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래빗홀은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를 중심으로 상실의 아픔을 보여줍니다.
가족들의 소통에서 느껴지는 묘한 이질감이 불화를 이끌고,
교통사고 당사자인 제이슨이 그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치닫기에 이릅니다.
래빗홀은 제이슨이 만들어낸 공상과학소설의 제목을 의미하는데요,
다양한 버전의 내가 각기 다른 세계에 살아감으로써
현재 상실로 인해 아픔 받는 삶에서 잠깐의 위로를 선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요.
대니를 잃게 만든 장본인에게서 위로 받는 부모의 마음, 아이러니하지만
상처는 끄집어내 진짜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치유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엄마인 베카와 청년 제이슨의 만남은 운명 그 이상의 감정을 전해받게 만들어 줍니다.
어느 날, 자식이 곁에 없음으로 인해 느끼게 될 모든 부모의 아픔을
연극 래빗홀에서 맞닥뜨릴 수 있어요.
저는 아직 누군가의 부모가 된 입장은 아니지만,
그들이 그토록 절규하며 내지르는 아픈 감정에 동화되기 시작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구요.
베카와 하위 부부 뿐만 아니라 베카의 엄마인 냇 또한 아들을 잃었으며,
제이슨에게는 아버지가 없죠.
베카의 동생 이지만이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기를 기다리는 인물이지만,
다른 가족들의 상처를 통해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제이슨을 제외하면 원캐스트로 이루어진 연극 래빗홀.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공연되지만, 그로 인해 배우들의 촘촘한 연기 내공을 마주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어쩌면 시작부터 끝까지 상실에 대한 고통을 이야기하기에 조금 지루하다 싶은 부분 또한 없지 않지만,
그 또한 삶의 일부라는 점에서 우리의 현재와 비슷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제이슨이 만들어낸 래빗홀,
그런 공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좋겠어요.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버전의 내가 살아가는 삶이 궁금하기도 하고,
현재의 나 자신이 겪고 있는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데 또다른 나의 인생이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해서요.
이 세상 어딘가에, 나로 살아가는 또다른 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왠지 모를 위로를 받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즐겁기도 했던,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부디, 다른 세계의 나는 지금의 저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기를...
그리고 지금의 나 또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것 뿐이라고 믿고 싶네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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