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달 [판소리 춘향가] : 소리꾼 고영열, 김준수와의 성공적인 국악 프로젝트
두번째달은 에스닉 퓨전 밴드로 연주곡 앨범을 주로 발매하는 팀이에요. 그리하여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신비로운 음악으로 채워진 곡들이 수록된 트랙 리스트를 통해 귀를 사로잡았는데 이 음반 만큼은 달랐습니다. 소리꾼 고영열, 김준수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두번째달의 국악 프로젝트 [판소리 춘향가]는 춘향가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일컬어지는 눈대목을 음악극의 형식을 빌어 꾸민 것이 특징이었어요.
판소리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됨에 따라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음악적 가치를 만천하에 알렸는데, 이렇게 색다른 앨범으로 다시금 진가를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로웠답니다. 두 소리꾼의 애절함에 사무친 음색이 두번째달의 개성 넘치는 유럽 민속 악기 구성에 더해져 누구나 쉽게 듣는 것이 가능한 음반을 탄생시켰다고 봐요. 동서양의 조화가 경험하게 해준 아름다운 음악의 묘미가 귓가를 가득 채웠다지요.
총 14곡이 수록된 앨범은 역시나 알찼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랑가', '이별가', '쑥대머리'는 물론이고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춘향가의 눈대목들을 집약해 놓음으로써 호기심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춘향가의 이야기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게 만들며 보다 쉬운 이해를 도왔으니까요.
두 사람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곡을 분배해 담은 점도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참고로, 마지막 곡으로 자리잡은 14번 트랙의 '더질더질'은 소리꾼이 한바탕의 공연을 마무리한 후에 뒷푸리에 등장하는 끝말이라고 해요. 완창을 끝낸 이만이 언급할 수 있는 단어로, 영어의 'The End'와 뜻을 같이 한다는 점을 알아두시면 되겠습니다.
두번째달은 드라마 아일랜드 OST인 '서쪽 하늘에'를 통해 유명세를 탔어요. 그 이후로 다양한 음악 작업을 겸했는데, 한동안 푹 빠져 있었던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도 이들의 연주를 만날 수 있어 매우 반가웠습니다. 드라마는 끝이 난지 오래지만, 지금도 '별후광음'과 '달빛이 흐른다'는 자주 듣곤 해요. 가사는 없지만 그들의 악기 연주만으로도 마음을 위로 받는 느낌이 들어 좋더라고요.
[판소리 춘향가]는 우리나라 특유의 한을 감각적으로 담아내면서 만족스러움을 전했습니다. 서양의 악기가 들려주는 세련된 감성이 소리꾼들의 절절함에 맞닿아 한의 정서를 절정으로 치닫게 만드는 소리의 힘이 대단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로 인해 판소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 또한 자처했음을 인정해야 할 듯 해요. 결과 역시 성공적!
고영열은 부드러우면서도 낮게 깔리는 짙은 저음이 감미로움을 선사하는 매력을 지닌 소리꾼이었어요. 이로 인하여 '사랑가'는 더욱 달콤해져 연인들의 사랑에 깊이를 더했고, '쑥대머리'는 안타까움이 가중되며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춘향을 이끌었습니다.
발라드에도 잘 어울릴 것으로 예상되는 음색이 절로 눈을 감고 그의 음악적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말이죠.
김준수는 국립창극단의 아이돌로 이름을 알렸던 것이 사실이에요. 훤칠한 비주얼이 일단 눈에 띄는 것은 맞지만, 그의 소리를 들어본 사람들이라면 내면에 깃든 한의 밀도를 집중해서 듣는 것에 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무엇보다도, 나이를 뛰어넘는 진한 울림이 가히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한의 굴곡을 녹여내 표현하는 그만의 소리가 한스럽고 처절하게 와닿아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했거든요. '이별가' 전체를 파고든 애달픔은 끝이 없어 보였고, '귀곡성'은 구슬픔이 극에 달한 순간에 터져 나오던 진심어린 한의 결정체가 스산함을 몰고와 마음을 어지럽히고야 말았답니다.
각기 다른 강점을 지닌 김준수, 고영열과 두번째달의 시너지가 완벽하게 맞물려 환상의 호흡을 엿보는 것이 가능한 앨범이 [판소리 춘향가]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거예요. 음악적으로도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판소리에 대한 재미와 호기심 또한 자아내며 많은 사람들의 귀를 울렸으니,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수확이었음을 확신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국악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하며 두번째달의 [판소리 춘향가]를 감상하려고 합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한스러운 감정을 표출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때 들으면 절로 마음이 정화돼서 좋으니 이 점도 참고하면 좋겠네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절실히 체감하게 되는 한의 감정을, 이 음반을 통해 극대화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