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려령의 소설을 처음 접한 건, 재기발랄한 소년의 이야기를 닮은 '완득이'였어요. 서점에서 책을 발견하자마자 쉼 없이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해 있던, 마음에 쏙 드는 성장소설이었죠.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따뜻함을 전하고 사라진 천지의 이야기가 담긴 '우아한 거짓말'은 시리지만 읽는 내내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었구요.
2년 만에 돌아온 그녀의 새 소설, '가시고백'에도 역시, 그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재치와 성장기 청소년들의 아픔을 보듬어주려는 따스함이 담겨 있었어요. 무엇이든 훔칠 수 있는 빠른 손을 가지고 있으면서 나는 도둑이라고, 스스럼 없이 풀어내는 해일의 고백에는 품어주고 싶은 안타까움이 묻어나오는 순간이 많았답니다.
그러나 해일의 진심 어린 고백은 주위를 둘러싼 친구들에 의해 조금씩, 천천히, 마음에 있는 가시를 뽑아내기 시작하는데요, 한창 즐겁고 신나게 삶을 즐겨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켠에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괜히 짠해지고 말았어요.
누군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잘못을 빌고, 당사자에게 용서를 받기까지 뺄 수 없는 가시가 되어 해일의 마음에 남아 있겠지만, 저는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상처를 감싸 안으면서 조심스레 치유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마음을 나누고 진심을 털어놓을 친구가 있다는 건 멋진 일이 아닐 수 없으니까요.
자신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한 해일과 그와 함께 우정을 쌓아가는 친구들에게 더 이상,
마음 속에 가시를 품고 살아가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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