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증인]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 속에서 펼쳐지는 감동의 휴먼 드라마를 만나볼 수 있어 뜻깊은 작품이었습니다.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는 파트너 변호사로의 승진 기회가 눈 앞에 다가오자 신념은 잠시 접어둔 채로 현실을 살아가고자 속물이 되기로 결심하는데요, 이를 위해 맡게 된 사건에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려고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증인으로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지우와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만큼, 순호는 지우에게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함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아이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나 막상 법정에서 지우가 증인으로 자리했을 땐,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빌미로 공격을 일삼아 승소하며 상처를 주고 말아요.
그러나 그 후에 사건의 진상을 알아차린 순호는 잘못을 바로잡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전혀 다른 방법으로, 지우를 또다시 증인으로 내세운 법정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변호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며 따뜻함 감동을 남겼습니다.
과거에 보증을 선 아버지로 인하여 빚이 많은 순호에게 가난은 삶의 동반자와 같이 곁에 머물렀습니다. 그리하여 이러한 생활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려 애썼지만 변호사로의 양심을 버릴 수 없었던 순호의 선택은 결국, 주어진 인생을 힘내서 살아가기로 다짐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펼쳐져 인상적이었어요.
이로 인해 적당히 때묻은 속물 변호사로 부와 명예를 거머쥠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성공이 아니라 정의 구현에 앞장서며 불의에 맞서는 사람이 되기로 결정한 순호의 성장이 눈부셨습니다. 특히, 변호사 양순호 역을 맡은 정우성의 활약이 돋보였음은 물론입니다.
연기를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잘생긴 배우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던지라 영화 [증인]에서 보여준 역할이 굉장히 감명깊게 다가왔어요. 연륜이 묻어나는 열연 속에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양순호를 만나볼 수 있게 해줘 시선을 뗄 수 없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이와 함께 순호의 아버지로 모습을 드러낸 박근형, 발암물질이 검출된 생리대를 판매한 악덕 기업을 상대로 법적 투쟁을 진행 중인 수인 역의 송윤아, 수인의 중학생 딸로 등장한 이레의 존재감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게다가 생리대와 관련된 논쟁은 현실에서도 계속 문제가 제기되는 사안이라서 몰입감을 더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리하여 순호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재판에 미친 영향도 상당했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여기에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자폐아 연기를 해낸 지우 역의 김향기가 뿜어내는 아우라도 대단했습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출연하는 작품마다 주어진 캐릭터를 자신만의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하며 감탄을 불러 일으켰는데, 영화 [증인]에서도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았기에 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니고 있지만, 뛰어난 두뇌와 탁월한 재능을 겸비한 지우의 증언은 다른 이들이 미처 들여다 보지 못한 사건의 이면을 맞닥뜨리게 해주기 충분했어요. 그 와중에 "아저씨도 나를 이용할 겁니까?"라는, 순호를 향한 지우의 질문은 안타까움을 더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순호로 인해서 상처를 받은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법정으로 향하는 지우의 모습도 멋졌습니다. 변호사는 될 수 없지만 증인은 될 수 있다며 굳은 의지를 보여주던 장면도 좋았어요.
작품의 투톱으로 따뜻함을 경험하게 해준 김향기와 정우성의 케미도 최고였고요. 용의자로 순호가 변호를 맡았던 가정부 미란 역의 염혜란, 검사 희중 역의 이규형, 지우의 엄마 현정 역의 장영남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영화 [증인]은 지우가 목격한 살인사건의 진실을 가리기 위한 법적 공방과 더불어 변호사의 직업윤리와 역할에 대해서도 곱씹어 보게 만들어 의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폐아를 향한 편견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생각할 거리가 풍부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토리 전개는 꽤 잔잔하면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말로 달려가는데,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가 숨을 불어넣어줘서 눈여겨 볼만 했답니다. 그리하여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정우성이 이 작품으로 영화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제3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시상식에서 김향기는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점도 고개를 끄덕이게 도왔어요.
그리고 영화 [증인]에서 지우가 좋아하는 하트 모양의 투명한 파란색 젤리를 만들기 위해 총700만원의 제작비가 소요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움을 자아냈습니다. 지우는 젤리봉지에서 오직 파란색 젤리만 골라 먹는 습관을 가졌는데요, 이러한 이유를 추측해 지우를 지켜보는 내내 짐작해 볼 수 있어 빠른 수긍이 가능했습니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투명함과 흔히 정의로움을 지칭하는 색으로 알려진 파란색의 결합이 지우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을 거예요. 속내를 알 수 없는 인간들이 다가올 때마다 경계 태세를 갖춰야 했던 것과 달리, 오직 파란 젤리 만큼은 옆에 두고 꺼내 먹으며 그 순간 만큼은 안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하트를 심장에 비유하는 일이 다반사이기에, 투명함을 갖춘 파란색 하트 젤리가 탄생되었다는 추측을 하게 되었던 시간이기도 했답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여러가지 장르를 만나보게 해줬던 영화 [증인]은 법정 스릴러이자 미스터리임과 동시에 약간의 로맨스가 가미된 휴먼 드라마라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인간미가 풍기는 온기 가득한 영화였음은 분명했거든요.
날씨가 점점 더 추워져 겨울이 눈 앞에 다가와서 그런지 몰라도, 따스함을 마주할 수 있는 작품들이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증인]을 접하지 못한 분들이라면, 시간 날 때 꼭 한 번 봐주셔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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