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엘리트 호텔리어로 성장한 구찬성이 호텔 델루나의 지배인을 맡게 됨에 따라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그에 못지 않은 괴팍함으로 가득한 사장 장만월과 함께 델루나를 운영하며 경험할 수 있었던 사건사고들은 특별함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시간을 선사하기에 충분했어요.
참고로 이 드라마의 장르는 판타지 호러 멜로에 가까웠어요. 그로 인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중심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장만월과 구찬성의 사랑 이야기 속에서 귀신들의 사연까지 확인이 가능해 흥미로움과 공포감이 동시에 조성돼서 소름이 돋을 때가 많았답니다.
호텔 델루나가 사람이 아닌 귀신들을 위한 장소로, 저승으로 가기 전에 영혼들이 머물렀다 가는 곳이라는 점에서도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이를 통하여 귀신들의 이야기를 여럿 마주하는 게 가능했는데, 그중에서도 13호실 귀신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았어요. 불법으로 촬영된 동영상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인물이 13호실 귀신로 엄청난 악의 기운을 뿜어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호텔 델루나] 7회의 주인공이었던 13호 귀신의 에피소드가 시작되던 순간은 무서웠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슬프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답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인물은, 호텔 델루나의 사장으로 열연한 이지은이이었습니다. 가수 아이유가 아닌 배우 이지은으로,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시청자들에게 완벽히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드라마 [호텔 델루나]가 첫 작품은 아니지만, 그녀를 위한 작품이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가 힘드니까요.
저는 요 작품으로 배우 이지은을 처음으로 만나게 됐는데, 보자마자 장만월에게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고함과 우아함으로 다져진 비주얼 안에서 적당한 코믹함과 도를 넘는 괴팍한 성격이 지금까지 오랜 세월 호텔에 묶여 살아 온 이의 연륜을 느끼게 해줘서 좋았거든요.
하바드, 호랭이 등, 연식이 묻어나는 구수한 입담과 더불어 김준현이를 따라 움직이며 즐기던 맛집투어도 재밌었어요. 오랜 세월동안 마음 속에 품어두었던 상처를, 구찬성의 도움으로 치유해 나가며 진짜 사랑을 알게 되고 시간이 다다라 스스로 자신의 길을 향해 걸어나가던 만월의 모습도 멋졌답니다.
아, 그리고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가 만월의 BGM으로 귀를 사로잡았던 것 역시도 감명깊었습니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 속 멜로디만으로도 만월의 기분과 심정이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구찬성은 유일한 인간 지배인으로 호텔 델루나에 입성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일하게 되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초엘리트 호텔리어답게 호텔을 위해 일하며 사장까지 컨트롤해 나가는 모습에서 유능함이 확인돼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사람이 아닌 귀신을 손님으로 모셔야 하는 것이 당황스러웠던 것도 잠시,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스러운 세상 속에서 적응해 나가며 그 누구보다 그들을 이해하는 인간으로 거듭나는 찰나가 눈에 쏙 들어왔어요.
아역배우로 처음 봤던 여진구가 성인이 되어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구찬성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새삼 시간의 흐름을 깨닫게 돼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의 대열에 자리잡았음을 깨닫게 돼 즐거웠어요. 정말 잘 자랐구나 싶더라고요. 하하!
그리하여 1회부터 16회까지 쭉 지켜본 결과, 이 작품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면 이렇습니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배우들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세트장이 다한 매력적인 판타지 호러 멜로다."
전생으로부터 시작돼 현생으로까지 이어진 인연, 영혼들이 쉬었다 가는 호텔, 인간과 귀신의 공생 등은 사실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소재가 아니라서 특별하게 생각되진 않았어요. 결말 또한 정해져 있다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에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는 방식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는데, 이 작품은 화려한 볼거리를 토대로 시선을 압도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흥행을 통해 두 자릿수의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호텔 델루나를 환상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이에요. 사람들은 결코 찾지 못하는, 귀신들만이 목적지에 도달해 쉬어갈 수 있는 장소다운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와 보는 내내 절로 입이 벌어졌어요.
장만월 사장의 방, 로비, 객실을 포함한 호텔 내부는 판타스틱한 세트장 디자인의 힘이 제대로 발휘된 장면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컴퓨터 그래픽, CG를 이용한 호텔 외관도 멋졌다지요. 1회에서 호텔 델루나가 완성되는 장면은 디즈니 영화가 상영될 때 만나 본 영상과 살짝 비슷한 느낌이 들어 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자꾸 보니 웅장하고 화려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호텔에 비치된 수영장, 놀이공원의 스케일도 어마어마했고 말이지요.
여기에 호랑이의 등장과 더불어 다양한 장면에서 확인이 된 CG효과도 엄지를 척 치켜들게 만들어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장만월과 구찬성은 개개인의 역량도 탁월했지만 두 사람의 연기 호흡도 완벽한 케미에 힘을 실어줬으니 말 다한 거 아닐까 싶네요.
