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의 감성 에세이 [달의 조각]은 '불완전해서 소중한 것들을 위한 기록'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입니다. 한 마디로, 불완전한 삶을 살아가던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차고 또 기우는 달을 바라보며 했던 생각들을 담아낸 이야기가 모인 수필집이라고 보시면 된답니다.
다섯 가지 챕터에 붙여진 타이틀을 통하여 그에 걸맞는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에세이를 요즘은 자주 읽는 편이 아닌데, [달의 조각] 같은 경우에는 책의 제목은 물론이고 작가의 이름마저 달을 연상시키는 것이 흥미로워서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수 없었어요.
참고로 다섯 가지 챕터는 '적당히 차가운 무관심', '낮잠', '동행', '미지근한 온기', '숨바꼭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안에서 저마다 다른 제목의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차곡차곡 쌓인 채로 읽어주기를 기다리는 상태였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아내는 기록들이 상당했지만 순서대로 섭렵해 나가는 것이 작가의 의도에 맞아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차례대로 읽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마주하기 좋은 구성으로 이루어졌기에, 한꺼번에 전부 다 읽으려 하지 않고 시간이 날 때마다 여유롭게 읽어나감으로써 에세이의 진면목을 확인하게 돼 즐거웠어요.
온전히 차오른 보름달이 아닌, 불완전한 여백을 지닌 달의 모양을 닮은 글이 공허한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불러 일으키는 순간들이 존재해서 한참 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하염없이 바라보게 될 때도 없지 않았답니다.
특히, "완벽한 토스트"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인상깊게 와닿았어요. 인간 관계의 어려움을 완벽한 토스트를 구워내는 방법에 빗대어 맛깔나게 표현한 구절은 그야말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거든요. 이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사치라고 단언한 부분이 마음 역시도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참고로, 요 에피소드의 제목은 "포기할 수 없는 사치"였습니다.
이와 함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흩어진 달의 파편들이 하나 둘씩 맞춰짐으로 인해 퍼즐이 점차 완성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줬는데, 이러한 이유로 채워지지 않는 공간마저도 그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느낄 수 있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찰나도 발견이 가능했습니다.
그렇게 완벽한 토스트와 포기할 수 없는 사치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해줬던 하현의 감성 에세이 [달의 조각]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해가 저물고 나면 까만 밤과 함께 나타나는 달의 조각을 이날 이후로 유심히 관찰하게 된 것도 사실인데요, 달의 계속되는 변화는 언제나 신비로움을 전해줘서 보면 볼수록 눈을 떼지 못하겠더라고요. 게다가 볼 때마다 은근히 에세이로 접한 [달의 조각]이 생각나서 재밌었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때때로 이야기 속 문장이 공감대를 형성함에 따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에세이의 매력을 하현의 [달의 조각]에서도 경험하게 돼 뜻깊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난 김에 밤하늘을 보며 달의 조각을 찾아봐야겠어요.
단번에 읽어내려가지 않아도 돼서 좋은 감성 에세이를 찾는다면, [달의 조각]과 함께 하셔도 좋겠습니다. 날이 많이 더워진 관계로, 시원한 실내에서 차 한잔 마시며 책 속의 문장을 읽어내려가는 즐거움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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