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감독의 영화 [외계+인] 1부는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블록버스터로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판타지, 액션, 무협, SF 장르가 적절하게 가미됨으로 인하여 한국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품이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와 함께 630년 전의 과거인 고려시대와 더불어 2022년 대한민국의 현재가 교차되는 내용에 담긴 스펙타클함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영화 [외계+인] 1부는 외계인이 오래 전부터 그들의 죄수를 인간의 몸에 가두어 왔다는 독특한 설정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하여 가드(김우빈)와 썬더(김대명)는 지구에서 다양한 시간대를 이동하며 인간의 몸에 갇힌 외계인 죄수 및 탈옥범을 관리해 나가고 있었는데요, 1380년 고려에서 탈옥한 외계인을 잡아들이는 과정에서 요괴가 된 여인 홍언년(전여빈)이 죽기 전에 부탁한 아기를 2012년으로 데려와 키우게 됩니다. 가드 몰래 썬더가 내린 결정으로 말미암아 아이는 이안이라는 이름을 가짐과 동시에 가드를 아빠라고 부르며 함께 생활을 이어나가요.
한편 1391년 고려말의 시간에선 도술에 능한 도사 무륵(류준열)이 어마어마한 현상금이 걸린 신검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를 차지하려 고군분투 하는데, 천둥을 쏘는 이안(김태리)의 등장으로 뜻밖의 상황을 마주합니다. 여기에 더해 신검의 비밀을 찾으려 애쓰는 삼각산의 신선 흑설(염정아)와 청운(조우진), 가면 속에 정체를 감춘 자장(김의성)으로 인하여 신검을 쟁취하려는 이들의 치열한 사투가 눈길을 잡아끌었습니다.
2022년이 되어 어느덧 초등학생으로 성장한 이안(최유리)은 외계인 죄수들이 사람들의 몸에 들어가는 현장을 목격한 뒤, 로봇인 가드와 인공지능 썬더로부터 그들의 실체와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됩니다. 그 속에서 형사 문도석(소지섭)의 몸에 갇힌 설계자를 깨운 세력들이 외계 행성의 대기가 담긴 하바를 터뜨려 자신들이 숨쉴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지구는 위기에 처하고 말아요. 가드와 썬더와 이안은 이를 막기 위해 고려시대로 이동하여 설계자 일당을 다른 시간대에 가두는데 성공했지만, 있는 힘을 다 써버린 관계로 셋 모두 그곳에 갇혀버리고 맙니다. 뿔뿔이 흩어진 상태로 말이죠.
참고로, 고려시대에서 명성이 자자한 신검은 에너지의 근원으로 죄수들을 깨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와 다름 없었습니다. 설계자의 수하인 자장은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 싱싱한 몸으로 옮겨가는 대신 여전히 늙은 몸에 기생하는 삶을 유지 중이었고, 2022년으로 돌아가 하바를 지구에 풀어 놓으려는 계획을 실행하려 신검을 애타게 찾고 있었어요. 반면에 이안(김태리)은 치열한 전투 끝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게 된 가드를 살리고 세력의 무리로부터 지구를 지키려 신검을 찾아 헤매며 팽팽한 대립이 펼쳐졌습니다.
무륵(류준열)은 과거를 떠올리지 못하면서도 어느 순간 탁월한 도술을 깨우쳐 신검 쟁탈전의 핵심 인물로 급부상하게 되는데요, 영화 [외계+인] 1부 결말을 통하여 설계자가 부상을 입은 문도석의 몸을 버리고 어린 무륵에게 기생하여 기억을 잃은 것임을 확인하게 돼 깜짝 놀랐습니다. 10년 전에 시간 이동을 통해 고려에 당도한 이안을 구해주다가 설계자의 눈에 띄어 희생양이 된 것이었던 거죠.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던 무륵은 최동훈 감독의 또다른 영화 [전우치]의 주인공인 전우치를 연상시키는 캐릭터로 분위기 메이커 능력자의 면모를 일깨우며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다만, 설계자가 무륵의 몸에서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음을 자각했기에 [외계+인] 2부는 조금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그 와중에 무륵의 부채에서 튀어나온 우왕(신정근)과 좌왕(이시훈)의 감초 연기도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삼각산의 신선인 흑설과 청운은 씬 스틸러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자장에게 판매하기 위해 가져 온 물품을 활용하여 외계인 죄수들에게 맞서던 장면을 잊지 못할 거예요. 실제로 쓰임새가 상당해서 눈이 번쩍 뜨였지 뭐예요.
