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이후로 역사 속 인물이 중심이 되는 추리소설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문인들의 활약극이라면 더 궁금해질 수 밖에 없는 거죠~
다양한 사건이 벌어지는 경성에서 엉킨 매듭을 풀어나가는 주인공인 경성탐정 이상과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친구 구보의 모습은 마치 한국판 셜록홈즈와 왓슨을 보는 것 같았어요.
저에게 있어 이상은 그야말로 난해한 작가일 수 밖에 없었는데,
소설 속에서는 그러한 난해함이 독특한 유머와 기지를 발휘하는 힘이 되어줘서 색달랐어요.
또한, 역사속 문인들의 특징을 잘 살려내 문장 속에 살아 숨쉬게 한 작가의 센스가 돋보였답니다.
한량인 듯 하면서 강박증을 앓는 구보와 냉철함을 유지하며 본능적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이상,
잠깐이지만 읽는 내내 구수함에 녹아들게 만들었던 김유정 등의 유명인들을
이렇게나마 만나뵙게 되어 즐거웠다고나 할까요ㅎ
책을 내려놓은 뒤에 미소지을 수 있었던 것은, 의미심장한 결말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다시 한 번, 구보와 이상의 활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기 때문이기도 해요.
경성탐정 이상과의 만남을 계기로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게 됐다는 건 말할 것도 없구요.
역사의 재구성을 통한 추리소설의 탄생이라니, 참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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