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UHD 단막 스페셜로 2018년 5월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미치겠다, 너땜에!]는 사랑과 우정 사이의, 다소 미묘한 관계에 놓은 남녀의 심리를 감각적으로 보여주며 호평을 이끌어낸 작품이었습니다. 8년 동안 친구로 지내왔던 화가 래완과 통역사 은성이 하룻밤을 함께 보냄에 따라 변화하는 감정의 물결을 음악과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답니다.
꽤 오래 전부터 남녀 간의 우정이 '가능하다'와 '아니다'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게 사실인데요, 여전히 정답은 존재하지 않지만 진정한 우정을 쌓아가기 위해 둘이 함께 노력해 나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드라마 속 은성과 래완을 보고 있자니, 결코 쉽지 않은 일이겠다 싶어 고개를 내젓게 되기도 했답니다.
드라마 [미치겠다, 너땜에!]의 주인공 한은성 역은 이유영, 김래완 역은 김선호가 맡아 기대 이상의 케미를 보여줘서 보는 내내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이들 사이로 윤희남 역의 성주와 문서정 역의 권도운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와 곁에 머물기를 원했으나 오히려 둘의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며 진심을 깨닫게 해줘 이 또한 재밌었어요.
뿐만 아니라 청량한 분위기가 감도는 네 사람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도 마음에 쏙 들었던 드라마였습니다. 희남과 서정의 비중이 큰 편은 아니었으나 마음을 흔들기에는 충분했다고 봅니다.
드라마 [미치겠다, 너땜에!]의 시작은 집수리 문제로 무작정 래완의 집으로 들어와 짐을 풀게 된 은성의 뒷모습을 따라가게 함으로써 포문을 열었습니다. 두 달 전, 예상치 못한 하룻밤을 보냈지만 둘은 아예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평소와 다름없이 친구 대 친구로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로 인해 눈에 들어왔던 것은, 래완의 한옥집이었습니다. 고즈넉하면서도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한옥 내부를 장식한 심플한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고, 이곳에서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기에 절로 시선을 집중시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당에 평상을 놓고 그 위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며 즐기는 맥주 타임은 그냥 보기만 해도 멋스러움이 우러나와 인상적이었어요.
게다가 래완이 차려주는 정갈한 밥상의 비주얼과 은성이 파김치를 맛있게 씹어먹을 때 들려오던 아삭아삭한 효과음도 군침을 꿀꺽 넘어가게 만들었답니다.
이와 더불어 1회에서 만나보는 것이 가능했던 이 장면은, 미처 완성하지 못한 아이 메이크업 상태로 출근하려는은성을 대신해 브러쉬를 손에 잡고 그림 그리듯이 빈 공간을 채워가던 래완의 모습이 설렘을 전해주었던 순간임을 밝혀 봅니다. 뿐만 아니라 래완의 도움을 받던 은성이 감았던 눈을 뜨게 되면서 확인하게 해준 표정만으로 짐작되는 감정의 일렁임도 감명깊었답니다.
사실, 래완보다 래완을 보는 은성의 얼굴에 나타난 심경의 변화가 더 와닿았다고나 할까요? 직업이 화가라 그런지 손재주가 남달라 화장 솜씨도 뛰어났던 래완이었습니다. 마음 속에 간직해 둔 채로 꺼내놓지 않으려 애쓰던 지난 날의 기억과 현재의 감정이 뒤섞여 복잡한 마음이 드러나던 은성과 해맑은 표정의 래완이 교차돼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되게 만들었던 한때이자 드라마 [미치겠다, 너땜에!]만의 명장면이었음을 확신합니다.
러닝타임은 총 120분으로, 30분에 1회씩 방송이 돼서 4부작으로 마무리가 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명장면이 가득해서 추려나가기가 꽤 힘들었던 드라마가 바로 [미치겠다, 너땜에!]였습니다. 참고로 이 장면은 3회에서 싱어송라이터이자 래완의 아는 동생으로 등장한 희남이 은성에게 영감을 받아 직접 만든 노래를 들려줄 때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어요.
래완, 서정, 희남, 은성, 네 사람이 함께 하는 자리에서 울려퍼진 음악은 어쿠스틱한 분위기의 잔잔함 속에 사랑하는 이를 향한 마음이 가득 담겨 귀를 사로잡았던 곡이에요. 제목은 드라마 타이틀과 같은 '미치겠다 너땜에'이며,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의 OST중 한 곡으로 탄생된 트랙이기도 합니다.
희남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를 때 은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래완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리는데 저까지 괜히 마음이 아파졌어요. 은성도 많이 놀랐던 것 같은데, 래완도 그제서야 자신의 속마음을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이 애틋함이 더해졌던 찰나였답니다.
참고로, 유희남 역의 성주는 그룹 UNIQ(유니크)의 멤버로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가수인데 저는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의 라도우가 더 기억에 남네요. 아마 직접 노래를 부르는 건 [미치겠다, 너땜에!]로 처음 보게 돼서 그랬던 거겠죠. 기사를 검색해 보니 중국에서 활동을 많이 해서 잘 몰랐나 봐요. 그래도 이 드라마 덕택에 노래 실력도 확인하게 됐으니,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은성과 래완의 만남은 우연으로부터 출발한 것이기에 둘의 관계가 굉장히 남다르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지하철에서 과제로 그림을 그리던 은성을 오해한 것이 계기가 되어 우정을 쌓아나갔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거죠. 뿐만 아니라 속내를 완벽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는 점이 정말 드라마 같았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해왔지만 은성 못지 않게 래완도 마음 정리가 되지 않았고, 그날 이후로 그림 작업도 지지부지하기 일쑤였답니다. 오로지 그릴 수 있는 건 은성 뿐이었는데 결국 은성으로 인해 새로운 도전에 성공하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래완이 그린 은성의 모습도 이렇게나마 확인해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이미 다들 짐작하셨겠지만, 드라마 [미치겠다, 너땜에!] 역시도 우리가 다 아는 엔딩을 보여주며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엔딩보다는 엔딩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의미가 있어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게 가능했던 거라서 결말을 확인하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졌답니다. 이러한 끝맺은을 위해 1년의 시간이 필요하긴 했지만 그래도 늦지 않게 진심을 주고받게 돼 다행이다 싶었어요.
우리의 귀여운 고슴도치 복고도 다시 만날 수 있어 좋았고 말이지요. 이유영의 연기 내공은 엉뚱하면서도 발랄한 캐릭터 역시도 완벽하게 소화해내 찬사를 불러 일으켰고, 신인 배우에 가까웠던 김선호의 자연스러운 열연 역시도 조화롭게 작품에 녹아들어 이로 인한 시너지가 엄청났던 작품이었음을 인정합니다.
흔하지만 마냥 흔하게 흘러가지 않았던 로맨스의 향방이 드라마를 시청하고 난 후에도 마음을 사로잡았던 [미치겠다, 너땜에!]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드라마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래완의 집이었음을 상기하며, 내집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힘을 내볼게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만날 수 있었던, 첨단 기술이 도입된 래완의 한옥집 기능도 즐거움을 선사했기에 웃으며 보내주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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