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스비헤이비어]는 실화를 바탕으로 펼쳐진 여성들의 유쾌한 투쟁에 박수를 보내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이혼 후 아이를 키우며 꿋꿋하게 학업에 정진 중인 여성 운동가이자 역사가 샐리 알렉산더(키이라 나이틀리), 페미니스트 활동을 해나가며 예술가로 살아가는 조 로빈슨(제시 버클리), 최초의 미스 그레나다로 선발되어 미스월드대회에 참가함으로써 흑인 아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싶었던 제니퍼 호스텐(구구 바샤-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만나보는 일이 가능했던 작품의 여운이 남달랐어요.
세 사람은 1970년에 방영이 이루어진 미스월드 대회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됩니다. 샐리와 조는 성적 대상화의 주범과 다름 없는 미스 월드를 세계적인 축제로 탈바꿈시킨 이들에게 대항하며 반대시위를 통해 여성들의 자유를 외쳤고, 제니퍼는 성차별과 더불어 인종차별을 감내하며 목표를 달성하고자 무대에 등장하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난 예쁘지도 추하지도 않고 화가 났을 뿐이다."라는 여성들의 외침이 심금을 울렸던 영화가 바로 <미스비헤이비어>였습니다. 성 상품화는 물론이고 피임과 낙태의 자유, 가부장제 타도를 부르짖으며 남성의 기득권을 비판하던 모습도 눈여겨 볼만 했어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여성들을 위한 운동을 해온 샐리와 조의 갈등도 흥미로웠고요. 같은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의기투합에 꼭 필요한 일이었으므로, 두 사람이 하나가 된 찰나가 더욱 인상깊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샐리가 여성해방운동을 이어나가는 동안 아이를 돌보며 집안일을 해나가는데 친정엄마 에블린이 동원되어야 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덧붙여 남편의 허락 없이 은행 계좌 개설이 힘들었던 시대에 샐리는 아버지의 삶을 동경하며 어머니의 인생을 부정하는 아이러니를 확인하게 해주고야 말았는데, 이렇듯 계속되는 둘의 대립 속에서 남자들의 존재감을 찾아보기 힘들어서 고개를 내젓게 되었답니다. 샐리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인 개리스가 곁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참고로 사건의 발단이 된 1970년의 미스월드 대회는 달 착륙과 월드컵 결승보다도 훨씬 더 많은, 무려 1억 명이 지켜 본 방송이었다고 합니다. 그 속에서 수영복 심사를 하는 과정의 적나라함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미스코리아 대회가 한창일 때 아무 생각없이 시청했던 지난 날이 떠올라 저 역시도 반성을 시간을 갖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의 수영복 심사는 2019년부터 폐지가 되었고, 다른 나라도 비슷한 실정이라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게다가 미스 월드 대회도 여전히 방송 중이라는 점에서 아직은 갈 길이 멀구나 싶었다지요. 여성들을 그저 외모와 몸매 위주로만 평가하는 것이 가축시장과 다를 바 없음을 피력한 샐리의 말에도 그래서 더더욱 납득이 갔습니다.
샐리와 조가 성차별에 거센 저항을 표출하는 동안 제니퍼는 인종차별을 이겨내며 미스월드의 타이틀을 획득합니다. 미스월드 대회 자체가 성차별로 가득한 무대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제니퍼가 미스 그레나다로 백인이 아니어도 세상에 자리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길 바랐던 소망을 이루며 또다른 희망을 건네줘서 이 또한 곱씹어 볼만 했습니다. 이로 인하여 샐리처럼 선택을 하며 살고 싶단 제니퍼의 간절함이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들기도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샐리와 제니퍼가 만나서 뜻깊은 대화를 나누던 순간이 영화 [미스비헤이비어]의 명장면으로 남았습니다. 이와 함께 미스월드 대회가 끝나고 난 뒤의 후일담을 맞닥뜨리게 된 점도 의미가 있었어요. 특히, 실존인물들의 뒷이야기를 마주하는 일이 가능해서 관심을 집중시켰던 게 사실이에요.
덧붙여 여성해방운동이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임을 일깨우는 자막도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1970년 영국 런던 로얄 알버트홀에서 개최된 미스월드 생방송 현장에 난입한 여성 운동가들의 유쾌함이 도드라지는 활약은 영화 속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랄게요. 흡입력을 자아내던 배우들의 연기도 대단했다죠.
강렬한 여운을 남긴 페미니즘 영화로써 실화에 입각하여 현재의 여성운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의 가치를 두 눈으로 직접 맞닥뜨리게 돼 만족스러웠습니다.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는 행동과 더불어 미스 월드를 반대하는 의미를 동시에 담아낸 단어를 타이틀로 삼은 실화영화 [미스비헤이비어(MISBEHAVIOR)]가 선사하는 이야기의 매력에 한 번쯤 푹 빠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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