특히, 드라마 [호텔 델루나] 11회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웃음이 터져버린 장면이 포함돼 재미를 더했습니다. 일명, 현웃이라고 하지요. 조랭이떡국 맛집으로 데이트하러 간 두 사람이 대화하던 도중에 찬성은 조랭이 떡국을 만월의 나이만큼 먹으면 반말을 하겠다고 선언해요.
그러다가 조랭이 떡 다 먹고 귀걸이까지 먹겠다고 하자 만월은 연기를 하다가 진짜로 빵 터져버리고야 말았습니다. 물론, 찬성이도 마찬가지였어요. 이건 대본이 아니라 애드립 같았고, 둘의 표정만 봐도 리얼인 게 느껴져서 재밌었어요. NG로 남겨두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장면이었기에 그대로 쓴 것 같은데, 잘하신 겁니다+_+)b
조랭이 떡국 먹는다고 조랭이 떡국 룩 입은 만월이도 귀엽고, 회심의 애드립을 시전한 찬성이도 귀엽고, 만찬커플의 케미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고 확신합니다. 장사장의 의상 보는 재미도 쏠쏠했던 드라마였는데, 맛집 갈 때마다 음식에 어울리는 옷으로 갈아입는 걸 모습도 예쁘고 잘 어울렸어요+_+
이와 더불어 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음악 역시도 최고였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거미, 펀치, 태연, 폴킴 등 상상을 초월하는 뮤지션들의 대거 참여가 돋보였으니 말은 아낄게요.
12회에선 아이유가 직접 부른 '해피엔딩'이 엔딩씬과 함께 흘러나왔는데 정말 찰떡이었습니다. 12회 대본을 보고 엔딩씬만을 위해서 작업한 곡이라고 하는데 역시나 아이유였다고나 할까요? 아이유의 음색도, 가사도, 멜로디도, 아름다워서 절로 귀를 기울이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장만월, 구찬성 외에 호텔 델루나의 핵심 인물이었던 김선비(신정근), 최서희(배해선), 지현중(표지훈)의 활약도 두드러졌습니다. 한을 풀어내지 못해 델루나에 존재하며 언젠가 저승으로 떠날 날을 기다리던 세 직원들의 사연도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거든요.
이외에 호텔 델루나 인턴이자 4순위로 거론됐던 김유나(강미나), 사신(강홍석)의 존재감도 상당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사신이 의외로 정이 많아서 괜히 친근감이 들 때도 있었답니다. 아, 그리고 1인 12역의 마고신으로 다재다능함을 선사한 서이숙 배우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나름대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던 와중에 최종회였던 16회는 의외로 지지부진하게 흘러가서 이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게다가 드라마 엔딩이 아니라 에필로그 영상이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아서 이 점은 옥의 티로 남지 않을까 싶네요.
호텔 델루나가 영업을 종료한 이후, 호텔 블루문이 영업을 시작하게 됐는데 이곳의 주인공이 김수현라서, 이로 인한 강렬함이 엔딩보다 더 포스 넘치게 마음에 들어와 아이러니했습니다.
재즈클럽을 연상시키는 무드 속에 드러나던 인테리어와 김수현의 존재감에 음악마저 제 스타일에 딱 맞는 사운드가 흘러나와서 압권이었던 호텔 블루문이었습니다. 호텔 블루문으로 시즌2가 나와도 괜찮을 것 같긴 한데, 가능할지는 모르겠네요. 나온다면 좋겠지만 너무 기대는 마시고, 에필로그는 에필로그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구찬성은 호텔 델루나의 99번째 지배인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고, 이로 인하여 만월은 그의 도움과 사랑으로 1300년 동안 묶여왔던 저주에서 풀려나 가야 할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드라마의 결말은 시작부터 예견된 것이었기에 저는 순리대로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하는데,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물론, 이해는 합니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시간 속에서 찬성과 만월은 분명히 같은 공간에서 같은 존재로 만나 사랑할 것임을 아니까, 너무 섭섭해 하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만월은 가득 찬 보름달, 찬성은 찬란히 빛나는 별로 이름마저도 함께 할 운명으로 탄생됐으니까요. 어두운 밤을 밝히는 달과 별로, 1300년 전 과거에도, 1300년이 지난 현재에도, 언제가 될지 모를 미래에도, 서로를 사랑하며 곁을 지켜줄 거예요.
화려한 볼거리로 채워졌던 드라마 [호텔 델루나]와의 시간을, 추석 연휴의 만월을 앞둔 시점에서 정리하며 멋지게 보내주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보름달이 뜨는 날이 오면, 영혼들이 쉬어갈 수 있는 호텔이 문을 열었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곳이 정말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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