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읍성은 충남 서산 9경 중에서도 제1경을 자랑하는 장소입니다. 조선시대부터 사용된 바다가 아름답다는 의미의 지명인 '해미'와 지방 관청을 포함해 민가를 둘러 쌓은 성인 '읍성'이 합쳐진 단어가 바로 해미읍성(海美邑城)이에요. 여기서 '읍'이라는 글자는 성으로 둘러싸인 마을을 뜻하며 읍성은 평소에는 행정중심지로, 비상시에는 방어기지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 속 진남문은 읍성으로 통하는 성의 정문으로 옛 모습을 지금까지 잘 간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그리하여 저희도 진남문을 통해 해미읍성의 내부로 입장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곳의 입장료와 주차료는 무료였고,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였으니 이 점을 꼭 기억하며 방문해 주셔야 하겠습니다.
해미읍성으로 걸어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건물은 탱자성 사랑방으로, 그곳에선 교황님이 드신 Kiss Ring 마늘빵이 판매 중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그 옆으로는 전통 주막을 포함한 기념품 판매점 등의 상점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화려하게 피어난 봄꽃 화분과 더불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해미읍성은 적군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를 성 주변에 심었다고 해서 탱자성이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그러니 탱자성 사랑방 역시도, 이러한 유래를 담은 이름을 사용하는 공간이라고 보시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와 함께 해미읍성 오른쪽으로는 '교황방문기념'이라는 안내문이 시선을 사로잡았는데요, 2014년 8월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내용이 담겨 있으니 직접 이곳을 찾아서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조선시대 읍성이자 대한민국 천주교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해미읍성은 천주교 박해로 인해 천여명에 가까운 천주교 신도들이 고문과 처형을 당한 흔적이 남겨진, 안타까운 역사를 지닌 곳이기도 하니 이 또한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로 인해 해미읍성은 천주교인의 성지순례 장소로도 잘 알려진 게 사실이에요. 천주교 순교기념비는 물론이고 천주교 신자들을 투옥시킨 옥사도 복원되어 있으니 전부 다 만나보시길 바라는 바입니다.
입구 근처에 전시된 조선시대 무기들도 자세한 설명과 함께 만나볼 수 있으니 이 또한 흥미롭게 지켜볼만 했습니다. 은근히 익숙하면서도 뭔가 조금 생소한 모양새를 지닌 무기들의 쓰임새를 알아가는 재미도 놓치지 마세요.
역시나 이곳 또한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편안하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걸으며 움직일 수 있어 좋았던 시간이었어요. 뿐만 아니라 해미읍성 내부가 굉장히 넓어서 간격을 두고 이동하기도 수월했음은 물론입니다.
역시나 입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자물쇠가 잠긴 자재창고와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화장실은 따로 들어가 보지 않았는데, 외관 만큼은 깔끔하고 한국적인 건축미가 돋보여서 눈에 쏙 들어왔답니다.
더불어 대나무숲으로 형성된 공간도 설치되어 있으니, 잠시 태양을 피해 그늘에서 시원한 기운을 경험하게 기념사진을 촬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더운 날에 잠시 쉬어가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곳이 아닐까 싶은데, 여기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꽤 많았으니 참고하셔도 좋겠네요. 공간 자체가 매우 작으니 한 번 휙 살펴보고 사진 찍고 가는 걸로 충분합니다.
그렇게 대나무숲에서 잠깐 쉬다가 잠양루가 있는 곳을 향해 걸었습니다. 아직 미처 본모습을 갖추지 않은 식물들이 양쪽에 자라잡은 모습도 눈에 띄었던 산책길이었답니다.
이와 함께, 저 앞쪽으로 보이는 잠양루는 해미읍성의 동문으로 직접 올라가 볼 수도 있게 오픈된 상태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중의 하나이기도 했어요. 저희는 그냥 걷던 길을 계속 걸었지만요^^;
정성스레 쌓인 돌탑도 해미읍성의 볼거리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멀리서 걸으며 바라봐도 눈에 띌 정도였으니까 말이지요.
길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선 키 큰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돌탑이 꽤나 장관이었답니다.
