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은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작가가 집필하는 소설 속 주인공이 현실에 존재함으로써 펼쳐지는 이야기가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거든요. 2007년에 개봉한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기에 이와 관련된 포스팅을 끄적여 봅니다.
회계사로 일하는 해롤드는 평범한 하루하루에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한 채, 매 순간을 숫자와 연결해서 계획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수요일,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로 인해 변화를 맞닥뜨리며 관객들을 놀라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해롤드가 인지하게 된 목소리는 자신의 행동을 포함한 생각까지, 모든 것을 3인칭 시점으로 설명해내며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그리하여 갑자기 발생한 현상을 해결하고자 애쓰던 중, 상담을 위해 찾아간 정신과 의사의 권유로 대학의 문학교수 줄스 힐버트를 만나게 되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됩니다.
이로써 교수가 알려준대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지만, 해롤드는 두 사람이 내레이터로 지칭한 목소리를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해롤드는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지금까지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하고 미뤄두었던 일을 차례대로 해나가며 닥쳐올 죽음의 시간을 기다리기로 해요.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해롤드는 교수의 도움에 힘입어 자신이 들었던 목소리의 주인공이 케이 에이펠임을 알아차리고 작가를 찾아갑니다. 케이는 소설 속 주인공을 매번 각기 다른 죽음으로 이끌며 결말을 맺는 것으로 유명했는데요, 본인이 집필 중인 책 속 인물이 실제로 현실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고 당황스러워하며 고뇌합니다.
저는 처음에 케이가 소설을 쓰는 과정이 현실이고 해롤드가 존재하는 세상은 환상이라고 생각해서 이와 다르게 흘러가는 스토리 전개에 조금 당황했는데, 그래서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 더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작가와 주인공의 세계가 같음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이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선사했으니까요.
게다가 삶과 문학의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연적 관계성이 도드러져 인상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때때로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을 마주하곤 하는데,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야말로 이러한 얘기의 결정체와 같아서 보는 내내 호기심을 감추기가 힘들었어요.
죽음을 피하기 위해 비극이 아닌 희극의 장르로 자신의 인생을 바꿔 보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해롤드의 모습도 눈여겨 볼만 했음은 물론입니다. 덕분에 삶이 훨씬 더 재밌어졌으니까 말이죠. 더 이상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움직이며 찰나를 즐기는 장면들이 의미있게 마음을 두드렸답니다.
해롤드는 인생이 뮤지컬 같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간직해 왔던 만큼, 기타를 구입해 연주하며 조금씩 천천히 꿈을 이루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죽음이 임박한 시점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된 해럴드가 경험하게 해준 삶의 가치는 눈부셨어요.
더불어 문학이 곁에 존재하는 이유 역시도 절절히 실감하게 해줘 고개를 끄덕이는 일이 가능했음을 인정합니다.
일 때문에 만나 투닥거리던 빵집 주인 안나 파스칼과의 로맨스도 해롤드의 생에 활기를 더했습니다. 해롤드는 안나로 인해 우유에 적셔먹는 쿠키의 맛을 처음 알게 됐고, 사랑의 기쁨 또한 새로이 깨달으며 행복한 한때를 마음껏 누립니다.
그리고, 작가가 건네준 소설을 직접 읽어보며 주인공의 죽음이 명작을 탄생시킬 것을 확신함으로써 이에 따른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덧붙여 작가 역시도 주인공의 마지막을 준비하기에 이르는데, 이로 인해 펼쳐지는 결말은 영화를 통해 직접 만나보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재밌었던 건, 해롤드가 주인공인 소설에 자아가 있는 손목시계가 함께 한다는 거였어요. 그러니 이로 인한 반전을 기대해 보셔도 좋아요.
예상을 뛰어넘는 서사가 삶과 문학의 가치를 되새기게 도왔던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었습니다. 해롤드의 결심과 작가의 선택 모두 수긍이 갔으므로, 더욱 완벽한 마무리가 되었다고 보여집니다. 뜻밖의 결정을 내린 두 사람이 예전과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됨으로써 확인하게 해준 메시지가 그래서 마음이 깊숙이 남았습니다.
우리가 삶의 일부라고 여기며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이 지니는 의미가 진하게 와닿아 감명깊었어요. 해롤드 크릭과 손목시계의 이야기가 작가와 주인공을 연결시켜줌으로써 소설과 현실의 남다른 연관성을 통해 진한 여운을 전해준 것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마지막 내레이션 또한 의미심장하게 마음을 파고들었음을 밝힙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잊지 말고 살아가도록 해요. 배우들의 열연과 이야기의 묘미가 따뜻함을 안겨줘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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