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묘한 가족]은 무섭지 않은 좀비가 나오는 B급 감성 코미디 가족극으로 예상치 못한 장르와 대면하게 도왔습니다. 2019년 2월 13일에 개봉한 작품으로, 생각보다 그리 오래된 영화는 아니더라고요. 포스터에 쓰여진대로 본격 좀비 비즈니스라는 카피문구도 스토리 전개에 걸맞는 내용이라는 걸 알게 돼서 고개를 끄덕이는 게 가능했습니다.
줄거리는 이래요. 한적함과 평화로움을 겸비한 시골 마을에 어느 날 좀비가 나타났습니다. 바이오기업인 휴먼인바이오가 새로운 당뇨 치료제인 노인슐린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임상실험에 참여한 투약자들이 집단 가사상태에 빠졌다가 좀비로 탈바꿈되며 사건이 발생하기에 이르게 된 거예요.
이로 인해 탄생된 좀비 하나가 망해버린 주유소 가족의 눈에 띄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가족들 모두가 좀비를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곁에 둔 채로 쫑비라고 부르며 비즈니스에 활용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흥미를 자아냄으로써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쫑비(정가람) 또한 가장 만덕(박인환), 맏며느리 남주(엄지원), 장남 준걸(정재영), 차남 민걸(김남길), 막내딸 해걸(이수경)이 함께 사는 기묘한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답니다. 휴먼인바이오에서 탈출한 쫑비가 만덕을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만덕이 죽지 않고 오히려 더 건강해지자 회춘 바이러스가 마을 전체에 불어닥치며 동네 어르신들을 상대로 비용을 지불받고 사업을 펼치는 모습이 인상깊었어요.
덕분에 활기 넘치는 마을이 되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쫑비에게 물린 동네 어르신들이 좀비로 변화함에 따라 기묘한 가족은 위기에 처하고 말아요. 그러나 해결책이 없지 않았으므로, 이들은 다시금 의기투합해서 마을 사람들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애씁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임산부 남주, 남다른 행동력을 선보인 준걸, 좀비완벽가이드를 써내려가며 브레인의 면모를 확인하게 해줌과 동시에 돈에 대한 욕심을 가감없이 드러낸 민걸, 어쩌다 보니 쫑비를 좋아하게 된 해걸, 사람과 좀비 사이에서 정체성의 고민을 겪는 것으로 보여졌던 쫑비, 여기에 사건을 일으켜 놓고 한참 후에야 하와이 여행에서 돌아와 어쩔 수 없이 사태 수습을 위해 작전에 투입된 만덕이 선사한 요절복통 스토리가 B급 코미디다운 전개로 나아가며 깔끔한 마무리를 확인하게 해주었습니다.
참고로, 지금부터 하는 얘기에는 결말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될 예정입니다. 그러므로 이 점을 참고해서 나머지 포스팅을 읽거나 그냥 넘어가 주셔도 좋습니다.
일단, 영화 [기묘한 가족]은 좀비물임에도 불구하고 공포감을 덜 조성해서 다른 작품에 비해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보는 일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좀비물이 맞기 때문에 곳곳에서 피가 튀는 등의 잔인한 장면이 등장한다는 점은 기억을 하고 봐주시는 게 좋겠어요.
여기에 해걸과 쫑비의 풋풋한 로맨스와 이로 인해 맞닥뜨리게 된 순간의 따뜻함이 감동적이었고,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열연을 경험하게 해준 배우들의 활약도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그리고 회춘 바이러스 사업을 진행했던 장본인으로 인해 좀비 사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는 점도 감탄을 터뜨리게 도왔음은 물론입니다. 쫑비가 사람들의 팔을 물어서 젊음과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렸던 것처럼, 만덕이 좀비가 된 이들의 팔을 물어서 바이러스를 제거해 정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장면이 통쾌함을 전해주기에 충분했어요. 이 작품의 메시지는 그런 의미에서 인과응보라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다만, 묘하게도 몰입력은 좀 떨어졌어요. 장르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적절히 잘 버무려졌다고 보여졌으나 흡입력이 부족했고, 웃음 포인트도 생각보다 별로 없어서 신나게 폭소를 터뜨리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쫑비의 존재감이 남달랐기에 어느 정도는 만족스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좀비는 인간의 뇌를 가장 좋아한다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인간의 뇌를 닮은 양배추를 맛깔나게 잘 먹더라고요. 여기다가 케첩까지 뿌려주면 사족을 못 쓰던 쫑비였습니다. 피라고......생각한 거겠죠? 짜장면에 케찹만 뿌려줘도 잘 먹던데, 역시 케첩이 키포인트임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좀비라는 역할 자체가 대사 없이 오로지 몸짓으로만 표현해야 하므로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그만큼 캐릭터가 괜찮게 잘 나온 것 같아 흡족했어요. 덥수룩한 헤어스타일에 후줄근한 차림의 쫑비가 깔끔한 모습으로, 마지막에 다다라선 드디어 대사까지 읊는 장면을 마주하게 돼 이 또한 즐거웠습니다. 다른 배우들도 다 잘했지만 저는 아무래도 영화 [기묘한 가족]에선 쫑비 역을 맡은 정가람의 모습에 시선이 집중되었음을 밝힙니다.
결론적으로, 별다른 생각없이 가볍게 즐기기에 괜찮았던 영화 [기묘한 가족]이었습니다. 색다른 좀비물의 재미를 좀 더 살렸더라면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아쉬움이 좀 남긴 해요. 그래도 앞으로 이와 같은 다양한 시도를 더 많이 만나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무서움을 자극하는 좀비물 말고, 어수룩한 좀비를 이용해 돈을 벌 계획을 세우는 독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영화 [기묘한 가족]과 함께 해보시길 바랄게요. 보기에 앞서, 반드시 B급 코미디라는 것을 감안하고 봐주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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