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요일인 12월 5일 오후 7시 30분, 정동월요랜선극장을 통하여 뮤지컬 [포미니츠] 공연 실황 전막 영상을 집에서 편안하게 관람했습니다. 국립정동극장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하여 무료로 공개된 덕택에 좋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어요.
참고로, 뮤지컬 [포미니츠]는 크리스 크라우스 감독이 제작한 동명의 독일 영화를 원작으로 탄생되었고요. 이날 만난 공연은 2022년 6월 21일부터 8월 14일까지 재연이 진행될 당시에 촬영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2021년에 초연된 이후로 굉장히 빠르게 무대로 올라온 것이 눈여겨 볼만 했어요.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루카우 교도소에서 2차 세계 대전 이후로 60년 동안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온 크뤼거가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보유했으나 살인죄로 복역 중인 제니와 마주하며 펼쳐지는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었어요. 크뤼거는 제니의 능력을 한눈에 알아보고 자신의 피아노 수업을 들을 것을 제안해요. 그러나 제니는 첫날 나타나자마자 교도관 뮈체를 폭행하며 독방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야 맙니다.
크뤼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니를 청소년 콩쿠르에 출전시킬 것을 제안함에 따라 두 사람은 점차적으로 가까워짐과 동시에 서로의 상처를 드러내며 마음을 열어요. 하지만 결승을 앞둔 제니가 독방에 갇혀 버림으로써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크뤼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
공연은 교도소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흘러감으로 말미암아 대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서도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려 애썼던 작품과 다름 없었습니다. 과거 전쟁이 한창일 때 사랑하는 한나의 죽음을 맞닥뜨린 크뤼거와 아기를 잃은 제니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죄책감을 가진 채 살아왔음을 알게 되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래도 피아노를 통하여 크뤼거와 제니가 인연을 맺게 되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으로 나아갈 것 같아 다행스러웠습니다.
그 속에서 크뤼거 역의 이봉련 배우와 제니 역의 홍서영 배우가 선보인 활약이 감탄을 불러 일으키고도 남았음을 밝혀 봅니다. 이봉련 배우 같은 경우에는 연극에서 멋진 모습을 꾸준히 보여줬던 걸로 아는데, 연기 뿐만 아니라 탄탄한 발성으로 선보인 넘버 소화력도 기대 이상이었던지라 앞으로 뮤지컬에서 자주 만나게 되기를 희망하게 되었습니다. 홍서영 배우는 다소 거칠면서도 날선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연기도 참 좋았지만 노래할 때의 가창력이 귀를 기울이게 만들어 최고였어요.
덧붙여 콩쿠르 경연을 위하여 크뤼거와 제니가 옷을 바꿔입던 순간은 분위기 전환에 큰 도움을 주며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고요. 크뤼거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던 한때도 인상깊었음은 물론이에요. 허나 뮤지컬 [포미니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은 공연 타이틀과 같은 마지막 4분에 존재했음을 인정합니다.
그리하여 탈옥을 감행한 제니가 확인하게 해준 콩쿠르 결승 무대 위에서의 연주는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단순히 피아노를 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온몸을 활용하여 피아노 현을 뜯고 발을 구르는 등의 퍼포먼스가 어우러짐에 따라 음악에 대한 인물의 능력이 특유의 광기와 어우러져 화룡점정을 찍는 것이 대단했어요.
특히 1층 무대의 제니 역 홍서영과 2층 무대에 선 피아니스트 김경민이 똑같은 블랙 드레스를 갖춰입고 피아노 앞에서 격렬함과 강렬함을 한꺼번에 일깨워주는 피아노 듀엣 연주를 접하게 해줬을 때의 여운이 엄청났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피아니스트를 제니의 분신으로 해석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확실히 일리가 있어 보였어요.
뿐만 아니라 포스터 사진과 같이 수갑을 차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제니의 모습도 공연 속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 이 점도 기억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작품과 잘 어울리는 음악으로 이루어진 넘버의 멜로디도 매력적이었던 창작뮤지컬 [포미니츠]였습니다.
다만, 콩쿠르 결승 이후로 크뤼거와 제니가 다시 못 만났을 것 같다는 얘기가 많아서 이 점은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그치만 제니의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와 이를 들은 크뤼거가 외친 "브라바!"가 둘의 진심을 대변했다고 봐도 무방하니, 아쉬움은 넣어두려고 합니다.
영화 원작 뮤지컬 [포미니츠] 온라인 중계가 감동을 전했던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이봉련, 홍서영 배우는 현재 매체 활동도 병행 중이라 브라운관에서 종종 포착이 가능해 이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뮤지컬을 보고 났더니, 원작 영화도 궁금해져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만나 볼 생각이에요. 한 주의 시작에 즐거움을 전한 정동월요랜선극장에 고마움을 표하며 오늘의 공연 리뷰를 마칩니다.
'베짱이는 노래한다 > 공연, 전시 한편 어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극 [광부화가들] : 애싱턴 그룹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공연에 담긴 예술과 삶의 의미 (0) | 2022.12.19 |
---|---|
[2021 뮤지컬 레베카 시츠프로브] 박지연 이히의 활약과 이장우 막심의 칼날송 기대중 (0) | 2021.11.09 |
연극 [플레이 위드 햄릿] : 무대 위 4명의 햄릿이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 (0) | 2020.09.21 |
뮤지컬 [팬레터] : 경성시대 문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탄생된 모던 팩션 (0) | 2020.09.06 |
뮤지컬 [귀환] 전막 생중계 : 유해발굴과 데미안으로 기억된 그날의 약속 (0) | 2020.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