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의 어느 날, 평일에 시간이 돼서 여유롭게 충남 서산에 위치한 개심사에 다녀왔습니다. 개심사는 충남 4대 사찰 중의 하나로 백제시대에 혜감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선지식 출현으로 개원에서 개심사로 개명하게 되었다고 해요.
참고로, 사진 속 일주문 현판에는 상왕산 개심사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개심사가 충남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상왕산에 자리잡은 절이라는 사실도 이야기하고 넘어갈까 합니다. 덧붙여 개심사는 '마음을 열다'라는 뜻을 담은 사찰명을 지니고 있어서 걷는 내내 의미를 곱씹어보게 만들어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어요.
개심사로 올라가는 돌계단 양옆으로 푸르른 나무와 풀, 꽃들이 반겨줘서 즐거운 한때이기도 했어요. 이와 함께색색깔의 연등 또한 마주하는 것이 가능해 천천히 산책하듯 움직이는 순간들이 행복했답니다.
사찰여행은 굉장히 오래간만이라서 더 설렜던 것도 맞고 말이지요.
개심사로 향하는 길목에서 '구경가자 서산 9경 스탬프 투어'를 위한 스탬프 인증대도 발견할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서산 9경은 제1경 해미읍성, 제2경 마애여래삼존상, 제3경 간월암, 제4경 개심사, 제5경 팔봉산, 제6경 가야산, 제7경 황금산, 제8경 서산한우목장, 제9경 삼길포항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니 서산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풍경을 위주로 이동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저희는 제4경인 개심사를 시작으로 제1경인 해미읍성까지, 두 군데를 당일치기 여행코스로 다녀왔는데 천천히 둘러보며 돌아다니기 괜찮았어요. 다음에 또 서산에 올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이날 못 가본 나머지 7경을 돌며 서산9경을 전부 만나 볼 기회가 생기기를 소망해 봅니다^^
돌계단을 따라 걷다 흙길로 발걸음을 조금만 더 내딛으면, 직사각형 모양으로 이루어진 개심사 연못이 눈에 쏙 들어옵니다. 이 연못은 인공연못으로써 상왕산의 생김새가 코끼리를 닮아 있기에, 코끼리의 갈증 해소를 위해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상왕산(象王山)의 상이 '코끼리 상'일 뿐만 아니라 상왕산의 이름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코끼리왕의 산이라는 의미가 돼서 이로 인한 연관성이 흥미롭게 느껴졌던 공간이었어요.
그리고 연못 한가운데에 통나무를 사용한 외나무 다리가 존재해 운치를 더해주는 것이 꽤나 아름다웠습니다. 이로 인해 개심사의 포토존 중 하나로도 인기를 끌고 있었으니, 연못에 다다르면 멋진 사진을 촬영해 보시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다만 인공연못에 녹조가 끼어서 물 자체가 깨끗한 편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기념사진을 찍을 만한 곳임은 분명하니 이 곳을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외나무다리를 건너면 드디어 개심사의 진풍경을 만나보는 게 가능해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사찰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기 전, 시선을 사로잡는 경관이 정말 탁월했어요. 자연과 하나되어 완벽한 어우러짐을 서보이는 절이라는 걸 알게 되니 오길 잘했다 싶었답니다.
사진으로만 다시 접해도 감탄이 나올 정도니, 말 다한 거 아닐까요?^^
개심사에 발을 들이니, 오색의 영롱한 연등이 따사로운 햇살 아래 그림자를 만들어서 천천히 걸으며 봄의 기운을 만끽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부처님 오신 날의 봉축 법요식은 한 달 뒤로 연기된 상태였지만, 사찰 특유의 분위기가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같아 편안함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덧붙여, 개심사는 겹벚꽃으로도 불리는 왕벚꽃으로 가장 유명한 사찰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걸 모르고 온 거였는데, 대포카메라로 지칭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DSLR를 손에 쥐고 벚꽃 촬영에 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제대로 실감할 수 있어 깜짝 놀랐어요.
봄에는 역시 꽃놀이가 제격이지요. 저도 봄꽃여행 참 좋아하는데, 올해는 계획없이 있다가 이렇게 개심사에서 뜻밖의 왕벚꽃을 마주하게 돼 무척이나 영광이었습니다.
아직 꽃들이 만개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날의 풍경은 이대로 멋졌습니다. 사진 속 왼쪽에 자리한 심검당은 건립연대에 대한 기록이 전해지는 게 없어 정확히는 모르나 조선 성종실록에 개심사의 건물이 1475년인 성종 6년에 화재로 불타 없어진 걸 1484년인 성종 15년에 중창했다는 내용이 존재해 이때 지어진 것으로 추정하는 건물이라고 해요.
원래의 크기는 정면 3칸, 측면 3칸의 규모였지만 지금은 'ㄱ'자형의 방을 이어지게 늘려 지음에 따라 상당히 큰 요사채로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요사채란, 절에 있는 승려들이 거처하는 집을 말해요. 특히, 자연스레 휘어진 나무를 기둥과 부재로 삼아 지어진 건물이라는 점에서 조선 건축 특유의 자연미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존재한다고 하니, 개심사에 방문하면 심검당 또한 눈여겨 봐주시길 바라는 바입니다.
