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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허난설헌-수월경화', 아름다운 시의 흐름 속 작가의 고뇌를 만나다

베짱꼬북 2017. 6. 19. 12:47







요즘 세상이 참 좋아졌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로,

공연장을 가지 않고도 집에서 문화생활을 만끽할 수 있게 된 점을 꼽고 싶어요.


현장감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마땅치 않을 땐

차선책으로 꽤나 유용하니까요.


국립발레단의 '허난설헌-수월경화'는

네이버 생중계를 통해 집에서 관람을 하게 됐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함을 자아내서 푹 빠졌던 시간이었습니다.


조선 중기의 천재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시를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몸짓으로 표현해 보여주었던 작품은,

대한민국의 창작발레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해요.


허난설헌은 여성의 재능을 인정해주지 않던 시대적 배경과

안타까운 가정사로 인해 빛을 잃어가다 결국은,

시로 본인의 죽음을 예견한 뒤 세상을 떠난 비극적인 인물이에요. 


 여태껏 그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국립발레단의 작품을 통해서

새로이 더 깊이 마주할 수 있어 정말 좋았어요.


'수월경화'는 안무가 강효형이 작품을 표현한 사자성어인데,

거울에 비친 꽃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눈에는 보이나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것을 뜻함으로써

작가의 시를 더 심도있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줬던 것도 사실입니다.


감우, 몽유광상산을 무용화했다고 하는데

한 번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동양미가 물씬 풍기는 의상도 인상깊었고,

무용수들이 표현하는 잎, 새, 난초, 붕요꽃, 바다 등도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져서 보는 내내 입을 다물 수 없었어요.


눈을 사로잡은 무대와 유유히 흐르던 음악의 조합도 환상적이었고 말이죠.


말을 하지 않아도 몸짓과 표정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발레의 매력을

확실하게 새기게 해준 시간이라

다음에는 직접 공연장에서 볼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