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7'은 아이돌 그룹이었던 H.O.T와 젝스키스가 대결구도를 통해
가요계를 주름잡던 시절이었습니다.
시원이와 같은 열여덟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저도 H.O.T를 정말 많이 좋아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노력은,
비디오에서 녹화 기능을 찾아내 가요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열심히 녹화하는 것이었죠.
처음엔 몇번 봐주시더니, 언젠가부터 아버지께서 슬슬 분노의 에너지를 모으시길래
그때부터 몰래몰래 시간이 날 때마다 녹화하고 노래 들으며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나요.
혼자 있을 땐 비디오 틀어놓고 춤추는 걸 따라해 보기도 했었고ㅋㅋㅋ
잊고 있었던 시절의 저와 오빠들의 추억을 생각나게 해주던 드라마가 바로 '응답하라 1997'이었습니다.
때는 1997년, 고등학교 시절에 아이돌에 빠져 죽고 못 살것 같더니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게 되자 그제서야 소중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원.
그리고 항상 옆에서 맴돌며 시원을 바라보던 윤제.
저는 사실, 두 사람이 서로 엇나가며 사랑의 감정을 알지 못했던 때가 재미있었어요.
사랑이 이루어져서 참 좋았지만,
그와 함께 눈에 보이는 현실은 생각했던 것만큼 아름답지는 않았으니까요.
고등학생, 풋풋했던 그들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틱틱대면서도 한 여자만을 사랑한 윤제와 오빠들에 빠져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었던 시원.
그 시절엔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고 봅니다ㅎㅎ
그때의 시간이 완벽하게 재연될 수 있었던 것은,
제작진 역시 그 시절을 살아왔기 때문이겠지요.
정말 오랜만에 잊고 지냈었던 나의 오빠들, H.O.T를 떠올리다 보니 무대 위에서 캔디를 부르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ㅋㅋㅋ
지금은 다들 사업을 하고 뮤지션으로 거듭나고, 누군가와 사랑을 하며 보통의 사람처럼 살아가는데
그땐 왜 그리도 보통 사람같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눈에 콩깍지가 벗겨져서 그른가ㅎㅎ;
그래도 그 시절이 있었기에 저는 참 즐거웠어요.
이래서 추억이 참 소중한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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