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대로,

스코틀랜드 작가인 게일 허니먼의 데뷔작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를 최근에 읽었어요. 이제 곧 서른 살을 맞이하는 주인공 엘리너는 스물 한 살 때부터 그래픽 디자인 회사의 회계팀으로 일해온 9년차 직장인이에요. 직장 동료와의 친분이 전무한 데다가 친구도 가족도 없어서 평소에도 혼자 보내는 일상이 익숙한 지 오래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엘리너에게 놀라운 일이 생깁니다. 회사에서 공짜로 받은 티켓을 갖고 찾아간 펍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중, 어느 밴드의 보컬에게 반하게 된 것이 첫 번째 사건이고요. 두 번째 사건은 회사에서 컴퓨터가 망가져 도움을 받은 적 있는 IT 부서의 레이먼드와 방향이 같다는 이유로 퇴근을 같이 하다가 길에서 쓰러진 노인 새미를 도와주며 발생하게 돼요.

지금까지 혼자서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사랑에 눈을 뜬 이후 새미의 가족들을 만나고 레이먼드와 친구가 되어가는 동안,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맞닥뜨린 변화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엄청난 것이었기에 엘리너는 여기에 순응하며 갇혀 있던 세상 밖으로 나올 결심을 하기에 이릅니다.

다만,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도 매번 전화를 걸어 딸의 삶을 간섭하고 비난하는 엄마로 인해 엘리너는 위축되는 일이 다반사였어요. 어린 시절에 겪은 안타까운 사건이 남긴 몸의 상처와 트라우마 역시도 곁에 머무르며 엘리너를 괴롭히고 있었고 말이죠.

그러나 여태껏 알지 못한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 엘리너는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어요. 레이먼드를 알아갈수록 첫 인상과 전혀 다른 성정을 지닌 사람의 진면목을 깨닫게 되었고, 그것이 큰 힘이 되어주었기에 엘리너는 진짜 괜찮은 인생을 위해 전진하며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책을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초반에는 제목이 반어법 같이 여겨졌으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정말로 괜찮아지는 엘리너의 이야기를 만나보는 일이 가능해 감동적이었음은 물론이에요. 처음에는 엘리너가 다소 독특하고 괴팍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없지 않았지만,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랬음을 확인하게 되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이와 함께 예상치 못한 반전 또한 놀라움을 뛰어넘는 충격을 선사하기에 충분했어요.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던 엘리너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 긍정적으로 변화를 꾀하게 된 것 역시도 우연이 아닐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상황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을 뿐, 엘리너가 일부러 외로운 삶을 선택하지 않았음을 인지하게 되니 앞으로는 행복해질 일만 남은 거라고 봐도 무방했어요.

읽을수록 따뜻함이 묻어나오는 소설로,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던 게일 허니먼의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였습니다. 소설가 정세랑, 강화길, 김세희 작가의 추천작으로 흥미진진하게 잘 읽을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어요. 덧붙여,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또한 기대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