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북이는 달린다/맛깔나는 인생

연희김밥 본점의 매운 맛을 제대로 알려준 오징어꼬마김밥

베짱꼬북 2019. 11. 3. 23:23


제가 연희동에 처음 발을 들인 건, 랏도의 밴드뮤직이 선보이는 [주파수, 서울] 때문이었습니다. 지하철역이 가까운 동네는 아니라서 홍대역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두 정거장만 움직이면 돼서 생각보다 불편한 동선은 아니었어요. 


친구와 만나 공연장으로 향하기 위해 연희동을 걷는 동안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식당을 포함한 카페 및 음식점을 가까이서 많이 보게 돼 흥미로웠습니다. 그중에서 저희가 페스티벌을 즐기면서 가보기로 결심한 곳은 바로 연희김밥 본점이었어요. 포장만 가능해서 가게 내부에서 김밥을 먹는 건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드디어 연희김밥을 맛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설렜답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김밥을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저희는 여기서 가장 유명한 오징어꼬마김밥(1,000원)과 가게 이름과 같은 연희김밥(2,500원)을 한 줄씩 구입했어요.


일단, 앙증맞은 크기의 오징어꼬마김밥이 궁금해서 덥썩 한입을 먹었는데 진짜 매웠어요. 매운 맛으로 유명세를 탄 이유가 확실히 존재하는 맛이더라고요. 꼬마김밥이라서 속재료는 매운 소스를 바른 오징어와 오이가 전부였는데, 덕택에 맵기가 상상을 초월했어요. 오징어가 약간 반건조 스타일과 비슷해 보였는데 정확하지는 않아요.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씹히는 오징어의 식감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매운 걸 잘 못 먹는 분들이라면 도전하지 마시길 바라는 바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징어꼬마김밥과 함께 연희김밥을 산 건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오징어꼬마김밥의 매운 맛을 연희김밥이 중화시켜서 두 메뉴의 조화가 완벽했거든요. 연희김밥은 우리가 자주 먹어왔던 기본 김밥과 다르지 않은 익숙한 재료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맛이 좋았어요. 


김밥이 사실 특별한 맛을 지니기는 힘든데, 오징어꼬마김밥의 매움은 예상을 뛰어넘었기에 연희김밥의 명성을 인정합니다. 그치만 굳이 이거 하나 먹겠다고 연희동으로 오는 건 고려를 해보는 게 어떨까 싶네요. 연희동의 다른 맛집을 함께 둘러보는 코스로 계획해서 오는 게 훨씬 더 좋을 거예요. 저도 [주파수, 서울]이 아니었다면 연희김밥과의 조우는 훨씬 더 뒤로 미뤄졌을 거예요. 뿐만 아니라 이 공연 스탭들 역시도 연희김밥을 포장해 와서 먹는 걸 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연희김밥 본점의 경우에는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니까 이 점 또한 기억하고 가시는 게 도움이 될 거예요. 반질반질 윤이 나는 김밥에 깨가 알차게 뿌려져 있는 맛좋은 김밥을 오래간만에 먹게 돼 저는 참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