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었던 2018년 11월의 어느 주말에는 청계천 일대를 수놓은 등불과 함께 밤산책을 즐겼습니다. 10주년을 맞이했다고 알려진 2018 서울 빛초롱 축제를 다녀왔거든요. 10주년이 되었다고 하는데 제가 축제를 직접 방문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어요.
다채로운 모양을 가진 등불들의 향연이 색다른 야경을 경험하게 해줘서 걷기에 딱 좋았어요. 바람이 불긴 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춥지는 않았기에 행사를 만끽하기에 좋은 날씨라 사람들 사이를 열심히 걸어봤답니다.
광화문역 5번 출구로 나오면 한눈에 들어오는 청계광장부터 서울 빛초롱 축제가 시작됐는데, 아무래도 주말이었던 관계로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안내요원의 지시에 따라 천천히 걸으며 움직였던 하루였어요. 2018년 서울 빛초롱 축제의 경우에는 과거를 되새기며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가능한 컨셉이었기에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축제의 출발점이라고 여겨지는 곳에서 가장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건 서울역을 형상화한 등불의 모습이었어요. 미니어처 형식으로 세심하게 표현한 등불이 정말 멋지더라고요. 그 뒤로는 안내봇과 배달 드론, 가상현실을 표현한 등불들이 이어짐에 따라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걷기 좋은 서울을 대형 운동화로 표현한 등불도 흥미로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청계천 주변을 등불을 보며 움직이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걷기 좋은 서울의 의미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으므로, 운동화가 뜻하는 바를 어렵지 않게 파악하게 돼 재밌었어요.
이날의 저 역시도 운동화를 신고 축제를 즐겼으니, 말 다한 거죠.
전국 체육대회 캐릭터로 알려진 해띠, 해온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참고로 서울 빛초롱 축제에서 원하는 등불의 사진 찍기를 원할 땐, 걷는 대열에서 잠시 빠져나와 촬영이 가능한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마련돼서 이 점도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서 조금 당황했지만 안전하고도 질서정연하게 축제를 만끽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 좋았어요.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을 보고 있자니 서울자전거로 알려진 따릉이가 떠올랐고, 그 뒤로 한류스타를 의미하는 등불은 손에 마이크를 쥔 채로 무대 위에서 화려한 퍼포먼스에 임하는 모습과 의상을 멋지게 표현해서 절로 시선이 갔어요. 전세계로 한류가 뻗어나가고 있는 시점이었기에 2018 서울 빛초롱 축제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등불이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한류스타 등불 외에도 버스킹이라는 타이틀 하에 길거리 공연을 하는 이들의 악기 연주와 노래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등불 역시도 풍성한 볼거리를 경험하게 만들어 주었음은 물론입니다.
다음으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순서대로 문화비축기지, N서울타워, 종로 전차였습니다. 문화공간을 확장시키겠다는 취지로 건립한 문화비축기지의 모습은 꽤나 웅장해 보였고, 여러 번 다녀와서 익숙한 N서울타워는 옆으로 케이블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내서 은근한 귀여움이 돋보이는 등불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종로전차의 경우에는 현재 거리에서 마주하는 것이 불가능해서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등불이기도 했고, 그래서 더 사진으로 남기고 눈으로도 한참 바라보며 걸음을 멈추게 했던 기억이 나요. 이 구간이야말로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한꺼번에 맞닥뜨리게 해주는 등불의 향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교복과 더불어 한때 유행했던 패션 스타일로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구간도 지난 날을 회상할 수 있게 해줘서 의미가 없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유행이란 건 어차피 돌고 도는 것임을 알기에, 이날 만났던 등불 속 패션 스타일이 다시금 세상을 뒤흔들 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도 했다지요.
이 등불은 빛 바랜 시집이라는 타이틀을 지녔는데, 앞부분과 뒷부분을 모두 봐야 이야기가 완성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도 남았습니다. 축제를 보려고 처음으로 걷기 시작한 구간에서 사진과 같은 책의 뒷부분만 보여서 호기심을 자극했거든요.
펼쳐진 책의 내용은 청계광장으로 다시 가기 위해 반대쪽으로 넘어가서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엔 김남주 시인의 '사랑은'이 적혀 있어서 시를 읽으며 잠시 시간을 보내는 게 가능해 좋았답니다.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인 라니, 타요 등불과도 반갑게 인사할 수 있어 좋았어요. 아이들을 위한 포토존으로, 가족들이 한참동안 머물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따뜻했답니다.
라니, 타요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사실 어른들에게도 유명한 캐릭터라서 그냥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져 즐거웠습니다^^
제주도 둘레길 앞에 선 배낭여행자의 비주얼 또한 시선을 집중시켰습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순간에 맞춰서 타이밍 좋게 만날 수 있었던 등불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마음이 두근거렸는지 몰라요.
2018년이 가고 2019년이 도래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행에 대한 갈망이 가득한 건 똑같아서 다시 보니 역시나 떠나고 싶어지네요.
이왕 서울 빛초롱 축제에 방문한 김에 축제가 끝나는 장소까지 쭉 걸어가서 등불 전부를 확인해 보고픈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난 인산인해가 한창인 현장을 직면하자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이대로 줄 서서 걷다가는 몇 시간이 걸릴 지 알 수 없어졌기에 잠깐 둘러보고 축제에서 빠져나와야만 했어요.
이러한 이유로 청계천 아래쪽으로 가던 발걸음의 방향을 틀어 위쪽으로 걸어 다시 광화문으로 향하게 되었답니다.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보는 건 힘들었으나 물 위에 자리잡은 등불의 전체적인 비주얼이 장관을 이루어내는 것이 멋져서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그렇게 되돌아가는 길에 만나볼 수 있었던 자전거 라이딩, 새롭게 마주하게 된 도시 농부, 푸드 트럭, 도심 속 소확행 등이 눈에 띄었답니다. 등불의 정면이 한쪽 방향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사이좋게 반반씩 나누어져 있어서 이를 통한 균형 또한 잘 맞아 떨어져 매력적이었던 축제였습니다.
이로 인한 소확행이 뜻깊었던, 의미있는 서울 비초롱 축제 10주년에 발걸음을 내딛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음에는 주말 말고 평일에 가려고요. 느긋하게 둘러보기 위해선 평일이 낫겠다 싶었어요.
까맣고 어두운 밤에 반짝이는 등불들은 정면 뿐만 아니라 옆모습과 뒷모습까지 영롱해서 매력적이었습니다. 2018년인 작년을 기억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차지하게 될 축제였답니다.
다시 봐도 참 예뻐요.
그리하여 광화문으로 다시 돌아온 저는 10주년을 알려주는 기념 등불을 이제서야 발견하고 이렇게나마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서울 빛초롱 축제 10주년이 진행 중인 청계천 주변으로 풍성한 먹거리와 반짝거리는 장난감 판매도 이루어져서 즐길거리도 다양했던 유쾌한 현장의 분위기가 좋았던 주말 밤이었답니다.
행사가 이뤄지는 기간 동안 광화문에 방문할 일이 생겨서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하루를, 저의 서울여행 앨범 한켠에 차곡히 정리해 봅니다. 2018년 서울 빛초롱 축제 10주년은 이미 축하했으니, 앞으로 이어질 등불과의 만남을 기대해 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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