가드 역 김우빈은 인간 일에 관여하지 않겠단 철칙 하에 임무 수행에만 매진하는 냉철함 뒤로, 이안을 향한 따뜻함이 도드라져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우빈 같은 경우에는 가드를 포함하여 썬더가 인간 모습으로 나타날 때의 역할도 겸해서 이 또한 기억에 남았어요. 가드일 땐 차갑기 그지 없었지만, 썬더일 땐 패셔너블하고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여서 극과 극의 온도차가 엄청났답니다.
김우빈 파트너로 제 기능을 톡톡히 해내던 썬더의 목소리, 그 주인공은 김대명이었고요. 김대명 특유의 목소리 톤이 썬더에 걸맞아서 듣는 재미가 쏠쏠했음을 밝혀 봅니다.
그리고 천둥 쏘는 처자로 등장한 이안 역 김태리의 카리스마도 대단했습니다. 총을 본 적 없는 고려시대 사람들에게 총소리는 천둥이라고 여겨도 무방했을 것 같아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게다가 신검 획득 후 썬더를 찾아 가드를 살리려는 이안의 모습이 감탄을 자아낼 때가 많았습니다.
이안은 무륵 못지 않게 화려한 액션씬을 맞닥뜨리게 해준 장본인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던 순간이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덧붙여 엔딩에 다다라 무륵, 청운, 흑설이 더 이상 싸우지 못하는 지경에 달하자 신검으로 자장을 유인하여 자취를 감추던 이안의 모습도 강렬한 여운을 안겨주었어요.
앞서 끄적인 영화 [외계+인] 1부 줄거리의 대미를 장식하는 결말은 무륵의 몸에 설계자가 깃들어 있다는 것, 이안이 신검을 챙겨 썬더와 가드를 찾아나가는 여정을 시작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음을 언급하고 넘어갈게요. 그리고 쿠키영상을 통하여 가드, 썬더, 이안이 외계인 죄수들을 가두고자 시간 이동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 보던 이안의 친구 민선의 이모 민개인(이하늬)이 의미심장함을 선사해서 [외계+인] 2부가 더욱 기다려졌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스토리가 펼쳐지는 동안 다소 산만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기똥찬 퀄리티의 CG 완성도가 탄성을 내뱉게 해서 저는 재밌게 잘 봤습니다.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주요 출연진 외에도 홍언년 역 전여빈, 말 못하고 듣지 못하는 노파 역 김해숙, 무륵의 스승인 현감 역 유재명, 병원 의사 옥자연, 병원 환자 윤경호, 이안의 학교 교장 선생님 역 백현주, 결혼식날 이안으로 인해 밧줄에 묶인 채 갇혀버린 신부 역 심달기 등을 특별출연으로 볼 수 있어 반가웠어요.
도사, 로봇, 인공지능, 우주선, 외계인 등 동서양의 캐릭터가 접목된 블록버스터의 묘미가 꽤 괜찮았기에 킬링타임용 한국영화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화 [외계+인] 2부가 예정된 상태라 1부는 2부를 위한 프롤로그 겸 이야기의 서막과 다를 바 없게 느껴져 이 점이 조금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SF 판타지 액션 무협 장르를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봐도 좋을 듯 합니다.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최동훈 감독만의 개성이 고스란히 스며든 영화의 매력이 살아 숨쉬는 걸 확인할 수 있어 즐거웠어요. 영화 [외계+인] 1부가 2022년 7월에 개봉했으니까 2부는 2023년인 올해에 만나보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얼른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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