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이름은 꾸제트]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엄마와 이별하고 퐁텐 보육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주인공 꾸제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애니메이션입니다. 꾸제트는 엄마가 아들을 부를 때마다 언급한 호칭이며, 프랑스어로 호박을 지칭하는 단어라고 해요. 이로 인해 보육원에서도 꾸제트는 자신의 이름인 이카르가 아니라 꾸제트로 불리기를 희망합니다.
꾸제트는 보육원에서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친구들을 만나서 티격태격하던 끝에, 끈끈한 우정을 쌓아가게 됩니다. 스스로를 대장이라고 여기는 시몽에 이어 아메드, 알리스, 주주베, 베아와 보육원 생활에 적응해 나갈 때쯤에 새로 온 까미유를 보고 첫눈에 반함으로써 사랑의 감정 또한 경험해 나가게 됩니다.
이 작품은 질 파리가 써낸 소설 <꾸제트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재탄생되었어요. 이와 함께,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수작업으로 공들여 완성했다고 해서 시선이 절로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퐁텐 보육원으로 향하는 길에 레이몽이 자동차 속도를 올려 꾸제트가 연을 하늘 높이 날릴 수 있게 도와주는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매일 만취한 상태로 아들을 방치했던 부모임에도 불구하고 꾸제트는 엄마를 잊을 수 없었고, 그리하여 아빠를 그려넣은 연과 맥주캔을 가방에 담은 채로 보육원에 도착합니다. 이곳의 아이들은 꾸제트 못지 않게 부모로부터 상처 받음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꾸제트는 한동안 마음을 열지 않고 입을 다문 상태로 시몽의 괴롭힘을 견뎌 왔지만, 이들을 포함한 6명의 아이들은 금방 친구가 되어 상처를 보듬어 나가며 성장해 나가기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는 퐁텐 보육원의 원장님과 폴, 로지 선생님의 따뜻한 보살핌이 큰 도움이 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꾸제트는 보육원에 먼저 들어온 친구들과의 우정은 물론이고 새로 들어 온 까미유로 인해 사랑의 감정까지 경험하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만끽하게 돼요. 까미유 역시도 꾸제트의 진심을 확인함에 따라 두 아이가 보여주는 풋풋한 사랑이 눈부셨습니다.
매사에 시무룩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꾸제트가 조금씩 생기를 찾아가는 모습도 돋보였습니다. 보육원 가족들과 다같이 눈이 가득 쌓인 곳으로 여행을 와서 신나게 춤을 추며 미소 짓던 순간은 그런 의미에서 영화 [내 이름은 꾸제트]의 명장면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내내 피를 나눈 가족만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어서 뜻깊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부모라면 아이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보살펴야 하는 게 마땅한데, 학대를 일삼으며 상처를 주기에만 급급했다니 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장면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대화로만 간략히 설명될 뿐인데도 분노를 자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이러한 이유로, 7명의 아이들이 보육원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나가게 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보육원의 어른들이 부모보다 더 낫다는 사실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도 마음을 쓸어내리게 해줬다고나 할까요?
꾸제트에게는 보육원 사람들 뿐만 아니라 경찰관 레이몽이 있어 안심이 됐습니다. 엄마와 헤어진 꾸제트를 퐁텐 보육원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찾아와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하며 온기를 나누는 모습이 감명깊었어요.
뿐만 아니라 레이몽의 사연까지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레이몽에게는 아들이 있는데, 더 이상 부모인 자신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말을 꾸제트에게 어렵사리 꺼냈놨었죠. 이를 통해서 아이를 거부하며 몹쓸 짓을 저지르는 어른도 존재하지만, 어른 역시도 아이에게 거절 당할 수 있음을 일깨워줘 의미심장했답니다.
그렇게 아이는 어른에게, 어른은 아이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부정당한 인물들이 서로서로 유대감을 형성하며 훈훈한 결말을 확인하게 해줘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개구쟁이 철부지 같아 보였지만, 꾸제트의 행복을 바라며 의젓함을 드러낸 시몽의 변화도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데도 1등, 마음을 알아주는 것도 1등인 캐릭터라서 역시나 마음이 갔음을 밝혀 봅니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보육원에서 확인하게 해줬던 영화 [내 이름은 꾸제트]는 성장형 수제 애니메이션으로, 수작업을 거친 작품의 놀라운 완성도와 탄탄한 스토리 전개가 일품이니 기회가 된 다면 한 번쯤 만나 보기를 권합니다.
66분으로 러닝타임이 길지 않음에도 애니메이션이 전하는 메시지가 깊이 와닿음으로써 오래도록 남을 작품이라 저는 가끔씩 생각이 날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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