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맞아 네이버 생중계를 통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어 좋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연극 [미저리]를 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스토리 자체는 워낙 유명해서 모르시는 분들이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인 미저리가 원작이라는 점을 저는 처음 알게 돼서 굉장히 신기했어요.
연극 [미저리]는 인기 소설 미저리의 저자이자 소설가로 유명한 폴이 그의 광팬인 애니에 의해 사고로부터 목숨을 구한 뒤, 그녀의 감시 아래 보냈던 시간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처음에 화기애애했던 작가와 팬의 분위기가 폴의 소설 시간에서 애니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린 미저리 채스틴의 죽음을 알게 된 순간 급변하게 되거든요.
여기에 마을 보안관 버스터가 사고 후 모습을 보이지 않는 폴의 실종사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하면서 스릴러적인 면모가 두드러져 긴장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폴은 유명 소설가로 자신에게 엄청난 인기와 부를 가져다 준 미저리 시리즈를 주인공의 죽음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절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래야만 했던 것에 대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변화가 필요했을 테고, 작가로 계속 삶을 이어나가는데 있어 결단을 내려야만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건명 배우는 그러한 작가의 유약함을 잘 표현하며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팬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으면서도, 작가로의 의지 또한 굳게 다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나 애니가 돌변하면서 폴 또한 선택을 해야만 했고, 살아남기 위해 글을 쓰면서도 끊임없이 탈출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답니다.
작가의 광팬이자 미저리를 열렬히 사랑하는 마니아로의 면모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애니는 고수희 배우가 맡아 보여주었습니다. 멋진 작품을 써내려간 작가를 향한 존경이 집착으로 변해 버림에 따라 순식간에 모습이 달라지며 섬뜩함을 드러낼 때는 정말이지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유명인사를 좋아하는 팬의 마음에는 공감할 수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마음대로 이야기를 고쳐 나가려 했던 점은 잘못된 애정 표현이 아니었나 싶네요. 누군가를 동경한다면, 그 사람의 결정 또한 믿어줘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작가와 팬의 관계에도 적당한 거리 유지가 필수라고 봅니다.
애니가 폴에게 가하는 압박이 점점 더 강해질수록 절정으로 다가가며 맞닥뜨리게 된 장면은,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참혹함이 드러나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쭈꾸미 장면은 계속해서 급박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모니터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놀랍고 무서웠어요.
긴장의 연속으로 가득했던 3인극 스릴러를 이렇게 집에서 지켜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아마 공연장에서 봤더라도 공포스러운 마음이 더 컸을 것 같아요. 스토리가 워낙 익숙해서 이로 인한 재미는 없었으나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회전하는 무대가 시선을 잡아끌어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위험한 순간 속에서도 글을 완성해 나가던 폴의 능력은 정말 최고였고, 결말 속에서 보여진 대사의 메시지 역시 놀랍지만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애니의 비뚤어진 사랑이 안타까웠기에 이러한 일이 현실에서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여기에 김승우, 김상중 배우 또한 작가 폴 역으로 무대에 선다고 하니 궁금증이 더해지는데요, 그들의 연기가 궁금하다면 연극 [미저리]와 함께 하셔도 좋겠습니다. 4월까지 공연이 예정된 만큼, 시간 날 때 만나 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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