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미스터리 모던 추릴러의 재미를 극대화시킨 작품이었습니다. 탐정이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점에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책 속 주인공으로 내세운 셜록홈즈를 기반으로 탄생된 시리즈물 등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어 반가움이 앞섰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고전 추리 수사극 및 탐정물의 묘미가 한껏 드러났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도움으로써 시선을 집중시켜 흥미로움이 극에 달하게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인 할란 트롬비가 85세 생일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대저택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것이 기본적인 줄거리인데 스토리 전개 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의 개성이 두드러져서 보는 재미가 상당했던 영화가 바로 [나이브스 아웃]이었습니다.
사건 해결을 위해 투입된 탐정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 할란의 간병인이었던 마르타 카브레라(아나 디 아르마스), 할란의 첫째 딸 린다(제이미 리 커티스)와 사위 리처드(돈 존슨), 린다와 리처드 부부의 아들인 휴 랜섬 드라이스데일(크린스 에반스), 둘째 며느리 조니(토니 콜렛), 조니의 딸 메그(캐서린 랭포드), 막내 아들 월트(마이클 섀넌), 막내 며느리 도나(리키 린섬), 월트와 도나의 아들 제이콥(제이든 마텔), 할란의 어머니(K 칼런), 가정부 프랜(에디 패터슨), 경찰 엘리엇(라키스 스탠필드), 경찰 와그너(노아 시건). 여기서 탐정과 경찰 둘을 제외한 이들은 전부 용의선상에 올랐고, 이로 인해 세 사람의 심문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고전 추리극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킨 작품은 배우들의 활약 뿐만 아니라 치밀한 대본과 화려한 비주얼로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어요. 저는 그중에서도 사건이 발생한 할란 트롬비의 대저택을 중심으로 마주하게 됐던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답니다.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고립된 채, 홀로 하늘 높이 솟아오른 대저택의 위엄이 압도적인 외관과 더불어 추리소설 안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은 분위기로 꾸며진 내부 인테리어와 소품의 매력이 인상적이었어요.
할란이 시체로 발견됨에 따라 가정부와 간병인을 포함한 트롬비 가족 구성원 모두가 대저택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전부 살인 동기를 갖고 있었는데, 인물들 대부분은 할란의 재산이 목적이었으므로 장례식 이후에 발표된 유서의 내용에도 집중해야만 했어요. 그리하여, 유서에 쓰여진 할란의 유언으로 인하여 다시금 폭풍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무래도 영화의 장르가 추리물이다 보니까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한 내용을 밝히긴 힘들지만, 추리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흥미로운 요소가 가득하다는 점에서 볼만한 가치가 존재하는 작품이었음을 인정합니다. 게다가 관객 역시도 보는 내내 범인을 추리해 나가게 만들어서 이로 인한 몰입감도 대단하더라고요.
사건의 한가운데 자리잡게 되는 인물은 할란 트롬비 역은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맡았는데, 필모그래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해군 장교인 폰 트랩 대령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깜짝 놀랐어요. 지금도 여전히 활발하게 배우 생활을 하고 있음을 깨달아 반가웠음은 물론입니다.
가족들을 사랑하지만 작가로 일하며 벌어들인 자신의 막대한 재산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걸 알고 고뇌하는 인물 연기를 세심하게 선보여 눈길이 절로 갔습니다. 그리고 추리작가답게 저택 역시도 다양한 트릭을 보유한 공간으로 장면 곳곳에서 놀라움을 전해줘서 재밌었어요.
메그 역의 캐서린 랭포드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미드 [루머의 루머의 루머]에 출연해 인기를 얻게 된 배우라고 하네요. 저는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책으로만 접한 게 전부라 드라마 속 그녀의 모습이 문득 궁금해졌어요. 여주인공 해나 베이커로 놀라운 연기를 선사했다고 하니, 언젠가 기회가 돼서 확인하게 될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사실, 메그는 영화 [나이브스 아웃]의 주요 인물은 아니에요. 용의자 목록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딸의 학교 등록금을 시아버지에게서 받아왔던 건 할란의 며느리이자 메그의 어머니인 조니였거든요. 대신에, 마르타의 친구로 따뜻하게 대해주는 모습이 감명깊었답니다.
사건이 벌어진 이후, 마르타가 대저택에 다시 왔을 때 경찰들이 파출부냐고 묻는 질문에 메그가 화를 내며 가족 같은 관계였다고 대답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감동이었습니다. 둘 사이의 친분을 한 마디 말로 완벽히 설명하는 장면이기도 해서 기억에 남았어요.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믿고 의지하고 있었기에 그런지 몰라도, 예기치 않게 신의를 져버려야 했던 순간 속에서도 둘의 우정 만큼은 굳건하게 빛나서 역시나 마음에 새기게 되었답니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캡틴 아메리카로 완벽한 리더십을 선보였던 크린스 에반스가 이번 작품에서는 망나니 아들이자 손자로 제멋대로인 캐릭터를 만나게 해주며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모두가 한자리에서 모인 상황에서 심각한 대화가 오고 갈 때 랜섬만이 조롱의 말과 더불어 통쾌한 미소를 지으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서 이로 인한 풍자와 해학이 돋보일 때도 없지 않았답니다.
