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광부화가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이 작품은 1930~40년대 영국 북부를 배경으로 광산촌에서 살아가며 일을 하던 광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흥미로움을 선사했어요. 이들은 그림을 통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지는 일이 가능해짐에 따라 어느덧 애싱턴 그룹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떨치게 됐는데요, 화가로의 성취를 획득함과 동시에 광부로의 삶 또한 포기하지 않고 함께 영위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참고로, 대본을 집필한 리 홀(Lee Hall)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탄생시킨 영국의 극작가이며 실제 광산촌 출신이라는 점도 처음 알게 돼 이 점도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작품의 줄거리는 1934년 광부들이 모여 사는 광산촌 애싱턴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강사 라이언은 미술 감상 수업 교실에 참석한 광부들에게 단순한 이론 수업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제로 그림을 그려보도록 제안함으로 말미암아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라이언의 소개로 미술 수집가이자 예술지원자인 헬렌 서더랜드가 그림작업실에 방문하게 됐고, 광부화가 멤버들 중 한 명인 올리버에게 후원을 약속하며 애싱턴을 떠나 전업 화가로의 생활을 권유하면서 그들의 삶은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이 바로 연극 [광부화가들]의 기본 줄거리랍니다.
참고로 제가 연극 [광부화가들]을 관람한 날의 캐스팅은 위와 같았어요. 광부조합의 간부로 규칙과 규율을 중요시하는 광부 조지 브라운 역 정석용, 어린 시절부터 집안의 가장으로 광부일을 하다 그림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올리버 킬번 역 박원상, 단순하고 잘 삐치는 면모가 없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순수함이 느껴지는 지미 플로이드 역 윤상화, 애싱턴탄광 부속치과 설비기사로 올리버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해리 윌슨 역 김중기, 광부들의 미술감상 교실을 위해 애싱턴을 방문한 강사 로버트 라이언 역 이대연, 아트 콜렉터로 막대한 재산을 보유함으로써 당대 유명화가들을 후원한 헬렌 서덜랜드 역 송선미, 조지의 조카로 호기심 반 재미 반으로 광부들을 쫓아다니던 젊은이 토미 역 노기용, 미술학도로 드로잉 모델 아르바이트를 병행 중인 당찬 학생 수잔 팍스 역 김한나를 무대 위에서 만나 볼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특히, 매체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배우들이 대부분이라 공연장에서 가까이 호흡하며 연기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일이 가능해 반가웠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명확한 딕션을 바탕으로 찰진 열연을 경험할 수 있어 짜릿했어요. 그중에서도 조지 역 정석용, 지미 역 윤상화의 발성이 유독 귀에 착 감기는 것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수잔 역 김한나는 통통 튀는 독특한 웃음 소리와 긍정적인 성격 덕택에 분위기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 관심을 집중시켰던 것도 인정합니다. 그 속에서 드라마 [조선 정신과 의상 유세풍] 7회에서 아이를 잃고 난 뒤 화병을 앓고 있는 장유정 역을 소화했던 장본인이 김한나였음을 일깨워줘 눈이 번쩍 뜨였답니다.
다만, 제가 객석 오른쪽에 앉았는데 무대 왼쪽에서 배우들이 대사를 칠 때마다 묘하게 목소리가 울려서 이 점은 단점으로 남았어요. 반면, 그림을 중심으로 예술을 대하던 광부들의 태도에서 진정성이 느껴져서 이 점이 보는 내내 심금을 울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크린에 비춰지던 광부화가들의 실제 작업물이 감탄을 자아내서 강렬한 여운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답니다. 근데 올리버보다 지미와 해리의 그림이 더 많았던 점은 조금 의외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렌과의 대화 안에서 광부 화가와 전업 화가를 두고 갈등하던 올리버의 고뇌는 충분히 이목을 잡아끌었고요. 광부로 일생을 보낸 이들의 삶에서 전쟁의 아픔까지 접하게 돼 안타까운 순간 역시도 상당했는데, 우리 곁에 자리잡은 예술의 의미를 되새길 기회를 마련해 준 공연이었기에 보는 즐거움이 남달랐음을 밝혀 봅니다. 광부들이 자신의 인생을 자양분 삼아 완성시킨 예술의 가치가 공감대를 형성하게 도와서 감명깊었어요.
공연을 재밌게 관람한 후에 이어진 커튼콜은 촬영이 가능하다고 해서 무대 사진도 몇 장 찍어봤습니다. 사진 순서대로 왼쪽부터 윤상화, 정석용, 노기용, 김한나, 송선미, 이대연, 김중기, 박원상이 포착돼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어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신나게 웃고 감동받았던 시간이 만족스러웠던 한때였답니다.
이와 함께 무대 뒷편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광부화가들을 포함하여 다채로운 예술가들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점도 훌륭했음은 물론이에요. 유익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어 최고였습니다.
애싱턴 그룹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공연에 담긴 예술과 삶의 의미를 연극 [광부화가들]로 하여금 새로이 되돌아 볼 수 있어 흡족했습니다. 공연의 러닝타임은 인터미션 없이 130분 동안 진행됐는데, 지루하지 않게 몰입하며 볼 수 있는 것도 마음에 쏙 들었어요.
오늘은 간만에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공연 관람한 이야기를 끄적여 봤어요. 예전에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봤던지라 연극 [광부화가들]도 궁금했었던 건데, 결론적으로 두 공연 모두 볼만 한 가치가 있었음을 알게 돼 흐뭇함이 밀려왔습니다.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 올라온 연극 [광부화가들]은 2022년 12월 1일부터 2023년 1월 22월까지 공연이 이루어지니,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실화 바탕의 연극이 선사하는 묘미를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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