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대로,

  • HOME
  • GUEST BOOK
  • ADMIN
  • WRITE

'눈이부시게'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9.06.17 드라마 [눈이 부시게] : 오늘,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알려준 따뜻한 작품
드라마 취향2019. 6. 17. 20:21

드라마 [눈이 부시게] : 오늘,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알려준 따뜻한 작품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 작품이었습니다.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를 표방하며 주어진 시간을 잃어버려 하루가 다르게 나이를 먹어가는 혜자와 자신의 삶을 방치한 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무기력하게 버텨 나가던 준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졌어요.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초반에는 분명히 놀라운 판타지 로맨스가 전개되는 것으로 보여졌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현실을 반영시킨 휴먼 드라마임을 확인하게 만들어줘서 이로 인한 충격이 정말 대단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작가의 기지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이남규, 김수진 작가의 콤비 플레이가 그야말로 눈이 부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니까요. 12부작으로 다른 드라마에 비해 분량이 짧았지만 내용상 딱 적당했기에 마지막회까지 모든 감각을 집중시켜 바라볼 수 있었답니다.


참고로 2월에 방송이 시작돼 꽤 오래 전에 종영된 드라마인 만큼, 이제부터는 다량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이야기를 할 예정이라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그러니 드라마의 내용을 상세히 알고 싶지 않다면, 여기서 읽는 것을 멈춰 주세요. 





별다른 고민 없이 그냥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혜자는 기자 지망생 준하와의 대화를 통하여 자신이 진짜 이루고픈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됨과 동시에 사랑을 예감하며 스물 다섯 청춘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교통사고의 위기에 처하자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주운 손목시계로 시계를 돌려 위기를 무사히 극복하는데, 이로 인해 25세 김혜자(한지민)에서 70세 김혜자(김혜자)의 모습으로 현재를 살아가게 됩니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시계를 사용할수록, 돌린 시간 만큼 나이를 먹는 대가를 치러야 했기에 일흔의 노인이 되어버린 거죠. 이로 인해 할머니가 된 혜자는 물론이고 아버지(안내상), 어머니(이정은), 오빠 영수(손호준), 그리고 친한 친구인 현주(김가은), 상은(송상은) 역시도 슬픔에 잠기고 말아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혜자를 포함한 모두는 함께 살아가며 곁에 있는 이의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닫게 됩니다.


여기에 노치원에서 만난 노인들과 그곳에서 일하는 준하(남주혁)의 삶이 어우러짐으로 인해 상상을 초월한 모험담까지 눈 앞에서 맞닥뜨리게 됐는데, 정말 충격 그 자체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라고요. 어벤져스를 능가하는 노인들의 활약상은 대단했고, 드디어 밝혀진 반전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며 남은 이야기를 하루 빨리 만나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드라마를 시청한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혜자는 시간여행자가 아니라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노인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눈이 부시게]의 반전으로써 10회 엔딩을 통해 드러났지요. 그로 인하여 제작진들은 남은 2회 동안 지금까지 뿌린 판타지 로맨스의 떡밥을 회수해야만 했는데, 이 과정이 그야말로 완벽했기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대적 비극이 내포된 1970년대에 20대 청춘을 살았던 혜자의 과거가 70대 노인이 된 현실 속에서 환상과 적절하게 버무짐에 따라 만나볼 수 있었던 10회까지의 이야기 속 복선이 하나 둘씩 정체를 드러낼수록 감탄만 거듭하게 되었답니다. 덕분에 진짜 잘 만든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거, 인정!


일단 두 작가의 시나리오 퀄리티가 상당했고, 연출적인 부분과 더불어 배우들의 열연이 환상의 하모니를 이뤄서 고개를 절로 끄덕이며 마지막회까지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을 본 시청자들이 [눈이 부시게]를 인생 드라마로 꼽는 이유도 확실히 깨닫는 게 가능했고요.


저는 생각보다 많이 울지 않았고, 인생 드라마로도 선택하지 않았지만, 이 드라마를 볼 수 있었기에 앞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에는 변화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의 가치와 소중함을 일깨웠기에 일단은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기로 결심했거든요. 정말 좋은 드라마였어요. 



특히, 70대 김혜자 역의 김혜자는 몸은 노인이지만 실제 나이는 20대인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는데 진짜 잘 어울렸어요. 다채로운 유행어 섭렵은 기본, 두뇌를 풀가동시켜 지하실에 갇힌 준하를 구출해내기 위해 결성된 노치원 어벤져스 멤버들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모습까지 최고였습니다. 20대 혜자 역의 한지민과 동일 인물이라고 해도 어색함이 없어 보였어요. 현주, 상은과의 케미도 좋았고 말이죠.


보는 내내 궁금했던 장치의 역할을 속시원히 알려줘서 흡족했고, 데면데면했던 안내상과 김혜자의 관계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확인하게 해줘서 절로 수긍이 갔습니다.



