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자녀의 입시를 위해 사교육에 뛰어든 상류층 부모들의 욕망과 이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다룬 작품으로 회를 거듭함에 따라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역량이 뛰어난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함으로써 명품연기를 선보인 것이 화제가 되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회까지 시청한 소감은 아쉬움이 남는 결자해지이자 용두사미격 개과천선이라는 말로 설명이 가능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입시와 사교육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를 지녔던 게 사실이나 상류층 부모들 중에서도 아빠가 아닌 엄마들의 고군분투에 따른 스토리 전개가 점점 더 막장으로 치달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시어머니의 3대째 의사가문 만들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며느리로 인정받고자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을 영입해 첫째딸 강예서를 맡기게 된 한서진. 이로 인해 비롯된 사건의 시작은 스카이캐슬 사모님들을 예상치 못한 충격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며 놀라운 시간을 선사했습니다.
김주영과 스카이캐슬 사람들이 얽히게 됨에 따라 드러나던 사람들의 비밀과 욕망의 결정체는 파국으로 나아가는 듯 보였지만, 오히려 마지막회에 다다라 역대급 해피엔딩을 선보이며 충격을 자아냈다는 게 놀랍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인기에 힘입어 16회에서 4회가 연장되며 20회로 마무리하기 위해 추가된 장면들과 에피소드가 독이 된 경우라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저는 사실 15회가 방영될 당시에 16회가 끝인 줄 알고 속도감 넘치는 전개에 흥미진진함을 감추지 못했는데, 그래서 더 실망한 부분이 존재했다고 생각됩니다.
혜나의 죽음과 예서의 대학 진학을 사이에 두고 팽팽하게 맞서던 주영과 서진의 불똥 튀는 대립이 상당해 볼만 했는데, 여기서 갑자기 강준상의 개과천선이 펼쳐져 머리 속에 조금씩 물음표가 뜨게 됐고요. 예서를 위한 서진의 선택은 분명 타당한 것이었으나 이때를 놓치지 않고 가족들과 충돌하던 민혁 또한 변화의 시간을 맞이함으로써 피라미드를 버리고 화목한 가정의 표본으로 비춰져서 당황스러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답니다.
모두가 함께 행복한 결말, 좋죠. 그런데 관망하는 포지션으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인물이 목욕재개를 통해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것마냥 삶의 진리를 깨달았다는 듯이, 그렇게 등장해 상황을 정리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어요. 엄마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아빠들의 자화상이 마냥 감동적으로 보여지진 않더라고요.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작가의 오너캐가 분명했던 이수임의 활용도도 썩 훌륭한 편이 아니었어서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회의 죽과 화장품 PPL은 경악스러울 만큼 직접적이었기에 여운 같은 건 느낄 새가 없더라고요. 그냥 헛웃음이 나오는 게 전부였습니다.
JTBC 금토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장점으로는 한서진 역의 염정아, 김주영 역의 김서형, 노승혜 역의 윤세아, 진진희 역의 오나라, 이수임 역의 이태란이 똘똘 뭉쳐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점과 매 장면마다 의미를 두게 만드는 카메라 연출 기법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중에서도 앞서 언급한, 탄탄한 실력으로 다져진 최고의 배우들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시청할 가치가 충분했음을 밝혀 봅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흥행가도를 달리게 도왔던 일등 공신으로는 작품의 철저한 분석을 통해 소름 돋는 엔딩을 완성시켰던, 이름 모를 시청자들의 탁월한 상상력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드라마의 진짜 결말보다 훨씬 더 흡입력이 강해서 좋았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스카이캐슬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예기치 못한 시행착오를 겪어 나가면서 성장해 나가던 모습이 좋았습니다. 더 이상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된 아니게 됨에 따라 다른 선택을 통해 자신의 길로 향하는 순간들이 눈부셨어요. 스카이캐슬 2세들은 이러한 이유로 부모들과는 같지 않을 거란 기대감을 갖게 돼서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했답니다.
특히, 예빈이의 존재감이 빛남으로 인해 어둠의 그림자가 잦아드는 느낌이 들었던 게 인상적이었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이었습니다. 언젠가 진정한 정의가 실현되는 날이 온다면 그건 어쩌면, 예빈이를 통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요. 예빈이를 포함한 스카이캐슬 2세들의 연기도 역시나 작품의 볼거리 중 하나였기에, 이들의 선전 또한 기대해 봅니다.
입시를 위한 사교육의 허점을 다소 자극적으로 풀어낸 반쪽짜리 해피엔딩이었지만, 여러가지 의미로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두고두고 오래도록 회자될 것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부디 이 작품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풍자 드라마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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