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정준경 : 박정민
정태윤 : 이성민
송라희 : 임윤아
정보경 : 이수경
영화 [기적]은 기찻길만 있는 마을에 기차역을 세우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따뜻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서 눈여겨 볼만한 작품이었습니다. 기관사 아버지 태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누나 보경과 마을에 남아 5시간이 소요되는 통학길을 오가던 준경의 목표는 자신이 사는 곳에 기차역이 생기는 거였는데요, 이를 위하여 청와대에 끊임없이 편지를 부쳐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기차역과 기차역 사이의 거리가 상당함에 따라 기찻길을 따라 걸어서 목적지에 가는 도중에 기차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많았거든요. 그리하여 제일 가까운 승부역으로 향할 때마다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 마을 사람들을 위하여 준경은 기차역이 생길 때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준경은 철로의 진동을 감지해서 기차의 위치를 알려주는 신호등을 제작하기에 이릅니다. 뿐만 아니라 수학 천재임과 동시에 우주와 관련 도서들을 섭렵해 나가는 준경의 모습도 감명깊게 와닿았어요. 한 마디로 준경의 관심은 오로지 수학과 우주, 그리고 마을에 기차역이 생기는 것이 전부였다고 보면 됩니다. 이외에 다른 것에는 무지하다고 봐도 될 정도였어요.
라희는 이러한 준경의 범상치 않은 모습을 재빠르게 파악하고 기차역을 세우는데 도움을 주겠다며 본인이 계획한 대로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저돌적인 데이트를 이어나갔어요. 라희의 꿈은 뮤즈였기에, 준경이 꿈을 이루는데 있어 영감의 원천이 되고자 노력하는 순간들이 예뻤답니다.
덕분에 준경과 라희가 만나보게 해주는 풋풋한 순간들이 청량함을 안겨줘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영화가 바로 <기적>이었습니다. 박정민의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열연 못지 않게 임윤아 역시도 캐릭터에 제대로 녹아들어 두 사람이 보여주는 케미가 남달랐던 것도 사실이에요.
이와 함께 쉽지 않은 사투리 연기를 맛깔나게 소화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영화 <기적>의 배경이 경상북도 봉화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봉화 사투리를 구사해야 했는데, 어색함이 전혀 없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지요. 사실, 봉화 사투리 자체가 지금까지 접해 본 적 있는 기존의 사투리와 단어는 물론이고 억양마저 전혀 달라서 낯설었는데 배우들이 잘해준 덕분에 점차 익숙해지더라고요.
박정민도 박정민이지만, 생애 첫 사투리에 도전한 임윤아의 활약에 찬사를 보내게 되었음을 밝혀 봅니다. 실제로 봉화가 고향인 이성민이 윤아의 사투리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해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어요.
여기에 더해 준경과 보경의 남매 케미, 태윤과 준경의 부자 케미도 남다른 묘미를 자아냈어요. 서로에게 애틋했던 준경과 보경, 오랜 시간 털어놓지 못한 속마음을 드러내며 따스한 정을 경험하게 해준 태윤과 준경의 한때가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답니다. 그 와중에 이수경의 사려깊은 마음이 담긴 연기는 눈을, 이성민의 사투리는 귀를 사로잡고도 남았다지요.
마냥 잔잔하게 흘러가기만 할 줄 알았던 스토리에 뜻밖의 반전이 자리잡았음을 깨닫게 돼 이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영화 초반에 의문을 가졌던 부분이 클라이막스를 통하여 해소가 돼서 납득이 갔고요. 라희와 준경이 어두운 밤에 기차길을 걷다 마주하게 된 반딧불이가 선사한 황홀한 풍경은 머리 속에 강렬한 여운을 전했습니다.
반면에 저녁식사를 하며 준경이 태윤에게 처음으로 술을 배우는 장면에선 웃음이 빵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어른과 술을 마실 땐 잔을 돌려 마시는 것이 예의라고 말하자 몸이 아닌 소주잔을 두 손으로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마시던 준경의 모습이 너무 웃겼어요. 특히, 박정민의 몸에 밴 듯한 생활연기가 폭소를 자아내서 유쾌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웃음 포인트와 감동을 선사하는 요소가 다채롭고도 매력적으로 어우러져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앞서 언급한 4명의 주연 배우 외에도 물리 선생님으로 존재감을 선보인 정문성의 출연도 반가웠어요.
이 작품은 1988년에 설립된 최초의 민자역사이자 세상에서 제일 가장 작은 간이역으로 알려진 경북 봉화의 양원역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로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주민들이 직접 역 건물과 승강장을 만들었고, 역 이름을 지음으로써 열차가 운행하게 되었다고 해서 탄성이 절로 나왔어요. 다만, 등장인물들은 허구이므로 이 점은 기억을 해두는 게 좋겠습니다.
더불어 영화 [기적]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통하여 절절한 로맨스를 선보였던 이장훈 감독의 작품이라고 해서 눈이 번쩍 뜨였다지요. 비슷한 감성이 느껴지는 까닭을 제대로 알게 돼 인상깊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영화의 제목인 [기적]이 기차의 경적이란 뜻만이 전부가 아니라 미라클을 의마흔 중의적인 의미로 쓰여졌다고 해서 이 점도 흡족함을 더했습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낸 경이로운 공간의 가치가 더욱 빛났으니까요.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꿈을 떠올리게 만드는 휴머니즘으로 가득한 영화 [기적]과 함께 할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보고 나면 마음의 온도가 한층 더 높아진다는 점에서 한 번쯤 만나보시길 권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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