덧붙여, 나뭇잎이 울창한 나무들의 향연과 높다란 성곽이 고개를 들면 빼꼼하게 보이며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들까지 마주하게 해줘서 좋았던 산책길이었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길이 계속 이어져 있어서 한없이 산책을 즐기게 했던 성곽길이기도 했어요.
그러다 만나게 된 왼쪽의 청허정은, 1491년인 성종 22년에 충청병마절도사로 부임한 조숙기가 지은 곳으로 "맑고 욕심없이 다스리라"는 의미를 담은 장소라고 합니다. 병사들은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활을 쏘며 무예를 익히기도 했으며, 문객들은 시를 짓고 글을 남겼다고 하니 여러모로 의미있는 곳이었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청허정이라는 장소가 지닌 깊은 뜻을 마음에 새기고, 저희는 계속해서 앞에 난 길을 따라 걷고 또 걸었습니다. 진짜 쉬지 않고 산책하는 일에 몰입했던 하루가 아니었나 싶네요. 사진도 많이 안 찍었어요.
이렇게 해미읍성 성곽길을 크게 돌아 입구로 다시 걸으며 이날의 산책을 마쳤습니다. 활쏘기를 포함한 다양한 체험 또한 가능하게 이루어져 있었는데 슬쩍 보고 돌아섰어요. 하하!
광활한 들판의 여유를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순간이었습니다.
해미읍성 안의 동헌입구 또한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동헌은 지방 관아에서 고을 원이나 감사, 병사, 수사 및 그 밖의 수령들이 공사를 처리할 때 사용하던 중심 건물이랍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위의 사진 속 동헌 입구 앞쪽에 자리잡은 커다란 느티나무 또한 주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나무는 1982년 10월 15일에 보호수로 지정된 해미읍성의 동헌 앞 느티나무로써 수령 400년을 자랑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둘레 472m, 높이 16m로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옥사 근처에 자리한 회화나무 또한 눈여겨 보게 되었습니다. 해미읍성의 회하나무는 호야나무로 불리며 충청남도 지정기념물 제172호로 수령 300년 이상 추정되는 나무라고 해요. 1866년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자들을 이 나무에 매달아 고문했다고 전해지는데, 이 사실을 알고 바라보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덧붙여, 회화나무 앞에는 십자가의 길 14처 중 제2처와 관련된 그림이 동그란 표지석 모양으로 전시되어 있으니 이 또한 확인해 보세요. 나무 오른쪽으로는 순교기념비도 존재해서 여러모로 무거운 심정을 가눌 길이 없었던 찰나이기도 했습니다.
회화나무 사진을 끝으로, 제가 만난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단순히 조선시대의 읍성으로 그치지 않고 종교적 탄압으로 인한 잔혹함을 경험하게 해줬던 장소라서 가끔씩 떠오를 것 같아요. 해미읍성 인근에는 해미순교성지가 따로 위치해 있으니 이 점도 머리 속에 저장하고 두 군데 전부 다녀오셔도 좋을 듯 합니다.
해미읍성 안에는 제가 소개한 곳 외에도 객사, 내아, 옥사 등과 민속가옥들이 즐비하니 찬찬히 걸으며 서산 9경 중 제1경과 의미있는 시간 보내며 산책을 포함해 역사여행까지 누려 보세요!
'꼬북이는 달린다 > 여행, Road Tra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일역 안양천 벚꽃길 맛보기] 짧지만 아름다웠던 찰나의 순간 (0) | 2021.04.02 |
---|---|
[서울 걷기 좋은 길] 홍대 경의선숲길공원 연남동 구간 산책과 홍제천 개나리 구경 (1) | 2021.03.29 |
충남 서산 개심사에 핀 분홍 겹벚꽃(왕벚꽃)과 청벚꽃, 전망대까지 둘러보고 왔어요 (0) | 2020.06.05 |
우리의 인생을 꼭 닮은 벚꽃의 꽃말과 함께 누린 짧은 봄꽃여행 (0) | 2020.04.26 |
[대학로 낙산공원 산책] 해 저무는 시간, 낙산정에서 일몰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다 (0) | 2019.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