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차이니즈 봉봉]은 중화요리 매니아들이 모여 결성된 동아리 멤버 은영이 현지 음식을 즐기기 위해 북경으로 여행을 떠나 오면서 시작됩니다. 신용카드 문제로 인해 호텔 예약이 취소된 데다가 중국어도 제대로 할 줄 몰라 우왕좌왕하던 은영이 요리사로 일하는 동완을 만나게 돼 도움을 받음으로써 두 사람이 함께 즐기는 맛있는 음식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됐어요.
중국에서의 디엔차이(음식을 주문하다 라는 뜻의 중국어)는 무엇을 시키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조화로 어떤 순서로 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예술과 같다고 하는데요, 은영이 북경이 온 이유가 바로 이 디엔차이를 제대로 알고 확실히 주문해보고 싶어서였다고 해요. 동아리 모임에서 디엔차이를 해내지 못해 곤란했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동완은 은영에게 디엔차이를 맛의 기준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요. 이야기와 분위기를 함께 먹는 것도 디에차이라고요. 내가 중국요리를 좋아하는 건,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요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이로 인해 은영 또한 디엔차이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요리와 여행을 즐기게 됩니다.
아시아 5대 미식의 도시 중 하나로 알려진 북경에서 이야기가 펼쳐진 만큼, 은영과 동완이 함께 식사를 하는 동안 확인할 수 있었던 다채로운 음식의 향연이 특히 매력적인 영화가 바로 [차이니즈 봉봉 북경편]이었습니다.
은영이 선택한 디엔차이를 통해 만나보게 됐던 북경오리는 물론, 생선을 중심으로 차려지던 둥베이 요리 또한 인상적이었어요. 이와 함께 중국에 막 도착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동완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침식사 장소로 은영이 찾아가 맛있게 즐기던 장면도 감동적이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식 속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과 어우러진 아침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답니다.
힘든 시간들 속에서도 기운을 낼 수 있게 만들어준 소박하고도 간단한 한 끼의 아침식사가 건네는 위로를 저 역시도 마주하게 돼 행복했어요.
하나 뿐인 가족과 생계에 대한 고민으로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한 채 북경에서의 생활을 견뎌 온 동완과 디자인 전공을 선택하기 전에 우울한 사춘기와도 같은 시간을 보낸 적이 있음을 털어놓던 은영의 허심탄회한 대화도 잔잔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어요.
그리하여 서로를 잘 알지 못해 빚어진 오해와 갈등을 깔끔하게 씻어내고 다시 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기운을 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눈여겨 보게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 근데 은영이 한때 자신이 주로 뭘 그렸는지를 묻자 동완이 매우 자연스럽게 음식이 아니냐고 답하던 장면은 재밌었어요. 진지한 얘기 속에서 잠시나마 긴장감을 덜어내고 분위기를 환기시키는데 도움이 됐으니까요.
이로 인해 맛있는 음식과 이야기 뿐만 아니라 사람과 꿈이 존재하는 공간, 북경의 미식여행이 의외의 재미와 감동을 전해주었던 영화 [차이니즈 봉봉 북경편]이었습니다. 동완은 북경에서 계속 요리사의 길을 갈 것이고, 은영은 돌아가면 동아리 활동과 더불어 전공에도 더 힘을 쏟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을 이루어내는 러브 스토리가 아니라 여행지에서의 우연한 만남이 경험하게 해준 성장 스토리가 메인을 이루며 시선을 사로잡아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은영 역의 최지헌, 동완 역의 방주환이 선보인 담백한 연기도 마음에 들었답니다.
덧붙여, 동아리 선배인 아롱 역으로 활약한 조태관도 오랜만에 보게 돼 반가웠어요. 음식과 중국어에 대한 지식과 교양은 풍부하지만 직접 북경으로 발걸음을 옮길 용기가 없어 마음에 파고든 부러움을 적당히 얄밉게 표현하며 씬 스틸러의 모습을 보여줘 유쾌했어요.
결론적으로 군침을 꿀꺽 삼키게 했던 미식 여행 속 두 주인공의 성장기가 도드라졌던 영화 [차이니즈 봉봉 북경편]이었어요. 여기에 한 가지 더, 웹툰 [차이니즈 봉봉 클럽]이 원작이고 북경편 외에도 다른 시리즈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나머지 이야기도 직접 만나러 가보렵니다. 63분의 러닝타임으로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보기에도 나쁘지 않아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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