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의 메인보컬로 활약했던 종현은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매력적인 목소리와 탁월한 가창력의 소유자였고, 아이돌그룹의 멤버를 뛰어넘는 새로운 모습을 솔로 앨범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아티스트로의 면모를 뽐내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할 줄 아는 뮤지션이었습니다. 종현 소품집 [이야기 Op.1]은 음반에 수록된 9곡의 노래가 모두 그로 인해 탄생된 자작곡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어요.
지친 하루를 보낸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하루의 끝', 달콤한 목소리로 모든 얘길 들어주겠다던 'U & I', 설레는 사랑의 감정을 속삭이는 'Like You', 센티멘털한 감성의 끝을 확인하게 해준 '산하엽', 생일에 나 자신을 위해 다시 한번 듣고 싶어지는 'Happy Birthday', 사과하고 싶은 이에게 전하는 말이 담긴 '미안해', 지난 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2:34', 조금씩 가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그래도 되지 않아(Fine), 꼭 오늘 힘내지 않아도 된다고 손을 건네는 '내일쯤(Maybe tomorrow)까지, 트랙 리스트의 순서까지 만족스러운 앨범이었습니다.
김종현은 섬세한 감성을 지녔기에 라디오 DJ로도 멋진 활동을 이어나갔고 그로 인해 사랑받았습니다. 애청자까진 아니었지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녹아든 진심과 애정을 때때로 확인하게 됨에 따라 포근함을 느낄 때가 있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했으나 정작 본인에게는 닿을 수 없었던, 이로 인해 감춰졌던 뒷모습은 미처 깨닫지 못한 채로 보내주어야 해서 안타까웠어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을 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건, 친구를 따라 몇번 다녀왔던 공연장에서 샤이니를 만나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밝은 모습을 보여줬던 종현을 더 이상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더더욱 믿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음악이 남아 있어 다행스러우면서도 때때로 슬픔이 밀려올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도, 그곳에선 부디 행복하기를.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지난 2018년 4월 8일 일요일은, 종현의 생일이었습니다. 삼성역에 위치한 전광판에서 종현의 생일을 기념해 그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때마침, 이곳에 방문할 일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기다렸고 사진과 같이 종현의 다양한 표정을 마주하는 게 가능했어요.
시간이 꽤 흘렀지만,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해 봅니다. 그가 남기고 간 음악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거예요. 반복되는 하루, 그 일상 속에서 종현의 목소리를 들으며 오늘도 그를 생각합니다.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의 깊이를 음악에 담아낸 아티스트를 애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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