다만 유산에 대한 가족 구성원들의 욕심을 비웃던 랜섬 역시도 자신의 몫을 원했으리란 건 쉽게 짐작이 가능했기에, 그의 말이 위선으로 느껴졌음을 인정하는 바입니다. 게다가 할란이 살해당하기 전, 큰 소리를 내며 다퉜던 인물 중 하나에 랜섬이 포함되어 있었으니 블랑의 시선을 피하지는 못 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탐정 브누아 블랑은 의문의 의뢰인이 요청함에 따라 경찰과 함께 대저택에 방문하게 된 인물입니다. 그로 인하여 할란 트롬비 살인사건 속 범인과 의뢰인의 정체를 파헤칠 의무가 그에게 주어졌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용의자들의 심문을 통해 얻어낸 진실과 입수된 증거를 토대로 날카로운 추리력을 선보이며 예상을 뛰어넘는 탁월함을 발휘한 탐정 브누아 블랑 역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맡아 색다른 면모를 보여줘 흥미진진했어요.
다니엘 크레이그는 제게 영화[007 스카이폴]의 제임스 본드 역으로 각인된 배우이기도 한데요, 작품 속 영상미와 음악의 강렬함 속 제임스 본드의 멋짐이 매력적이었는데 [나이브스 아웃]에서는 전혀 다른 면모가 도드라져서 웃으며 바라보는 게 가능했습니다.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와중에도 블랑 특유의 위트 넘치는 말재간과 유머러스함을 장면 곳곳에서 맞닥뜨리게 돼 영화 [나이브스 아웃]이 한층 더 유쾌한 영화로 발돋움할 수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답니다. 게다가 포스터에 쓰여진 "증거는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기도 하죠." 라는 한 문장은, 사건의 진상을 폭로하는 대사이자 블랑의 뛰어난 탐정으로의 자질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해서 공감대 형성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마르타 카브레라는 할란의 간병인이자 유일한 친구와도 같았습니다. 할란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단 한 명이기도 했고, 사건의 열쇠를 거머쥔 인물이기도 해서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놀라웠던 건, 마르타가 거짓말을 하면 곧바로 구토가 나오는 독특한 체질을 지녔다는 점이었어요. 이러한 이유로 블랑은 이러한 마르타의 체질을 활용하고자 그녀를 조수로 고용해 본격적으로 자신이 맡은 사건에 착수하게 됩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19]에 출연했던 아나 디 아르마스가 마르타 카브레라로 열연해 줬는데, 선한 마음씨를 지닌 캐릭터의 심성이 배우로 인해 두드러져서 몰입감을 더했습니다. 단순히 간병인과 환자의 관계에서 그치지 않고, 진심을 나누는 베스트 프렌드로 둘이 함께 있을 때의 편안함이 눈에 띄어 의미깊게 느껴졌습니다.
사건을 일으킨 범인은 영화 속에서 주어지는 단서를 통해 점점 더 명확해져 갔으나 저의 추리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너무 멀리 나갔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다른 중요한 장면에서의 포인트와 정답을 부분적으로 맞추긴 했으니 이것만으로 만족하렵니다. 추리와 관련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접한 이후로 쌓인 이야기들로 말미암아 상상의 나래를 넓게 펼친 것이 원인이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하하!
이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선의가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자 제작된 작품이었어요. 살인사건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던 계기와 이로 인해 펼쳐진 결과 안에서 안타까운 일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결국에는 정의의 심판 아래 무릎을 꿇어야 했으니 이걸로 된 거라고 믿습니다.
덧붙여, 린다와 할란의 놀이도 시원한 반전을 선물했으니 완벽한 결말이었다고 여겨집니다. 그리하여, 저택을 중심으로 숨겨진 트릭을 하나 둘씩 맞닥뜨리는 재미도 엄청났던 영화 [나이브스 아웃]이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영화 타이틀인 [Knives Out]은 '칼로 찌르다, 칼을 꺼내다'라는 의미인데 록밴드 라디오 헤드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니 이 노래도 꼭 들어봐 주세요.
영상을 통해 눈으로 읽어 내려가는 추리소설의 매력을 미스터리 모던 추리 스릴러로 새롭게 마주할 수 있어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추리극은 어떤 장르로 만나도 짜릿함을 최고조로 이르게 해 즐겁네요. 다른 건 몰라도, 추리영화에 관심이 지대한 관객이라면, 이 작품을 놓치지 마시길 바라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사립탐정 브누아 블랑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이 작품 하나로 끝내기엔, 블랑 캐릭터가 아깝다고 느끼는 사람이 저만은 아닐 것 같아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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