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한이 집필한 소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넷플릭스에서 영화화됨에 따라 관련 광고가 한창일 때 처음으로 알게 된 작품입니다. 짤막한 홍보 영상 속에서 보여지는 분위기가 하이틴 로맨스의 발랄함을 담고 있어서 관심이 조금 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청으로까지 이어지진 않더라고요. 그러다 서점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원작소설을 접하게 됐고, 그때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서 책으로 드디어 이 작품을 만나보게 되었답니다.
참고로 이 소설은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가 1권, [P.S. 여전히 널 사랑해]가 2권,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라라 진]이 3권으로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것이 특징이에요. 그중에서도 1권이 가장 유명한 만큼, 제니 한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3부작 시리즈로 불린답니다.
일단 1권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로맨스에 대한 환상 만큼은 그 누구보다 풍부하지만 사랑을 시작하는 일이 두려운 겁쟁이 주인공 라라 진은 혼자 짝사랑만 실컷 하다가 좋아했던 사람에게 가졌던 감정을 정리하기 위한 자신만의 의식으로 편지에 진심을 담아 써내려가며 마음을 다잡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차곡차곡 모아둔 다섯 통의 연애편지는 라라 진이 아끼는 모자 상자에 보관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발송이 되어버려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언니의 전 남자친구 조시 또한 라라 진이 써놓은 편지를 받게 된다는 거였어요. 언니의 남자친구가 되기 전부터 헤어진 지금까지 좋아하고 있는 조시에게 속내를 들키고 싶지 않았던 라라 진은 연애편지 다섯 통의 주인 중 한명인 학교 최고의 인기남 피터가 전 여자친구 제너비브의 질투심을 유발하려 계약 연애를 제시하자 이를 받아들이고, 그로 인해 놀라운 사랑의 관계가 펼쳐지게 됩니다.
다섯 통의 연애편지로부터 시작된 풋풋한 하이틴 로맨스는 라라 진이 깨닫게 되는 사랑의 의미와 더불어 주인공의 가족을 둘러싼 인생의 변화까지 마주하게 도우며 흥미로운 출발을 알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가인 제니 한과 같이 라라 진 또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설정돼 3권의 책 안에서 한국 문화를 접하는 게 가능해 이로 인한 공감대까지 형성할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계약연애라는 소재를 한국 드라마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해서 이 점도 눈여겨 볼만 했어요.
소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라라 진과 피터가 서로에게 끌림으로써 맞닥뜨리게 되는 사건사고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책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피터와 조시를 제외한 연애편지의 주인공과 연관된 이야기도 미소를 자아내게 하며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음을 인정합니다.
1권에 이어 만나 본 2권 [P.S. 여전히 널 사랑해]는 연애편지 한 장으로 계약연애가 아닌 진짜 연애를 하게 된 라라 진과 피터가 사랑의 희로애락을 겪으며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었어요. 여기에 피터의 전 여자친구 제너비브와 라라 진이 연애편지를 보냈던 사람 중 한명인 존 앰브로즈 매클래런이 질투와 갈등을 유발하는 인물로 또다른 에피소드를 마주하게 했답니다.
이로써 계약연애일 때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서로를 향한 비수가 되어 꽂힐 수 밖에 없는 게 연애의 현실임을 자각하게 해주는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동영상 유포와 관련된 얘기는 소설로만 머물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 않은데, 현재와 가장 맞닿아 있는 에피소드 중의 하나로 남게 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답니다.
대신, 스코틀랜드의 대학에 입학하기 전 언니 마고가 해왔던 요양원 벨뷰에서의 자원봉사를 지원함으로써 라라 진이 만난 사람들 중 스토미 할머니의 존재감이 상당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스스로를 향한 자신감과 사랑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조력자로도 길이 남을 캐릭터였음을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대망의 3권인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라라 진]은 대학 진학을 눈 앞에 둔 라라 진과 피터의 이야기를 통하여 두 사람의 선택을 심도깊게 다루고 있었습니다. 변함없이 사랑을 이어 온 라라 진과 피터가 각기 다른 대학에 입학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내용이 인상깊었어요. 여기에 아빠의 재혼으로 변화를 겪게 된 마고, 라라 진, 키티 세 자매의 이야기도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엄마를 대신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마고와 새엄마의 대립도 마찬가지였고요. 아빠의 결혼식에서 세 자매가 똑같은 드레스를 착용하는 게 좋겠다는 라라 진의 의견에 반대하며 턱시도를 입겠다고 말하던 키티의 말 속에서 남다른 개성을 엿볼 수 있어 이 또한 기억에 남았습니다.
프롬과 졸업, 대학 진학으로 향하는 여정 안에서 사랑하기 때문에 거쳐야 하는 과정과 인생을 위한 결정을 해 나갈수록 쌓여만 가는 두 사람의 고뇌가 문장 속에 제대로 담긴 것이 느껴져 마지막 페이지를 전부 읽을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3권이었음을 밝힙니다.
다섯 통의 연애편지가 이토록 놀라운 이야기로 발전하게 될 줄은 몰랐기에, 독특한 아이디어가 세 권의 책으로 완성되기까지 집필에 힘썼을 작가 제니 한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10대 시절에만 가능한 첫사랑의 싱그러움이 녹아든 이야기 속에서 성장하는 인물들을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네요.
지금은 [내가 사랑하는 모든 남자들에게] 3부작 중에서 2권까지 영화로 제작됐는데, 3권 또한 영화화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역시 기대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원작을 읽은 상태라서 영화는 아마 안 볼 것 같은데, 일단 영화로 시작한 분들이라면 1편과 2편을 봤으니까 3편까지 섭렵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영화는 잘 모르겠지만, 풋풋한 하이틴 로맨스로 가득한 소설을 원한다면 제니 한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3부작과 함께 해보셔도 좋겠습니다. 3권 세트로 만나는 일도 어렵지 않으니까 책으로도 읽어보시면 괜찮을 거예요.
만약 원작과 영화, 둘 다 만날 예정인 분들이라면 장르에 따른 차이점을 확인하는 재미도 발견할 수 있을 테고 말이지요. 마냥 가볍진 않지만 10대 시절의 풋사랑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아련함을 경험할 수 있을테니 참고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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