뿐만 아니라 심검당 앞쪽의 꽃나무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볼거리 중의 하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심검당은 개심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는 점도 기억해 주세요.
개심사의 대웅보전은 널찍한 안마당과 5층 석탑 뒤로 위엄을 뽐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선시대 초기 다포계 목조건물로 귀중한 자료라고 하니 이 또한 머리 속에 저장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단순함이 두드러지는 와중에 고려시대 석탑의 특징을 갖춘 오층석탑도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살펴보기에 안성맞춤이었어요.
안양루는 불교의 의식법구인 법고와 목어 및 운판이 보관된 건물로 대웅보전 맞은 편이 자리해 있었습니다. 여기서 안양은 극락세계를 뜻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이와 함께, 천장에 가득한 연등과 건물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던 안양루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찰 처마 밑에 자리잡은 시래기가 말라가는 풍경 또한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켰던 개심사였습니다. 다음에 또 개심사에 가게 된다면, 처마 밑의 시래기를 다시금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하하!
시래기를 재료로 만들어질 사찰 음식 또한 궁금해지게 했던 찰나였음은 물론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사람들이 개심사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 은은한 빛깔의 왕벚꽃입니다. 해탈문 옆에 자리잡은 왕벚꽃 나무에는 둘러싸고 카메라 셔터음이 연속적으로 들려오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장관을 선사한 왕벚꽃은 정말 예뻤어요.
올해 벚꽃여행은 개심사에서 만끽하는 걸로 충분할 정도로, 최고였어요.
저희는 조금 이른 시기에 가서 왕벚꽃이 활짝 핀 나무 전체를 만날 수는 없었으나 그래도 이렇게 꽃망울을 터뜨린 채로 맞아주는 가지들이 눈에 들어와서 기념사진을 몇 장 남기는 게 가능했습니다.
날씨까지 좋았던 하루라소,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던 날이기도 했다지요.
개심사에는 왕벚꽃 외에도 청벚꽃나무가 있어서 이 또한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는 청벚꽃은 처음 보는 거라서 굉장히 신기했어요. 그래서 왕벚꽃보다 더 한참 바라보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연두빛의 청벚꽃은 국내에서 보기 드물어서 희귀한 만큼, 이로 인한 유명세가 상당하다고 해요.
확실히 청벚꽃은 푸르른 싱그러움이 꽃망울에 가득해서 봄이 전하는 풋풋한 분위기와 잘 어울려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날은 청벚꽃이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때였어서 만개한 청벚꽃나무를 못 보고 돌아가 좀 아쉬웠어요. 그래서 다음에 한 번 더 와야 될 것 같더라고요.
잔잔한 바람이 가지를 흔들고 눈부신 태양이 청벚꽃을 향해 내리쬐던 때에 기대 이상의 훌륭한 찰나를 만나볼 수 있어 두근거렸던 어느 봄날의 개심사였습니다.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관광객들에게 출입을 금하는 곳은 이렇게, "그대 발길을 돌리는 곳입니다"라는 멋진 표현을 문장에 담아내며 다시 한 번 눈길을 향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발길을 돌리기 전 마주하게 된 개심사의 풍경도 눈여겨 볼만 했어요.
산신각에도 잠시 들러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산신을 모신 전각의 모습과 내부 중앙의 그림도 만나며 시간을 보냈어요. 특히 산신과 호랑이, 소나무가 그려진 게 감명깊었답니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이로 인한 멋과 토속신앙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전각 바깥쪽에 그려진 호랑이 그림도 눈에 띄어서 한 장 찍어봤어요. 그 뒤엔 개심사의 산신각 뒤쪽으로도 길이 나 있었기 때문에 그곳을 따라 잠시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자연에 둘러싸인 절의 묘미를 제대로 경험한 후에 돌아가고 싶었거든요.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잠시 앉아 쉴 수 있게 마련된 정자와 벤치가 여럿 눈에 띄어서 좋았어요. 저희는 멈추지 않고 전망대를 향했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을 배려한 장치를 만나게 돼 흐뭇했습니다.
전망대까지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오랜만에 이런 길을 가게 된 거라 숨은 좀 찼어요. 운동 좀 제대로 해둘 걸 그랬나 봐요. 하하;;
그래도 무사히, 전망대에 도착하니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전망대 표지판과 위쪽에 설치된 전망대의 모습이 눈 앞에서 맞닥뜨리게 되니 좋긴 하더라고요. 정말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심사에 비해 전망대에 오르는 인파가 더 적어서 느긋하게 함께 간 지인들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던 점도 행운이었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사진은 충남 서산 개심사 전망대에서 바라 본 풍경으로 마무리할게요. 앞쪽으로 수풀이 우거져 있긴 했지만, 저 멀리까지 바라다 보여서 시원한 공기와 함께 바람을 쐴 수 있어 신났던 하루였음을 밝힙니다.
충남 서산 개심사로의 첫 방문은 인공연못, 심검당, 전망대, 왕벚꽃, 청벚꽃 순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역시나 청벚꽃이 가장 강렬했어요.
만개한 청벚꽃을 다시 볼 날이 있기를 바라며, 이날의 사찰여행 기록은 여기서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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