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는 노래한다/공연, 전시 한편 어때?

연극 [플레이 위드 햄릿] : 무대 위 4명의 햄릿이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

베짱꼬북 2020. 9. 21. 11:11


지난 주 수요일인 2020년 9월 16일 수요일 오후 8시에는 연극 [플레이 위드 햄릿] 생중계가 네이버 TV를 통해 진행된 관계로, 집에서 편안하게 공연 관람을 즐겼습니다.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햄릿]을 원작으로 재탄생된 이야기는 4명의 햄릿이 무대 위에서 종횡무진하며 색다른 재미를 확인하게 해줘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은 햄릿의 분열을 통해 마주하게 된 네 자아가 아버지의 살해와 관련된 진실을 알게 됨으로써 복수에 대한 열망을 표출하며 나아가는 동안, 끊임없는 고뇌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줘 흥미롭기 그지 없었습니다.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변화를 꾀하며 다채로운 변주를 이어가는 공연의 매력이 연극 [플레이 위드 햄릿]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놀라웠어요. 특히, 공연 초반에는 웃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답니다. 게다가 공연의 장르는 연극이었지만, 배우들 모두가 악기 연주와 노래를 겸해서 음악극이라고 봐도 무방했어요.


이와 함께 레어티스와의 대결 장면을 격정적인 음악으로 표현해낸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4명의 햄릿이 전하는 얘기가 한국판 햄릿이라고 여겨도 될 정도로, 대한민국의 현실을 녹여낸 부분이 많아서 공감대 형성에도 크게 기여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참고로 연극 [플레이 위드 햄릿]은 공연 내내 원캐스트로 4명의 배우들이 극을 이끌어나가며 쫀쫀한 합과 찰진 연기력을 과시한 작품입니다. 햄릿 블랙 역의 박동욱, 햄릿 레드 역의 이섬, 햄릿 블루 역의 임승범, 햄릿 화이트 역의 은해성이 자신이 맡은 컬러에 걸맞는 활약을 선보여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어요.


저는 그중에서도 햄릿 화이트 역의 은해성 배우에게 눈길이 많이 갔어요. 소년미가 도드라지는 와중에 오필리어를 맡았을 때 보여지던 아름다움이 이목을 집중시켰을 밝히는 바입니다. 햄릿이 오필리어에게 너는 네가 예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더라고요. 챙이 넓은 모자를 착용했을 뿐인데 오필리어 그 자체였거든요.


덧붙여 연극 [플레이 위드 햄릿]은 4명의 배우들이 [햄릿]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번갈아 맡음으로써 신선한 자극을 전해주기에도 충분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몰입하게 돼 이것이 공연의 강점임을 일깨워준 시간이었음은 물론입니다.



파인애플 장수의 등장과 더불어 [햄릿]의 그 유명한 명대사를 "한 봉지냐 두 봉지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패러디한 순간은 재치가 넘쳤고, 코로나로 인해 힘들어진 대한민국 공연계의 상황을 작품에 피력한 순간은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확실히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그런지,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가능해 좋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원작을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이라면 셰익스피어의 [햄릿]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을 거라 확신합니다.


무대 위 4명의 햄릿이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 감동을 경험하게 해줘서 의미 있었던 연극 [플레이 위드 햄릿] 생중계였습니다. 좋은 공연과의 만남이 마주하게 하는 여운은 언제나 기대 이상이라 마음이 넉넉해졌던 하루였어요.


마지막으로, 생중계가 이루어지는 내내 구슬땀을 흘리며 연기에 매진했던 4명의 배우에게 박수를 보내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