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북이는 달린다/맛깔나는 인생

[삼청동 한옥카페 달] 창밖의 풍경과 공간의 분위기가 매력적인 장소

베짱꼬북 2018. 11. 17. 12:50




작년 가을에 발길을 디뎠던 삼청동은 정말 오랜간만에 찾게 된 장소였어요. 눈나무집에서 김치말이 국수를 먹기 위해 처음 방문한 것 이후로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공간에서 음식을 맛보고, 때때로 홀로 정취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던 게 다반사였는데 요즘은 그것마저도 뜸해져 한동안 잊고 살았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날의 삼청동이 무척이나 반가웠어요. 여전히 북적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다정함을 내뿜는 곳. 익숙하면서도 낯설음으로 가득한 거리 속에서 식사 후 차를 마시기 위해 근처의 카페를 찾았고, 그렇게 만나게 된 곳이 한옥카페 달이었답니다. 



달의 샛노란 빛깔을 연상시키는 컬러감과 한옥카페만의 고즈넉함이 외관부터 마음을 사로잡았기에, 계단을 올라 테이블을 잡고 주문부터 했다지요. 막 점심 때가 되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투명한 유리 밖으로 보이는 삼청동의 풍경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곳이었습니다. 싱그러운 초록으로부터 따뜻한 색을 한겹씩 걸쳐입는 중인 나무의 모습들과 거리가 아름답게만 보였어요. 


햇살이 내리쬐는 한가운데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좋은 분위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카페 달이 선사한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답니다. 







사실, 메뉴 자체는 그리 특별한 것이 없었어요. 항아리 빙수가 시그니처 메뉴인 것으로 보여졌으나 디저트를 먹기에는 식사를 마친 직후라 배가 불렀으므로, 차 한잔 씩만 선택해 여유를 즐기기로 했거든요.


친구는 아메리카노, 저는 초콜릿 라떼를 골랐어요. 음료가 나오는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는데 주말인 데다가밥을 먹고 이곳을 찾게 된 손님이 꽤 많았다는 점이 아마도 그 이유가 아니었나 싶어요.


한입 마셔 본 아메리카노는 꽤나 적당한 쌉쌀함을 전하며 괜찮은 맛을 음미하게 도왔습니다. 어느 카페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메뉴가 입맛을 사로잡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데 친구는 꽤나 만족스러움을 표했답니다






제가 주문한 초콜릿라떼의 비주얼은 이랬어요. 우리가 흔히 아는 핫초콜릿을 맛봤는데 역시나 익숙한 핫초코의 따뜻한 달콤함이 온 몸에 퍼져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쌀쌀한 날씨를 보내는데 기쁨을 더해주는 음료인 만큼 어느 카페에서나 무난하게 주문해 마실 수 있는 것이 장점인 드링크라 마음에 들더라고요.



몸과 마음에 나른한 여유로움을 경험하게 해줌으로써 주말 한낮의 따사로운 열기 속에 빠져들게 만들며 잠시마나 시간이 멈추기를 바랐던 어느 날이기도 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이대로, 그저 자연스레 흘러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지요





카페 컨셉에 잘 어울리는 노오란 컵홀더도 예뻤다죠. 시시각각 모습이 달라짐으로 인해 여러가지 이름을 지닌 달은 완전하면서도 불완전한 존재라서 마음이 끌리는 신비로운 행성이라고 생각해요. 까만 밤에 빛을 비춰주며 고독을 달래주기도 하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전해줘 미소 지을 수 있게 해주는 존재. 이것은 어쩌면, 달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달밤이 무르 익어가는 가을이 되면 특히나 더 그런 생각을 하곤 해요. 서서히 어둠이 찾아오는 저녁부터 새까만 어둠이 온 세상을 지배한 시간 속에서 나는 달이 있어 외롭지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삼청동 한옥카페 달은 사실, 음료의 맛 보다는 한옥으로 구성된 내부 인테리어가 빛을 발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셔터를 누르며 이곳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는 것이 포착되기도 했어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저조차도 한옥을 마주하게 되면 이색적인 느낌이 들곤 하는데, 그래서 이곳에서의 시간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벽면 곳곳에 붙어 있던 각기 다른 모양을 지닌 달의 형태와 온기를 전하는 조명 또한 우리가 머무는 순간들을 아름답게 비춰줘 즐거웠고요



삼청동 한옥카페 달이 건네는 따스한 위로와 음료 한 잔의 정다움이 창 밖의 풍경과 공간의 분위기에 매료되게 만들어 행복했던 찰나가 1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생각이 나네요. 그러고 보니, 올해는 아예 삼청동에 갈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머리 속에 떠오른 김에, 올해가 가기 전 삼청동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2018년이 한달 하고 반 정도 밖에 남지 않아서 확신은 못하겠지만요. 이 카페의 변화된 모습도 궁금합니다.