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서 방영된 [트래블러 아르헨티나]는 [트래블러 쿠바] 후속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여행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안재홍, 강하늘, 옹성우, 세 사람이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아르헨티나 여행을 즐기면서 경험한 에피소드를 방송을 통해 확인하며 대리만족을 누리는 게 가능해 매주 토요일마다 이루어진 10회 동안의 만남이 행복했어요.
재밌었던 건, 프로그램의 컨셉 자체가 예능보단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여행을 떠난 주인공들이 직접 내레이션에 참여해 이야기를 전해주니 느낌이 또 다르더라고요. 게다가 셋의 목소리에 담긴 분위기 역시도 확연히 차이가 나서 시청하는 동안 3인 3색의 여행기를 눈과 더불어 귀로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음은 물론입니다.
맏형 안재홍은 맛깔나는 내레이션으로 [트래블러 아르헨티나]에 감칠맛을 더했고, 둘째 강하늘은 부드럽고 편안한 목소리로 몰입을 극대화시켰으며, 막내 옹성우는 풋풋한 울림을 선사하며 여행지에서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전해주었습니다.
세 사람의 아르헨티나 여행 속에서 멋진 풍경과 맛있는 음식과 낯선 곳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색다른 감동에 더해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또 하나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성우가 챙겨간 카메라였습니다. 라이카에서 출시된 제품이라는 것만 알겠어서 더 자세한 사양이 궁금해져 검색을 해본 결과, 모델명이 라이카 M10-P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 카메라의 가격은 무려 1,000만원대라고 하네요. [트래블러 아르헨티나] 속에서 성우기 직접 찍은 사진을 볼 수 있었는데 화질이 딱 제 스타일이라서 사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으나 가격대를 확인하고는 그 마음을 접었습니다. 지금 당장 제가 살 수 있는 카메라는 아닌 걸로 판명이 났거든요.
카메라도 좋지만 성우의 사진 실력도 예사롭지 않아서 그걸 바라보는 재미도 상당했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다만, 스트랩이 약해서 카메라가 자꾸 바닥으로 추락하는 걸 보게 돼서 이 점은 안타까웠어요. 여행에서 돌아온 후 시간이 꽤 지났으니, 지금은 잘 수리해서 사용하고 있을 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그리고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는 즐거움은, 재홍의 리드 하에 진행되었습니다. 평소에도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웨이팅을 서슴지 않는다는 말에 부합하는 아르헨티나 맛집 기행이 군침을 꿀꺽 삼키게 했으니, 셋의 먹방 투어는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고 확신합니다.
이중에서 제가 가장 구미가 당겼던 음식점은 메시의 단골 스테이크집으로 유명하다는 라 브리가다였습니다. 그릴 마스터로 불리는 사장 휴고가 운영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가게로, 숟가락을 이용해 스테이크를 자르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숟가락 커팅 퍼포먼스 안에서 육질이 연한 소고기가 부드럽게 잘려 나가는 모습은 감탄사를 내뱉게 반들 정도로 대단했답니다.
저도 언젠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간다면, 이곳에서 꼭 스테이크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어요. 축구선수 유니폼과 사진으로 가득한 곳인 만큼,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가시면 역시나 기분좋게 식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재홍의 버킷 리스트인 라 브리가다에서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은 세 사람은, 성우의 버킷 리스트인 스카이 다이빙에도 함께 도전하며 짜릿한 전율을 경험하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재홍과 하늘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서 성우만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막내 혼자만 하면 외로울 것 같다며 두 형이 의기투합함에 따라 스카이다이빙을 모두 하기로 결정해 목적지에 다다르는 모습이 감동을 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하늘이 스카이다이빙에 성공한 순간, 하늘과 함께 뛰어내린 강사가 자신의 사무실에 온 걸 환영한다는 말을 내뱉던 장면이 정말 감명깊었어요. 스카이다이빙을 통해 하늘을 날며 만끽하는 경이로운 침묵의 찰나 속에서 펼쳐진 풍경과 강사의 한 마디만으로 모든 것이 완벽해졌던 장면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 사람은 그냥 뛰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미션까지 같이 수행하며 돈독한 우애를 다졌습니다. 스카이다이빙을 하면서 두 손을 펼쳐서 '트래블러 아르헨티나'를 성공적으로 완성시켰어요. 이와 함께 표정에서 느껴지는 흡족한 표정도 그날의 스릴을 일깨워주는 명장면이었음을 인정합니다.
