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크레이지 로맨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는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은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작품이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전 여친과의 파혼을 경험한 재훈, 바람 핀 남친과 헤어졌지만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대방으로 인해 입사 환영회날 회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곤란함을 겪은 선영이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으로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었어요.
재훈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을 꿈꾸는 인물이었고, 선영은 사랑에 환상을 갖고 있지 않음으로 인해 충돌하는 일이 많았지만 오히려 너무나도 달라서 예기치 않게 가까워지며 독특한 러브 스토리를 경험하게 도왔습니다. 그래서 더 눈여겨 보게 됐어요.
사실 영화 제목과 같은, 가장 보통의 연애를 해나가는 일이 제일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재훈과 선영의 얘기도 만만치 않았답니다. 술만 마셨다 하면 필름이 끊기는 블랙 아웃을 겪는 재훈이 그때마다 선영과 묘한 인연을 형성해 나가며 펼쳐지는 직장 로맨스는, 그들이 다니는 광고회사의 업무와 동료들의 관계까지 동시에 만나보게 하며 다양한 볼거리를 전해주기에 충분했어요.
근데 뭐 특별한 건 없었고, 현실에 맞닿은 부분이 많아서 공감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꽤 있긴 했어요.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카톡PC버전 대화창 여러 개를 열어두고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벌어지는 실수와 네이트판을 접목시킨 에피소드가 특히 그랬어요.
그리하여 선영과 재훈의 썸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위기를 맞게 되는데, 이에 대처하는 재훈과 선영의 자세가 통쾌함을 자아내서 이 부분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와 함께 스토리보단 배우들의 열연에 따른 캐릭터의 개성이 돋보여서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영화가 [가장 보통의 연애]였음을 밝힙니다. 김래원, 강기영, 정웅인, 장소연은 물론이고 광고회사 직원으로 활약한 배우들의 연기가 실감나서 짜증이 날 때가 없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하!
그중에서도 제일 좋았던 건, 오선영 역의 공효진이었습니다. 첫 출근날 팀장 재훈이 반말로 악수를 청하자 역시나 반말로 대응한 후, 센스있는 뒷처리를 통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기선을 제압한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뿐만 아니라 남자랑 여자가 같냐는 재훈의 말에 그럼 같지 다르냐고 곧바로 응수하던 모습도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공효진이 곧 오선영이고 오선영이 곧 공효진임을,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된 배우의 진면목을 맞닥뜨리게 돼 영화를 보는 내내 즐겁지 않을 수 없었어요.
또 하나 재밌었던 건,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가 영어로 크레이지 로맨스(Crazy Romance)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했다는 점이었어요. 덕분에 한글 제목보다 영어 제목에 엄지를 치켜들게 되었음을 밝힙니다. 두 사람은 가장 보통의 연애를 하고 있다고 여겨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크리이지 로맨스일 수 밖에 없을 때가 종종 존재하곤 하니까요.
결론적으로, 재훈과 선영은 오피스 크레이지 로맨스로, 남다른 사내 연애를 확인하게 해주는 인물들이었음을 인정합니다. 결말은 만족스러웠지만 영화 중반은 조금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았고,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괜찮아요.
제 기준에서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추천은 못 하겠으나 좋아하는 배우들이 출연한다면 한 번쯤 봐도 나쁘지 않은 작품인 건 분명하니, 이 점은 참고를 해주셔도 좋겠습니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를 보면서, 역시나 평범한 로맨스가 제일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으니 수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봐도 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