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음악 예능 [비긴어게인]이 올해는 [비긴어게인 코리아]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해외의 낯선 도시로 떠난 한국 뮤지션들이 버스킹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 프로그램의 컨셉이자 취지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최초로 국내에서 제작되며 흥미로움을 경험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시작된 [비긴어게인 코리아]에는 이소라, 헨리, 악동 뮤지션 수현, 하림, 적재, 크러쉬, 정승환, 이하이, 소향이 출연해 색다른 거리두기 버스킹의 묘미를 선사하며 감동을 전했습니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펼쳐진 이번 공연은, 철저한 방역을 중심으로 신청자들의 사연을 통해 관객을 모집하며 소소한 거리두기 버스킹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도왔습니다. 이로 인해 적재의 말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공연이 이루어지는 게 가능하고, 그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뜻깊었어요.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규칙을 잘 지키는 공간에서 모두 하나가 됨으로 인해 완성된 음악과의 한때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소라/바람이 분다]
[크러쉬,적재/가리워진 길]
이와 함께,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예술적인 카메라 워킹 속에서 출연진들의 특별한 무대를 만나볼 수 있었던 시간도 보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와 크러쉬와 적재가 함께 꾸민 '가리워진 길'이 인상깊었음을 밝힙니다.
뭐니뭐니해도 [비긴어게인 코리아] 1회 오프닝으로 마주하는 것이 가능했던 이소라의 공연은 백미였어요. 피아노와 더불어 풍성한 악기의 선율이 이소라의 목소리와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며 감탄을 거듭하게 만들었습니다. 크러쉬의 노래와 적재의 기타가 함께 하는 곳은이라면 어디든, 천국이 아닐까 싶었다지요. 하하!
[대구 수창청춘맨숀 베란다 버스킹]
[속초 등대해변 버스킹]
[안동 월영교 달빛 버스킹]
[인천 W마리나 드라이브 인 버스킹]
인천국제공항으로부터 시작된 비긴어게인 코리아팀의 버스킹은 매회마다 탄성을 자아내는 컨셉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는데요, 그중에서 대구 수창청춘맨숀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언택트 베란다 버스킹은 관객은 물론이고 뮤지션들 또한 각기 다른 공간에서 노래와 연주를 이어감으로 인해 상상을 초월하는 무대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속초에서 진행된 등대해변 버스킹과 선상크루즈 버스킹은 바다에 어울리는 낭만을 선물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1회의 문화비축기지 속 드라이브 인 버스킹과 10회의 인천 W마리나를 수놓은 드라이브 인 버스킹은 방송의 첫회와 마지막회를 장식하며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드라이브 인 버스킹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현대 제네시스에서 협찬받은 자동차 PPL을 위해 시청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회차에 포진된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버스킹은 안동 월영교에서의 달빛 버스킹으로 야경이 황홀함을 자아내서 자꾸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꼭 여행가고 싶은 관광지로 점찍어 두었어요. 그리고 전주의 경기전에서 이루어진 경기전 버스킹도 운치를 더해서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지요.
뿐만 아니라 버스킹 내내 귀에 콕 박힌 뮤직 리스트가 상당했는데요, 대구 동산병원에서의 버스킹을 위하여 결성된 크림이(크러쉬, 하림, 이소라)의 공연에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로 수록되었던 이소라의 '바람이 부네요'를 최초로 감상할 수 있게 돼 행복했습니다. 대구 계명대학교를 찾은 선샤인(정승환, 헨리, 수현, 적재) 팀의 공연도 역시나 좋았고 말이지요.
하림과 크러쉬의 '출국', 정승환과 이소라의 듀엣으로 들었던 영화 [ONCE]의 OST인 'Falling Slowly'도 최고였고, 크러쉬와 이소라의 '그대안의 블루', 수현과 적재의 'lullaby'도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아소토 유니온의 ''Think about' Chu''를 들을 땐 귀가 녹는 줄 알았다니까요?
지금까지 방영된 [비긴어게인]은 [비긴어게인 코리아]가 완성됨으로써 벌써 네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는데, [비긴어게인 4]로 명명하지 않고 [비긴어게인 코리아]로 지칭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시즌에는 끼워주지 않을 모양인 것 같아요. 정규 시즌이 아닌 외전 형식이라고 봐야겠지요. 뭐 그래도, JTBC의 레퍼토리 중 하나로 이제는 완전히 자리매김한 것 같아 다음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노래와 더불어 악기 연주까지 다재다능하게 해내며 최고의 버스킹을 만날 수 있게 해준 적재, 하림, 음악감독 정지찬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전해 봅니다. 여기에 헨리의 바이올린 연주도 당연히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 정지찬의 목소리로 감상할 수 있었던 '사랑하기 때문에'도 감미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게다가 오래간만에 브라운관으로 얼굴을 맞닥뜨리게 되니 정말 반가웠어요.
여기에 더해 새로운 뮤지션으로 합류하게 된 가수들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중도 하차한 이소라의 뒤를 이어 만난 소향은 가창력이 매우 뛰어났습니다. 이소라가 잔잔한 감성의 대명사였다면, 소향은 폭발적인 고음과 성량으로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특히, 마지막회에서 비와이의 'Day Day'를 자신만의 색깔으로 소화하는 모습을 보는 동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헨리는 [비긴어게인 코리아]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눈길이 절로 가게 도왔습니다. 여러 종류의 악기를 다재다능하게 활용하며 탁월한 노래 실력까지 과감하게 발회하는데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1회의 드라이브 인 버스킹의 오프닝을 장식함으로 인하여 듣게 된 'Youngblood'는 양손으로 북까지 연주하며 심금을 울렸어요.