뿐만 아니라 재홍, 하늘, 성우는 스카이다이빙을 통해 서로를 향한 친밀감이 더욱 깊어졌다고 하니 여행에서 잘한 일 중의 하나로 기억되고도 남지 않을까 싶어요.
이과수 폭포의 장엄한 광경 속에서 절정에 달하는 악마의 목구멍이 전하는 위엄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세 사람은 이과수 폭포의 웅장함을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트 투어를 통하여 생생한 현장감을 전해주기도 했는데, 대단했어요.
그리하여 사진 속 표정에서 느껴지는 천진난만함도 눈여겨 볼만 했던 이과수 폭포수에서의 한때였습니다.
저는 [트래블러 아르헨티나]에서 파타고니아에 머무르며 세 사람이 다녀 온 여행지가 방송을 전부 시청한 후에도 눈에 어른거릴 정도였어요. 빙하 트레킹과 피츠로이 캠핑, 우수아이아에서 마주한 세상의 끝 등대는 그런 의미에서 저의 아르헨티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로 자리잡지 않을까 싶습니다.
파타고니아는 한 번 발을 들이게 되면 평생 그리워한다는데, 저는 왜 가본 적도 없으면서 이렇게 그리워하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세 사람이 술 한 잔과 함께 식사하는 장면이 분위기 있게 찍힌 가게는 'Don Pichon'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인데, 우리말로 '돼지 선생님'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근데 양고기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네요. 하늘이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선호하지 않아 잘 먹지 못하는데 여기선 맛있게 먹었다고 해서 문득 궁금해졌어요.
멋진 석양 속에서 맛있는 식사까지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니 금상첨화인 거죠. 여기도 그래서 상호명을 기억해 두기로 했답니다. 하하!
파타고니아 얼음숲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트래블러 아르헨티나]를 보는 동안 화면에 빨려들어가게 만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자랑하며 눈을 뗄 수 없게 도왔습니다. 이렇게만 봐도 탄성이 절로 나오는데, 직접 가서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엘사가 전해 준 겨울왕국의 여운이 모레노 빙하와 더해지면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다고 봐도 무방한 거지요. 진짜 멋있었어요. 최고!
자꾸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빙하와의 만남 이후엔 직접 빙하 위를 걸어보는 것이 가능한 트레킹이 준비되어 있어 한층 더 높은 두근거림을 이끌어 냈습니다. 엘 칼라파테 페리토 모레노 빙하 미니 트레킹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움직이며 빙하를 더 가까이서 만나고 경험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을 거라고 확신해요.
트레킹과 더불어 빙하 얼음을 넣은 위스키 한 잔까지 마시는 게 가능하니 이곳이야말로 천국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요.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대자연의 광활함에 넋을 놓을 수 밖에 없는 정경은 쉽게 경험하기 힘든 시간임이 분명하니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듯 합니다.
여기에 더해 아름다운 대자연을 품은 여행지에서 맛있는 고기를 끊임없이 구워먹는 일이 가능하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겠죠? 재홍, 하늘, 성우가 마트에서 쇼핑을 하는데 소고기 가격이 정말 저렴해서 많이 사는 모습이 그래서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숙소에서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를 해먹으려고 산 소고기, 피츠로이 캠핑에서 식사를 즐기기 위해 구입한 소고기의 양이 넉넉해서 제가 더 든든해지더라고요. 나무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설치한 후, 자연에서 바로 구워 먹는 소고기의 맛은 무조건 환상적이었을 거예요. 재홍은 미식가임과 동시에 고기도 잘 구웠습니다.
