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도 아라타의 [애도하는 사람]은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낯선 사람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전국을 떠도는 시즈토를 중심으로, 그와 관계를 맺게 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그려낸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면서도 완벽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을 바라봄으로써 의문을 품게 만들었거든요.
책에서는 기자로 시즈토의 삶을 취재하게 되는 마키노 고타로, 시즈토의 어머니인 사카쓰키 준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게 되면서 시즈토의 여정에 동행하게 되는 나기 유키요, 이 세 사람의 시점을 교차시키며 그들이 바라보는 기이한 순례자의 행방을 쫓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주인공의 애도보다는 그가 보여주는 삶을 통해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고자 노력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문기사와 잡지 속에서 사람들의 부고를 접한 뒤 사건 현장에 방문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도를 표하는 시즈토를 향한 시선은 긍정과 부정이 섞인 복잡미묘한 감정을 발생시키기에 충분했으므로 여러모로 곱씹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작품의 분위기가 가볍지 않아서 읽는 내내 마음에 무거움이 가득했답니다. 확실히 시즈토의 애도는 조금 별난 데가 있어서 이로 인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의 심정 역시 수긍이 갈 때가 많았어요. 속사정을 듣고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데 이걸로는 뭔가 부족하다 싶을 때가 없지 않더라고요.
책 속의 모든 부분에 동의하지는 못했지만, 죽은 이를 애도하는 진심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하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시즈토가 순례를 이어나가는 동안 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또한 드러남으로써 놀라움을 경험하는 것이 가능했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존재하는 우리들이 받아들여야 할 순간들을 깊이있게 다룬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상상했던 이야기는 아니었으나 작가 나름의 고민과 철학이 담겨 있음으로 인해 한 번쯤 읽어볼만 한 책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사실, 텐도 아라타의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연극으로 올라온다고 해서 내용을 알고 관람을 하자 싶어 손에 집어들게 된 거였어요. 하지만 읽고 나니 공연으로 보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져서 그냥 완독을 마친 것으로 만족합니다.
낯선 사람의 죽음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선들과 그들의 인생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현실을 되새겨보게 해줘 가치 있는 [애도하는 사람]과의 시간이었습니다. 덧붙여,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니 이 점도 참고해 주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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