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보은 여행의 시작을 알린 속리산 법주사를 돌아보고 난 뒤에는 본격적으로 세조길을 걷으며 산책을 즐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세조길은 조선 7대 임금인 세조가 속리산을 요양차 방문했을 때 복천암까지 오고간 순행길이라고 해요. 다만, 저희는 복천암이 아닌 세심정까지만 다녀왔음을 밝혀 봅니다. 소요시간은 왕복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참고로 법주사부터 세조길, 세심정, 문장대,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속리산의 등산코스로도 유명하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바랄게요. 특히, 세심정 부근에 자리잡은 갈림길을 통하여 문장대와 천왕봉 둘 중 한곳으로 이동하면 된다니까 안전한 등반을 기원합니다. 어떤 분들은 문장대와 천왕봉을 전부 섭렵하고 내려온다고 해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등산복을 갖춰 입고 걷는 분들도 자주 눈에 띄더라고요. 그러나 저희는 가벼운 복장으로 움직였던 상황이라 등산은 다음 기회로 미뤄두었답니다.
그리하여 세조길 한 켠에 작은 문장대를 만들어 놓은 모습도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문장대는 속리산의 한 봉우리로 높이는 1,054미터에 달한다고 해요.
원래 큰 암봉이 하늘 높이 치솟아 구름 속에 감추어져 있다는 의미에서 운장대라고 칭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조가 속리산에서 요양을 하고 있을 때 꿈속에 나타난 어느 귀공자가 "인근의 영봉에 올라 기도를 하면 신상에 밝음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찾아간 정상에서 오륜삼강을 명시한 책 한 권을 발견했고, 그 자리에서 하루종일 글을 읽었다 하여 문장대로 불리게 되었다고 해서 흥미로웠어요.
세조가 왕래했던 길을 중심으로 잘 다듬어진 산책로의 풍경이 정말 멋졌어요. 초록의 푸르름 안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전해져 와서 행복했습니다. 도시를 벗어나 만끽하는 피톤치드의 묘미가 남달랐다고 봐도 무방해요.
여기는 시원한 수변데크길로 저수지, 나무, 산의 어우러짐이 기막힌 경치를 자아내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게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속에서 소나무 수변쉼터와 수정봉 전망 쉼터도 만나볼 수 있어 좋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리고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설치한 안내판에 따라 다양한 생물들의 생김새와 살아가는 모습도 새로이 알아가는 일이 가능해 유익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갈겨니와 피라미', '우리나라 수생 생태계 1인자, 수달'에 대한 설명도 눈에 띄었답니다.
여기는 목욕소입니다. 약사여래의 명을 받은 월광태자가 복천암에 머무르던 세조에게 나타나 "마마의 피부병은 곧 완쾌될 것이니 너무 고심하지 마십시오." 라는 말을 하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하는데요, 피부병을 심하게 앓았던 세조가 월광태자의 조언에 힘입어 이곳에서 목욕을 하고 나니 몸에 있던 종기가 깨끗이 나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해서 기억에 남았어요.
덕분에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세조와 관련된 특별한 일화 또한 만나볼 수 있었던 곳이라 뜻깊었습니다. 복천암에 자주 방문하게 된 것이 피부병 치료를 위해서였다고 하니, 원하던 바람이 이루어진 셈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키가 큰 나무 사이로 끝없이 펼쳐진 길을 따라 움직이며 여유를 누릴 수 있어 의미가 남달랐던 속리산 세조길이었습니다. 산책로로 부족함이 없었으므로, 법주사와 함께 이 길도 잊지 말고 걸어보시길 권하는 바입니다.
속리산 세조길 속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와 다름 없었던 세심정은 쉼터의 역할을 해내는 중이었습니다. 여기선 파전과 막걸리 등을 판매하고 있었으니, 맛좋은 음식과 함께 잠시 휴식을 취하며 쉬어가도 괜찮겠습니다. 저희는 내려가서 점심을 먹을 거라서 쉬지 않고 왔던 길을 따라 내려갔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날씨가 점점 맑아져서 한층 더 멋드러진 순간을 만나볼 수 있었던 산책길이었습니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그림같은 경치가 완성돼서 짜릿했어요.
왕이 애용하던 경로에 맞춰 걷는 기분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세조길을 걷고 난 후, 여길 떠나기 전 차에서 내려 정이품송을 만나보는 일도 잊지 않았습니다. 충북 보은 속리 정이품송은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된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흔하지 않은 모양을 보유했다는 설명이 쓰여 있어 한층 더 유심히 들여다 보게 되었다지요. 나이는 600살 쯤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덧붙여, 위의 사진 속 소나무에 얽힌 놀라운 이야기도 확인하게 해줘 감명깊었어요.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할 때 임금이 타고 있던 가마(연)가 소나무 아랫부분 가지에 걸리자 임금이 "나뭇가지에 연이 걸린다."라는 말을 내뱉었다고 해요. 그랬더니 이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위로 들어올려 임금의 가마가 무사히 지나가게 도왔다고 하는 얘기가 신비로움을 더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세조는 이를 기특하게 여겨 그 자리에서 지금의 장관급에 해당하는 정2품의 벼슬을 소나무에 내렸고요. 이때부터 이 소나무는 '연 걸이 소나무' 또는 '정이품송'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정이품송의 정이품이 벼슬을 뜻하는 것임을 새로이 알게 돼 재밌었고요. 벼슬을 받은 소나무는 처음이라 신기했어요.
이로써 충북 보은 여행의 산뜻한 출발이 의미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속리산 법주사 탐방, 세조길 산책에 이어 정이품송 소나무의 유래까지 알차게 만나볼 수 있어 즐거웠어요. 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서 나물 등의 먹거리를 판매하는 할머니가 위치를 세심하게 선정해서 찍어준 정이품송과의 기념사진도 최고였기에 잊지 못할 거예요. 관광객들을 위한 사진 촬영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더라고요. 덕분에 기분좋게 다음 목적지로 향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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