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나뭇가지가 바람에 휘날리며 쓸쓸함을 전해주는 풍경과 더불어, 사람들의 몸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은근한 추위를 선사하는 겨울의 한가운데서 계절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어봅니다. 오늘의 선택은 이소라 6집 앨범 [눈썹달]과 함께 했어요.
2004년에 발매된 음반이기에 1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것이 매력이 되어 오래도록 귀를 사로잡게 해주는 것. 이거야말로 음악의 강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소라 특유의 절절한 감성이 그녀의 목소리는 물론이고 멜로디와 가사에 적절히 묻어나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위안이 찾아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바람이 분다'예요. 예전에 드라마를 시청하던 와중에 bgm으로 흘러나왔는데 장면의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눈물이 절로 흐르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떤 작품인지는 잊었지만 음악만은 여전히 귓가를 맴돌며 곁을 지켜주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해요.
이소라 6집 앨범의 곡들은 시적인 언어가 음악으로 탄생된 듯한 느낌이 들어 가사를 곱씹게 됐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사랑과 이별 안에서 드러나는 세세한 감정의 밀도가 마음을 집중하게 만들어 그게 참 좋았어요. 여기서 또 '바람이 분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는 특히나 인생에서 경험하게 되는 공허함을 표출함으로써 공감을 불러 일으켜 크게 와닿았답니다.
사랑, 이별을 넘어선 우리의 삶 자체를 다시금 곱씹게 해줘서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뭔가 사족이 길어지긴 했는데 한 마디로 그냥, 좋습니다. 좋아요. 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한동안 칩거 생활을 통해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녀가 JTBC 음악예능 비긴어게인을 통해 모습을 보였을 때 정말 깜짝 놀랐는데, 여전한 음악성은 물론이고 9집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줘서 무척이나 설렜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삭발에 가까운 헤어스타일과 개성 넘치는 패션 스타일도 눈에 쏙 들어왔고 말이죠.
비긴어게인 역시 선물 같은 프로그램이었는데, 다시금 이소라의 공연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단독 콘서트 꼭 가보려고요. 그동안 안 간 것을 후회합니다ㅠㅠ
그리고 6집 앨범의 마지막곡인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제목처럼 시시콜콜한 사랑의 순간을 풀어내고 있는데, 여기서 궁금한 건 가사에 등장하는 윤오라는 인물이었어요.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추측이 일반적인데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역시나 호기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소중하기에 천천히 음미하며 감상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게 돼요. 하지만 그 순간들이 아깝지 않고 가치있게 느껴져 행복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겨울의 쓸쓸함을 닮은 이소라 6집 [눈썹달]과 지금의 계절을 즐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오늘은 다른 일을 제쳐두고, 그냥 이 앨범에 푹 빠지고픈 하루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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