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네이버 생중계를 통해 국립창극단의 창극 [심청가]를 하루 먼저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공연은 오늘인 4월 25일부터 5월 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진행되지만 기간이 길지 않기에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이들 또한 판소리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든, 매우 적절했던 방송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래서 저도 생중계 시간에 맞춰서 열심히 스마트폰과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게 되었답니다.
창극 [심청가]는 국립창극단의 판소리 다섯 바탕 프로젝트 중에서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 공연으로, 각기 다른 장르를 통해 색다른 변신을 시도했던 수궁가/다른 춘향/적벽가/흥보씨에 이어 다섯 번째로 무대에 올려지게 됐습니다. 앞선 네 작품이 파격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이 사실이나 이번에 확인하게 된 심청가 만큼은 판소리 본연의 아름다움에 집중하게 해줘서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네이버 생중계 속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무대 역시 소리를 위해 지어졌음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굉장히 심플한 구조와 더불어 최소한의 악기를 통해 소리꾼들이 내는 애절한 소리의 울림을 극대화시킨 것을 직접 귀로 감상하게 해줘 이 점 역시 인상적이었어요.
창극 [심청가]는 특별한 재해석 없이 원전을 있는 그대로 구현해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판소리의 절절함을 경험하게 해주었답니다. 특히 해설자로 나선 도창, 안숙선 명창의 소리를 시작으로 맞닥뜨리게 된 심청의 이야기는 눈과 귀를 사로잡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심청은 민은경, 황후 심청은 이소연 소리꾼이 각각 맡아 캐릭터에 어울리는 소리와 열연을 선보여서 흥미로웠어요. 두 소리꾼의 다채로운 소리 안에서 아버지 심봉사를 향한 효심이 가득 느껴져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답니다. 그리고 생중계 화면을 나름대로 캡쳐해서 담아봤는데, 1막은 없다는 사실을 미리 밝히는 바입니다. 와이파이가 자꾸 끊어져서 재생하기 바빴다지요. 대신 2막은 열심히!
가장 감명깊었던 장면은, 1막에서 인당수에 빠지기 전에 심청이 부르는 범피중류 대목이었습니다. 범피중류란, 심청을 실은 배가 바다 위를 유유히 움직이면서 해안의 절경이 펼쳐지는 내용을 담은 것인데 굉장히 웅장하면서도 시선을 잡아끄는 명장면이었던지라 기억에 남습니다. 직접 보면 감동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황후가 된 심청이 여전히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슬퍼하자 왕이 잔치를 열어주게 되던 부분도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소리꾼 이소연과 김준수가 보여주는 연기와 소리 역시 매력적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심봉사 역을 맡았던 유태평양 역시 최고였습니다.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어떤 배역이든 맡은 바 최선을 다함으로써 완벽함을 선보이는 것이 역시나 환상적이었어요. 이렇듯, 국립창극단 단원들 모두가 멋진 판소리의 향연을 보여주니 절로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보고픈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공연 기간이 짧아서 고민이 되었는데, 이렇게 네이버 생중계로 만나게 되니 정말 좋았어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공연장에서 직접 국립창극단의 황홀한 소리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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