에 존재했습니다.


밀린 집세로 인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 보헤미안들의 인생이 귀를 사로잡는 노래와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든 스토리 전개로 뻗어나가며 놀라운 감동과 여운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영화였어요. 특히, 성별의 구분없이 다양한 인종과 계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흐름을 마주하도록 도운 점이 인상깊었답니다.



각본 없는 다큐멘터리 촬영을 모토로 어디든 카메라를 갖고 다니기 바쁘던 마크(안소니 랩), 힘겨운 삶을 살아나가면서도 사랑과 꿈을 향한 열정을 놓치 않았던 뮤지션 로저(아담 파스칼), 클럽 댄서 미미(로사리오 도슨). 퍼포먼스 위주의 예술을 하는 모린(이디나 멘젤)과 변호사 조앤느(트레이시 톰스), MIT 교수 콜린스(제시 L. 마틴) & 드랙퀸 드러머 엔젤(윌슨 저메인 헤르디아) 커플의 치열한 일상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다만 베니(타이 딕스) 만큼은 부잣집 딸과 결혼해 건물의 소유주로 거듭남에 따라 보헤미안으로 살았던 과거와 청산하고 다른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공연장 내부에 설치된 무대 위, 한 줄로 나란히 선 8명의 배우가 뮤지컬 [렌트]의 넘버인 'Seasons Of Love'를 합창하면서 시작된 얘기는 밖으로 나아가 뉴욕 곳곳을 비추며 예술가들의 고뇌와 가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며 눈부시게 피어나는 사랑을 매력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작품 자체가 꽤나 오랜 과거에 만들어진 데다가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차이가 나는 부분이 상당해서 이로 인한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지만, 한 번쯤 볼만한 영화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던 동성애, 마약, 에이즈 등을 소재로 내세워 무거운 감이 있긴 하나 그 속에서도 어둠을 뚫고 나오는 눈부신 빛이 존재 마련이었으니까요. 여기에 아름다운 음악과 그에 어우러진 예술가들의 인생이 색다른 재미를 확인하게 했음은 물론입니다.



이와 함께, 아무래도 동명의 뮤지컬이 원작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넘버의 매력이 귀를 사로잡아서 자꾸 듣고 싶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화에서도 여러 번 감상이 가능한 'Seasons Of Love'는 멜로디와 가사의 조화가 완벽해서 정말 최고였어요. 다른 음악들도 좋았지만, 이 노래에 대한 언급은 빼놓기가 힘드네요. 


그리고 뮤지컬 영화라는 특성으로 인해 대사보단 노래와 춤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가니 이 점도 참고해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주역으로 모습을 드러낸 8명의 배우 모두 멋진 활약을 선보여서 보는 즐거움이 기대 이상이었던 뮤지컬 영화 [렌트]였습니다. 덧붙여, 이중에서 유일하게 모린 존슨 역의 이디나 멘젤을 알고 있어 반가움이 더해졌던 사실을 밝힙니다. 모린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소화하기 쉽지 않아 보였는데, 찰지게 열연해줘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뮤지컬 [위키드]의 엘파바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1, 2편의 엘사로 지금도 여전히 존재감을 뽐내는 이디나 멘젤의 과거 모습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진지했습니다.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청춘들이 선사하는 삶과 예술을 만나게 해줬던 뮤지컬 영화 [렌트]는 음악적으로 풍성함을 전해주는 작품이라 이로 인한 여운이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덧붙여 2020년 6월 13일부터 8월 23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렌트]가 공연된다는 점도 머리 속에 저장해 두시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영화와 또다른, 무대에서 만나는 뮤지컬 [렌트]의 생생한 현장감이 궁금하다면 공연 기간 내에 디큐브아트센터를 방문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저도 우리말로 연기하고 노래하는 [렌트]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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