그리고 인터넷방송 BJ로 별풍선을 얻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영수TV의 주인공 김영수가 된 손호준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볼만 했다죠. 헌혈하고 받은 상품권을 삼겹살로 바꿔와서 엄마에게 들키지 않고 먹으려고 방에 있는 문이란 문의 틈은 다 테이프로 막아서 병원에 실려갔던 에피소드는 정말 찌질함의 극치였는데 이때의 싱크로율 100%! 


영수에 대한 에피소드와 인물의 정체 또한 굉장히 치밀하게 잘 짜여진 반전이 준비되어 있어 더 놀랐으니 아직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못 본 분들이라면 꼭 만나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영수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내재된 유머코드도 절묘하고 재밌어서 많이 웃을 수 있어 좋았어요. 



제가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보는 동안 가장 인상깊게 남은 배우는 바로 이정은이었습니다. 혜자의 엄마와 며느리로 각기 다른 개성을 선보였는데 이로 인한 카리스마와 온도차가 남달라서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어요. 식탁에서 영수를 혼낼 때 빨간 조명이 후광효과처럼 빛나서 진짜 무서웠답니다.


각기 다른 캐릭터가 선사하는 삶의 애환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던 인물이었음을 인정합니다. 이정은 배우, 연기 진짜 잘해요. 어떤 캐릭터든지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힘이 대단했으므로, 엄지를 척 치켜들어 봅니다. 



12회의 마지막을 빛내준 혜자의 내레이션은 지금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자 특별한 일이 벌어진 한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노을을 바라보던 찰나를 떠올리던 모습은, 우리의 모든 순간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음을 강조한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어떤 날도 눈이 부시지 않은 날은 없었을 거예요.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반짝이며 살아갈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니, 힘들어도 절망하지 말고 기운을 내봐요. 행복한 기억을 떠올린다면 더더욱 좋고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보며 작품의 묘미는 물론이고 삶의 의미 또한 되새겨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드라마 취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라마 [호텔 델루나] : 배우들과 몽환적 분위기의 세트장이 다한 매력적인 판타지 호러 멜로  (0) 2019.09.12
MBC UHD 단막 드라마 [미치겠다, 너땜에!] : 사랑과 우정 사이 남녀의 미묘한 관계를 감각적으로 보여준 작품  (0) 2019.07.05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2] : 배우들의 활약에 비해 에피소드는 많이 아쉬웠던 시즌  (0) 2019.05.25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 증강현실(AR) 게임 속 미스터리 판타지가 남긴 재미와 아쉬움  (0) 2019.03.31
드라마 [남자친구] : 잔잔해서 아름다웠던 로맨스의 감성이 녹아든 작품  (0) 2019.03.20

'드라마 취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라마 [호텔 델루나] : 배우들과 몽환적 분위기의 세트장이 다한 매력적인 판타지 호러 멜로  (0) 2019.09.12
MBC UHD 단막 드라마 [미치겠다, 너땜에!] : 사랑과 우정 사이 남녀의 미묘한 관계를 감각적으로 보여준 작품  (0) 2019.07.05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2] : 배우들의 활약에 비해 에피소드는 많이 아쉬웠던 시즌  (0) 2019.05.25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 증강현실(AR) 게임 속 미스터리 판타지가 남긴 재미와 아쉬움  (0) 2019.03.31
드라마 [남자친구] : 잔잔해서 아름다웠던 로맨스의 감성이 녹아든 작품  (0) 2019.03.20
Posted by 베짱꼬북
«이전  1  다음»
태그 : 미디어로그 : 지역로그 : 방명록 : 관리자 : 글쓰기 Blog is powered by Daum / Designed by Tistory

블로그 이미지
베짱꼬북
이 세상의 모든 재밌는 것들을 모으는, 호기심 가득한 생활정보 수집가.

카테고리

hello, goodbye- (2074)
드라마 취향 (112)
베짱이는 노래한다 (444)
book store (129)
헌책방 옆 음반가게 (87)
TV를 켰어 (99)
공연, 전시 한편 어때? (52)
만화 & 영화 속으로 (77)
꼬북이는 달린다 (581)
맛깔나는 인생 (510)
여행, Road Travel (71)
Information Center (936)
Money Life (57)
주식 ABC (75)
건강이 최고 (107)
패션&뷰티 스타일 (160)
맛있는 요리를 위하여 (72)
생활정보 수집가 (259)
생활템 리뷰 (75)
IT 기기와 함께 (56)
자동차의 세계 (67)
생물과 환경 (8)

최근에 달린 댓글

티스토리툴바

단축키

내 블로그

내 블로그 - 관리자 홈 전환
Q
Q
새 글 쓰기
W
W

블로그 게시글

글 수정 (권한 있는 경우)
E
E
댓글 영역으로 이동
C
C

모든 영역

이 페이지의 URL 복사
S
S
맨 위로 이동
T
T
티스토리 홈 이동
H
H
단축키 안내
Shift + /
⇧ + /

* 단축키는 한글/영문 대소문자로 이용 가능하며, 티스토리 기본 도메인에서만 동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