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이하여 넷플릭스가 새롭게 공개한 애니메이션 [컵헤드 쇼!]를 재밌게 시청했습니다. 이 작품은 스튜디오 MDHR의 인디 게임으로 명성이 자자한 '컵헤드'를 바탕으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요. 그리하여 주인공으로 모습을 드러낸 장난꾸러기 머그컵 형제의 모험이 담긴 이야기는 총 12회로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에피소드 한 편당 15분 남짓한 분량을 자랑했던 관계로 러닝타임이 길지 않아서 순식간에 전편을 만나보는 일이 가능했습니다.
작품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잉크웰 섬에서 주전자 할아버지의 보호 아래 살아가고 있는 컵헤드와 머그맨이 선사하는 일상 속 사건사고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원작 게임 속 1930년대 고전 카툰풍 그래픽의 매력이 남달라서 이에 따른 인기가 어마어마했다고 하는데, 애니메이션을 마주하니 그 이유를 직접 실감하게 돼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지 않을 수 없었어요.
참고로 빨간색 캐릭터가 형인 컵헤드, 파란색 캐릭터가 동생인 머그맨이에요. 형제끼리 다투는 건 기본, 반복되는 하루하루 속 재미와 모험없는 일상이 따분하게 느껴질 때마다 뜻밖의 상황을 불러 일으키며 사고뭉치의 역할을 톡톡히 해서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컵헤드는 재밌어 보이는 일이라면 무작정 달려들어 말썽을 피우는 개구쟁이로 추진력이 남달랐어요. 반면에 머그맨은 뒷일을 생각하며 사건 해결을 위하여 고군분투할 줄 아는 의외의 능력자인 건 맞지만, 용기가 없어 두려움에 떠는 일이 많던 겁쟁이였다는 점에서 둘의 환상적인 케미가 보는 내내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답니다. 이러한 이유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시너지를 내는 형제 케미가 도드라졌답니다.
일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서막을 열게 된 애니메이션 [컵헤드쇼!] 1편부터 기상천외했다지요. 컵헤드는 주전자 할아버지가 부탁한 집안일을 하다 말고 머그맨을 설득해 신나는 놀거리로 가득한 카니발로 향했고, 그곳에서 손님의 영혼을 빼앗으려는 악마를 마주하며 위기에 처합니다. 이로 인해 악마에게 영혼을 뺏기지 않으려 애쓰는 컵헤드와 곁에서 형을 돕는 머그맨의 모습(1편, 악마의 카니발)이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내용 외에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상당했어요. 머그맨의 부러진 손잡이를 고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던 머그컵 형제에게 주전자 할아버지가 이빨 요정의 전설을 변형한 손잡이 요정의 얘기를 들려주며 도움을 주던 에피소드(4편, 손잡이는 조심스럽게)가 인상깊었고요. 유령들로 인하여 묘지 안에 갇혀버린 컵헤드와 머그맨의 오싹한 모험(6편, 유령은 없다니까?)도 잊지 못할 회차로 남기에 충분했어요.
특히 [컵헤드 쇼!]만의 스토리 전개가 이루어지는 동안 넘버에 맞춰 캐릭터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적지 않아서 뮤지컬을 관람하는 듯한 분위기를 여러 번 경험하는 일이 가능했는데, 앞서 언급한 6편 같은 경우에는 웅장함이 전해져 오는 합창까지 더해져서 귀가 더욱 즐거웠던 게 사실이에요.
나이가 들다 보니 유령보단 인간이 더 무서운 세상임을 깨달은 지 오래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으스스한 공포감을 자아내며 서늘함을 자아내는 한 편의 이야기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악마로부터 컵헤드의 영혼을 지켜내기 위한 머그컵 형제의 노력은 계속됐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동생 머그맨의 활약이 감동을 선사했던 회차(8편, 스웨터를 벗지마!)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1편부터 컵헤드와 머그맨을 쫓던 악마의 면모가 한층 더 부각돼서 흥미로웠습니다.
그리하여 다음 에피소드(9편, 스웨터를 다시 한번)에서도 악마의 끈질긴 추적이 계속되었으니, 8편에 이어 9편까지 이어서 봐준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네요. 매번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는 진심을 확인하는 일이 가능해 좋았던 머그컵 형제의 모습이 멋졌습니다.
머그컵 캐릭터로써 컵 안에 우유가 담겨 있어 쿠키를 찍어 먹던 장면도 웃음을 자아냈음은 물론이에요. 머그컵에 고정되어 있는 빨대도 앙증맞기 그지 없었답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컵헤드 쇼!]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빌런은 악마였는데, 마냥 악랄하기보다는 어설픈 구석이 있어서 허점을 드러내는 장면도 눈길을 잡아끌었습니다. 컵헤드와 묘하게 유머코드가 맞아서 화기애애했던 찰나도 잊지 못할 거예요. 서로 다른 목적을 마음에 품은 상태긴 했지만 말이죠.
이외에 악마의 수하로 등장했던 주사위 캐릭터 킹 다이스의 포스도 굉장했습니다. 그리고 악마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머그컵 형제와 대립하던 뿌리채소 세 친구, 개구리 형제의 모습도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음을 밝혀 봅니다.
여기에 더해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눈부신 아우라를 맞닥뜨리게 해준 챌리스의 존재감이 어마어마했어요. 등장하자마자 구두를 또각거리며 멋진 춤을 선보이던 장면에서 탭댄스에 일가견이 있음을 깨닫게 돼 만족스러웠고요.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아는 캐릭터로, 시청자인 저의 눈과 귀 또한 사로잡았음을 인정합니다. 뿐만 아니라 혼자가 편하다는 말에 담긴 의미가 심상치 않아 보여서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 봐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능력이 탁월함과 동시에 치고 빠질 줄 아는 순발력도 예상을 뛰어넘었기에, 챌리스에 대한 호기심을 극대화시키며 마무리한 애니메이션 [컵헤드 쇼!]의 뜻깊은 결말에 엄지를 치켜올리게 되었습니다. 시즌2를 암시하며 끝이 났기에 행복하네요.
레트로 감성이 묻어나는 슈팅 액션게임 '컵헤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애니메이션 [컵헤드 쇼!] 시청이 필수라고 봐요. 그리고 게임을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이해가 절로 되는 내용인 데다가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개성이 뛰어나서 유쾌하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컵헤드 쇼!]를 보고 났더니, 원작 게임을 직접 해보고 싶어졌다고나 할까요? 눈에 쏙 들어오는 깜찍한 일러스트와 달리, 게임은 어려운 난이도를 뽐낸다고 해서 궁금해지더라고요.
게다가 한국 성우진의 더빙판도 마련되어 금상첨화예요. 컵헤드 역을 맡은 전태열 성우는 스폰지밥 목소리로 익숙해서 더 반가울 거라고 확신합니다. 머그맨 역 소정환, 주전자 역 홍진욱, 킹 다이스 정재헌, 악마 역 엄상현, 챌리스 역에 문남숙 성우가 이름을 올린 점도 알고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난꾸러기 머그컵 형제의 모험이 담긴 게임 원작 애니메이션 [컵헤드 쇼!] 덕택에 기분 좋은 토요일을 시작했으니, 남은 주말도 힘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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