재홍과 하늘은 이미 아는 사이였고, 성우는 두 사람을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처음 알게 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차가 거듭될수록 세 사람의 케미가 잘 어우러져서 보는 내내 흐뭇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늘이 폐소공포증을 지니고 있어서 비행기를 탈 때 수면제를 복용해야만 했다는데, 이러한 하늘을 위한 재홍과 성우의 배려도 훈훈함을 자아냈어요. 막내를 위한 형들의 따뜻함도 방송에서 확인이 가능해서 의미있었고 말이죠.
낯선 여행지에서 세 사람이 똘똘 뭉쳐 생성해 낸 시너지가 남달랐던 [트래블러 아르헨티나]였습니다. 의도적으로 웃음을 만들어낼 필요 없는 곳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바람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걸 바라보는 일이 그래서 더 즐겁지 않았나 싶어요.
여기는 아까 얘기했던 돼지 선생님이라는 가게입니다. 지난 번에 먹고 맛있어서 재방문했을 정도라고 하니, 가게 이름을 꼭 기억해 두는 편이 좋겠어요.
JTBC [트래블러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목적지는 우수아이아였는데, 하늘은 본인이 출연하는 연극 [환상동화] 준비로 인해 먼저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 와서 재홍과 성우만 목적지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수아이아로 이동하는 시간이 정말 엄청나서 두 사람의 여정이 대단해 보였어요.
우수아이아에서 둘은 펭귄섬에 직접 입장해 펭귄들을 만났고, 배를 타고 움직이는 동안 바다사자와 가마우지를 만난 이후에 드디어 세상의 끝 등대로 마주하게 됩니다. 이 등대는 영화 [해피 투게더]에서 슬픔을 묻고 떠나는 곳으로 나와 더 유명해진 곳이라고 해요.
재홍, 하늘, 성우는 영화 [해피 투게더]의 촬영지였던 아르헨티나 곳곳을 둘러보며 감상에 젖기도 했는데, 이 등대는 영화에 나온 장소에 그치지 않고 등대의 상징으로 인한 의미까지 부여돼 감회가 새로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하늘이 함께 오지 못한 게 아쉬웠을 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했던 고민과 생각을 포함한 여러가지 마음들을 툭 떨어져서 보게 되니까 여러가지 감정들이 들었다던 재홍의 인터뷰는, 배 위에서 등대를 바라보며 눈물 흘리던 심정을 대변하는 듯 해서 절로 이해가 됐답니다. 내가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진 여행지에서만 겪을 수 있는 묘한 감정의 일렁임은 설명할 수 없지만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수긍이 되는 그런 것이니까요. 저도 그런 순간이 존재했어서 더 와닿았어요.
아름다운 대자연을 품은 여행지의 매력을 만나볼 수 있어 좋았던 [트래블러 아르헨티나]였습니다. 커다란 웃음이 아닌 잔잔한 감동을 중심으로 흘러갔던 세 사람의 여행기가 집콕 생활의 아쉬움을 덜어줘서 정말 좋았어요. 이로써 가고 싶은 여행지가 한군데 더 늘어가긴 했지만 말이죠.
광활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란 작은 존재가 깨닫게 되는 경이로움을 멀리서나마 간접적으로나마 맞닥뜨리게 돼 흥미진진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방송은 끝이 났지만, 아르헨티나 여행의 여운은 재홍, 하늘, 성우에게 뿐만 아니라 10회까지 지켜본 시청자들에게까지 오래도록 닿아있게 될 거라고 믿어요^^
'베짱이는 노래한다 > TV를 켰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앤오프 30회] 기타와 함께 하는 실력파 뮤지션 적재의 일상 들여다보기 (0) | 2020.12.16 |
---|---|
[비긴어게인 코리아] 대한민국 곳곳에서 펼쳐진, 색다른 거리두기 버스킹의 묘미 (0) | 2020.08.22 |
[삼시세끼 어촌편2] 물회부터 해산물 뷔페까지, 군침을 꿀껌 삼키게 한 만재도의 식사메뉴 (0) | 2020.04.07 |
JTBC 음악예능 [비긴어게인3] :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까지 이어진 뮤지션들의 환상적인 버스킹 (0) | 2020.02.23 |
MBC 예능 [놀면 뭐하니?] 25회 속 박은영 셰프의 유산슬라면 레시피 (0) | 2020.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