부산 버스킹에서는 첼리스트 홍진호, 피아니스트 이나우와 바이올리니스트 헨리로 클래식 트리오를 결성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대로 시선을 압도해서 역시나 멋졌습니다.
수현은 아이스링크 버스킹에서 훌륭한 스케이팅 실력을 뽐내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 OST로 유명한 'Into the Unknown'을 불렀는데 그 순간 만큼은 엘사와 다름이 없었어요. 스케이트를 타며 완창한 것은 아니고, 아주 조금 보여줬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치 않았어요.
다만, 버스킹 연습을 위해 모였던 장면에서 하림과 듀엣곡을 하겠다고 했었는데 방송에선 만나볼 수 없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연습과정에서 제외가 된 건지, 방송에만 안 나온 건지는 출연진과 제작진만이 알겠지요. 언젠가는 두 사람의 듀엣곡도 볼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듀엣 파트너로 인기가 많았던 수현이었습니다.
정승환은 발라드 세손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뮤지션으로, 월등한 노래 실력에 예상치 못한 유머 감각을 보유하고 있어 볼 때마다 정이 가는 캐릭터로 웃음과 감동을 전한 주인공이었습니다. 랩이랑 춤은 좀 어색하긴 했지만, 발라드에서 만큼은 발라드 세손다운 출중함을 자랑해서 박수가 절로 나왔답니다.
하지만 노래 외에 다른 분야에도 욕심이 많아 보이니, 다음을 또 기대해 보고 싶네요. 헨리의 바이올린 동작 연구를 통해 복붙한 것 같은 싱크로율을 확인하게 해준 장면도 치명적이라서 노래하는 모습과 같이 올려봅니다. '눈사람'을 부르던 찰나가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이하이와 크러쉬도 [비기어게인 코리아]를 통해 모습을 처음 드러냈는데, 두 사람 역시도 제 마음에 쏙 들어왔습니다. 크러쉬의 달달한 음색과 이하이의 허스키함 속 중저음의 보이스에서 강렬한 카리스마가 느껴져 듣는 내내 행복했어요. 그래서 둘의 듀엣을 기대했었는데, 'Ribbon in the Sky'로 의기투합해 보여준 목소리의 조화가 역시나 취향에 잘 들어맞아 노래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던 때가 있었답니다.
정승환, 이하이, 크러쉬, 세 사람 다 고정 멤버로 출연했으면 하는 소망을 갖게 했던 [비긴어게인 코리아]였어요. 마지막으로, 영화 [007 스카이폴]의 OST인 'Skyfall'을 부르던 이하이에게 푹 빠져들었음을 밝힙니다. 저도 007시리즈 중에서 가장 감명깊게 본 작품이고 아델이 부른 OST역시 마찬가지로 더 몰입해 듣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치만, [비긴어게인 코리아]에서 가장 인상깊은 뮤지션을 뽑으라고 한다면 저는 적재를 선택하겠습니다. [비긴어게인 3]에서도 만나긴 했지만, 오랜간만에 보게 되니 미소가 어찌나 해사하던지요. 기타 연주도 잘하지만 목소리까지 감미로워서 제 눈은 계속해서 한 사람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곡에 위치한 서울식물원에서 이루어진 비밀정원 버스킹에서 적재는 자신의 팬이라는 관객에게 화답하는 의미로 가장 좋아한다는 노래 'The Door'를 선물했습니다. 그걸 들은 관객이 눈물을 보였는데, 적재 또한 갑자기 울음을 터뜨려서 깜짝 놀랐어요.
코로나19로 말미암아 공연 취소가 반복됨으로 인해 관객들의 아쉬움이 커져가는 만큼, 뮤지션들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을 절실히 깨닫게 돼 마음이 아팠습니다. 적재 뿐만 아니라 크러쉬, 수현 역시도 각기 다른 이유로 눈물을 쏟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얼른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눈물도 잠시, [비긴어게인 코리아] 최종회인 10회의 드라이브 인 버스킹에서 헨리의 오프닝 무대 중간에 탑승하고 있던 차에서 걸어나와 무대를 향한 적재가 일렉 기타를 잡고 연주하던 모습은 명장면으로 마음 속에 오래 남게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저 역시도 이때 만큼은 수현, 하이와 같은 마음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덧붙여, 그때 그 장면을 설명하는 하이의 멘트가 너무나도 적절했기에 첨부해 봅니다. 멋진 남자는 서두르지 않는 법.
근데 정말로, 뛰지 않고 빨리 걷지도 않고 자신만의 보폭으로 천천히 걸어가서 그 순간의 장면이 더 살았던 건 맞다고 봐요. 인정!
[비긴어게인 코리아]를 장식하는 마지막 곡으로는 토이의 '뜨거운 안녕'이 선택됐는데, 그야말로 완벽한 선곡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이대로 세상 모든 게 멈추진 않았지만, 적절의 노래하는 멋진 한 컷을 얻었으니 그걸로 된 거 아니겠나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뜨겁게 [비긴어게인 코리아]를 보내주려고 합니다. 오늘의 이 포스팅을 통해서요. 보고 듣는 내내 후회없는 시간이었어요, 정말로.
함께 마음을 나누는데 있어 거리는 중요하지 않지만, 그래도 빠른 시일 내에 마스크를 벗고 모두 함께 호흡하며 공연장에서 만나게 될 날을 꿈꾸어 봅니다. 현재 상황만으로는 아무래도 시간이 좀 많이 걸릴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끝이 찾아올 거라고 믿어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비긴어게인 코리아]를 또다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풍경 안에서 어우러지게 될 뮤지션들의 국내 버스킹을 간절히 기다려 봅니다. 지금까지 좋은 음악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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